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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 '벼랑 끝' 한 목소리

현대·기아차, 진전 없는 협상 계속…소탐대실 막는 노사 '신뢰' 필요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7.31 09: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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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년 국내 자동차업계의 여름휴가는 '노조 하투(夏鬪, 여름투쟁)' 분수령으로 작동하고 있다. 휴가 전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爭議行爲)'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여름휴가 전에 타결하는 것을 최대목표로 삼았지만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파업 여파로 인한 생산시간 단축이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어 저조한 판매실적과 함께 고객들마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이번 상반기 판매량은 435만8995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5.6% 상승했다. 하지만 실제 국내시장에서의 판매는 전년대비 8.4% 하락한 67만2813대에 그쳤으며, 지난 6월 한 달간의 판매량(11만3440대)만 봤을 때도 전년대비 8.1%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낮아지는 국내 브랜드 생산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로 높아지는 임금과 달리 '시간당 생산대수'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숨 돌린 3사…하반기 파상공세 예고

다행인 점은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올해 임단협을 가장 먼저 끝낸 곳은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다. 지난 12일 노사  합의안에 대해 최종 서명한 르노삼성 노사는 △기본급 동결 △인센티브 차등지급 △개인 연차 18일 사용 △2교대 체제 유지 △부산공장 작업 효율화를 위한 100억원 투자 등에 합의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 한발 물러선 양보안을 상호 제시하며 입장 차이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 프라임경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 한발 물러선 양보안을 상호 제시하며 입장 차이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동안 신차가 없던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주력 판매 모델인 SM5 및 SM3의 판매가 급격히 줄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러한 가운데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SM5 TCE가 1200대가 계약되며 흥행을 예고했지만, 노조 파업으로 360대 출고에 그치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은 바 있다.

아울러 르노삼성은 지난 17일 올 1월부터 잠정적으로 중단됐던 부산공장 잔업을 7개월 만에 재개(주야간 1시간씩 잔업), 노사가 하반기 생산 및 판매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지난 2010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했다. 협상안 주요내용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메인라인 처우 개선을 위한 TCA(trim, chassis, assembly) 수당 인상 △30년 장기근속 포상 여행 △조사 발생 시 상객버스 지원 △사무관리직 및 연구직 조합원 근무환경 개선 등이다.

또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별도 TFT를 구성해 지속 협의하고, 올해 생산목표 달성 성과금에 대해서는 회계년도 종료 후인 2014년 1월 별도 노사 협의키로 합의했다. 아울러 통상임금 소송 관련 제반 사항은 내달 중 특별 노사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해 "그 동안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력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정상화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오고 있다"며 "4년 연속 평화적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저력과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노사화합과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주력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한편, 4월23일 노사의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27차례 교섭을 가진 한국GM은 지난 23일 △기본급 9만20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지급(타결 즉시 이행) △성과급 600만원(연말 지급) △2014년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8/8+1 근무형태)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특히 한국GM은 지난 5월 출시한 쉐보레 스파크S의 경우 재고가 부족해 심각한 출고난을 겪는 등 일부 대리점에서는 고객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노사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파업으로 공급물량까지 줄어 출고대기 기간이 4주에서 길게는 6주까지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리수' 현대·기아차 노사 협상…포퓰리즘 우려

문제는 국내 완성차 1, 2위 브랜드인 현대·기아차가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 휴가 모드에 들어가면서 결국 협상 교섭을 휴가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차는 여름휴가 전 마지막 교섭이던 24일 노사 간 17차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임단협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 한발 물러선 양보안을 상호 제시하며 입장 차이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임단협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 한발 물러선 양보안을 상호 제시하며 입장 차이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임단협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70여개 요구안에 대한 일괄제시안을 요청, △간부 면책특권 △61세 정년연장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을 위한 기술교육비 1000만원 지급 등의 요구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3월9일부터 주말특근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조까지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4월26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생산시설을 점거하는 등 불법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부품 협력업체와 울산 등 공장 인근 지역 경제에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내하청의 정규직 협상은 타결점을 찾지 못하며 희망버스 폭력사태로까지 번졌다.

윤갑한 현대차 울산공장장 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담화문을 내고 "노조의 지나친 요구안으로 모두가 기대했던 휴가 전 타결에 이르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내달 열리게 될 교섭에 노조를 납득시킬만한 제시안을 내지 못할 경우 또다시 장기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는 하계휴가 이후 사측에 '일괄제시'를 요구할 계획이며, 이후 더 이상 진전된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투쟁'을 고려한다는 노조의 입장인 만큼 파업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편, 올해 임협만을 실시하는 기아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13만498원과 주간 2교대제 도입에 따른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해로, 노사 협상에 포퓰리즘과 정치권력 개입이 쉬운 시기다. 따라서 8월 중순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기간에 접어들 경우 노사 교섭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은 완성차 생산 업체의 손실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성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협력업체의 경영은 어려움을 겪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