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정태중 기자 기자 2013.07.30 13:39:41
[프라임경제] "중국에서도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제 뭔가를 이뤄야 할 상황이 왔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릴 빛고을 광주가 아니라, 중국 광주(광저우)다. 내달 8일부터 13일까지 광주 출장을 가는 신운섭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조합 이사장인 동시에 예솜이라는 개인 사업체를 갖고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대구와 경북권에서 가장 성공한 천연염색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느긋한 태도로 중국에서 입질이 본격적으로 오는 상황을 설명한다. 사정이 무르익기를 기다려 이제 큰 일을 도모하려는 태도가 대업을 낚으려 평생을 느긋하게 기다린 '강태공' 같다.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의 제2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조합 설립 등 초창기부터 들여다 본 인물이기도 하다. 2009년 이 단체가 돛을 폈으니, 지금처럼 협동조합법이 잘 정비돼 설립 붐이 일기 몇 해 전의 이야기다. 각 업체마다 재료 구매를 하다 보니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 그때까지 공방이나 가내수공업식으로 각자 흩어져 개별적으로 일을 하던 패턴에서 함께 공동의 사업 미래를 고민하는 쪽으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절감 효과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조합이 공동판매장을 설치, 운영할 정도로 많은 이익을 조합 회원사들에게 돌려주려고 노력 중이다. 약 50개 회원사가 있고 현재도 가입 절차를 밟아 검토 중인 곳도 몇 있다고 신 이사장은 말한다.
◆중국 진출, 이제 천연염색업체도 중국에 매장 여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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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염색으로 제작한 옷은 제작에 시간을 들일수록 아름답게 완성되며, 이 완성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멋이 더한다. 자신이 1년여를 공들인 작품 앞에서 미소짓는 신운섭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이사장. ⓒ 프라임경제 | ||
"지금도 중국에서 매장을 열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매장 문의는 북경과 심천쪽이 주로 오고, 광주쪽 바이어들을 초청하려고 한다"는 그는 지금도 외국 주문 오더가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혼자 다 하는 게 아니라 그 중에 조합 회원사들에게 물량을 나눠줄 정도는 된다"며 간접적으로 예솜의 대외적인 인지도와 대구천연염색업계의 위상을 전했다. 10월 바이어 방문이 대구 경제계에 미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는 지금은 천연염색연구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원래 디자이너로 입신했던 인물이다. 1986년부터 디자인계에 발을 들인 그는 일본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데다 실무 경력이 화려해 계명문화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리먼브러더스사태 무렵 디자인이 아닌 천연염색으로 방향을 전환, '느리게 살기'의 미학으로 인생 2라운드를 열고 있는 그는 이제 지천명이 가까운 가장이다.
◆느림의 미학 천연염색에 푹 빠져
치열하게 능력을 인정받으며 살던 그가 방향을 전환, 느림의 미학을 실제로 행하고 있는 점은 이색적이다. 더욱이 해외와 국내 등 넓은 무대를 누비고 있고, 조합 업무에까지 열의를 보이면서도 막상 종합적으로 보면 '사업가 같지 않은 더욱이 전혀 고3 학부형 같지 않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런 힘이 바로 천연염색의 매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염염색한 옷을 입은 고객이 나름의 힐링 체험담을 전해 왔다. 그 고객은 소심한 성격에 남과 평생 이야기를 터 놓고 해 본 적도 별로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게 마음에 많이 응어리가 졌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무늬는 어떻게 그린 거냐 시선을 끌게 되면서 사람들이랑 말문이 틔였다고 한다. 염색한 이가 일부러 그렸을 것인지, 자연스럽게 옷감 무늬가 그렇게 들었을 것인지 그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경험을 하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주는 옷을 만들었다는 게 천염염색을 하는 이들의 보람이다"
"시간을 들일 수록 색깔이 점점 달라진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더 좋은 옷감, 더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기다리다 보면 내 자신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신 이사장은 "자연적으로 물을 들인 옷들을 사 입어 본 사람들은 그래서 꼭 천연염색옷을 다시 찾는다. 그게 꼭 우리 가게 옷이 아니어도, 이 업계에서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의 옷을 입어도 상관없다고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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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섬유를 펼쳐보이는 장면. ⓒ 프라임경제 | ||
◆대기업 콜라보레이션 제의도…'천천히 기대해 달라'
이런 태도 때문일까. 대구 시내 백화점 중에서도 입점 제의가 여럿 왔지만, 무리하다 싶은 경우는 모두 정중히 거절하고 성의껏 만든 옷만 제대로 판매가 가능하도록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지금도 일할 시간이 모자란다. 이렇게 취재 문의에 답하는 중이지만, '감물을 들여야 하는데'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면서도 "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거나 더 벌 수 있다는 바쁘다 생각이 아니고, 일이 재미있고 일을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라고 바쁜 가운데 여유가 있고, 여유가 넘치는 가운데서도 자기 사업이며 조합에까지 많은 일을 척척 해 나가는 게 가능한 해설을 단다.
대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신 이사장은 언급했다. 신 이사장은 "오가닉 섬유 등에 대한 관심도 요새 많이 높아졌지만, 정말 잘 천연염색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파트너라고 판단되면 일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대기업이 시류에 영합해 급조해 내놓은 천연염색 브랜드가 아닌, 천연염색 본연의 마인드가 살아 숨쉬는 옷을 대기업을 통해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느림의 미학 속에서 정중동하는 그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