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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⑮] 시간과 멋을 담은 옷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조합, 쉽지 않았지만 시간흐를수록 좋아지는 감물처럼 살자 협력

임혜현·정태중 기자 기자  2013.07.30 10: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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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 옆에 감물통도 보세요. 이렇게 누렇던 물이 시간을 들이면 붉은 빛이 납니다. 그렇죠, 냄새도 감식초 같기도 하고, 막걸리향 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감물철'이다.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에 방문 요청을 했을 때 흔쾌히 취재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던 까닭은 지금이 벼농사로 치면 한창 '농번기'인 것 같은 무렵이기 때문이다. 천연염색도 철을 타고 이른바 피크가 있는데, 감물로 천을 염색해 작업을 하려면 지금 바짝 일을 해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친환경과 로하스 바람이 불면서 먹거리 외에 옷에서도 천연을 찾는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은 이런 메인 스트림 때문에 조명받고 있다. 더욱이 근래 협동조합이라는 틀 역시 시선을 받는 아이템이라 더 이 단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2009년부터 이들이 결속력으로 어려움을 헤쳐온 가족 같은 단체라는 점이나 시간을 오래 들이는 장인 정신으로 뭉친 이들이라는 점은 오히려 알려지지 않아 왔다.
   신운섭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우측)이 곱게 물든 천을 펴 보이며 설명을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신운섭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우측)이 곱게 물든 천을 펴 보이며 설명을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2009년 태동,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는 감 염색처럼 깊이 더해

쪽과 감, 치자 등 자연 속에서 재료를 구해 염색을 하고 옷감을 마름질해 손질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생각 이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

"감물이라는 건 꼭 해야 한다. 여름에 감물 해서 쟁여놔야 된다. 그래야 가을, 겨울에 쓰고 다른 계절을 타지 않는 염색일들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신운섭 이사장의 말에서는 농번기를 어떻게 보내고 농한기에는 무엇을 해 소득을 올릴지 계획과 경영에 미립이 난 농부 같은 관록이 묻어났다. 이제 곧 지천명을 바라보는 신 이사장은 천연염색의 매력에 빠져 방향을 틀기 전에는 디자이너로 일가를 이뤘던 인물이다.

"천연염색은 어떻게 우연성이 작용을 하고 또 작업 중에 어떻게 사람이 의도를 갖고 손을 쓰는가에 따라서 같은 물감으로 들여도 무늬가 다 다르다"는 신 이사장은 농도나 빛깔 역시 시간을 들이면 더 진한 색이 나오는 등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다.
   시간을 들일수록 다른 빛깔이 나고, 어떻게 손질하는가에 따라서 무늬가 바뀐다. 전통천연염색제품의 멋을 살리는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을 찾아 조합을 결성해 한국의 미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어봤다. ⓒ 프라임경제  
시간을 들일수록 다른 빛깔이 나고, 어떻게 손질하는가에 따라서 무늬가 바뀐다. 전통천연염색제품의 멋을 살리는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을 찾아 조합을 결성해 한국의 미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어봤다. ⓒ 프라임경제

여기에 더해 감물 같은 경우 일종의 코팅이 되는 개념이라 때가 잘 타지 않는 등 특성이 이야깃거리가 되기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어느 옛날 양복 광고 카피처럼 막 사입어도 1년 입은 듯한 옷, 또 10년을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게 바로 전통염색으로 처리된 천을 사용한 옷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아토피 등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고객들이 입소문에 입소문을 내며 찾는다는 설명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미리 주문을 해 놓고 기다리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신바람이 난다는 게 신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전통염색을 하는 이들이 서로 합심하게 된 시점은 2009년 1월, 당시 천연염색을 다루는 업체들이 대구와 청도, 안동, 의성 등 경북권에 산재돼 있고 공방 규모에 머무르는 점에 산업화와는 거리가 먼 상황임을 개선해 보자는 뜻에서 창립총회를 갖게 됐다.

시간을 옷에 담고, 품을 들여 멋을 내는 작업도 의미가 있지만, 여러모로 개선하거나 편의를 도모할 점이 있었으므로 시의적절한 시도였음에는 틀림없다.

이후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꾸준히 공부와 연대, 그리고 공동구매 등을 통한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면서 지금껏 협심해 왔다. 이제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하는 등 보다 넓은 세상에 대구경북의 천연염색이 가진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에도 시선을 주고 있다.  

천연염색을 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 소규모 업체가 각개격파로 판로 개척이나 확장에 나서서는 대량으로 물건을 조달하기를 원하는 큰 고객을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조합 단위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조합 회원사들의 형편 등을 감안, 일을 분업식으로 처리하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신 이사장은 예를 들어 오래 전 어느 대기업에서 복리후생차원에서 천연염색 티셔츠를 발주하는 것을 타진했는데, 2년이 걸릴 물량을 2개월에 원하는 것을 보고 고객과 천연염색 관련 생산자간에 큰 시각차를 느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가 초대 이사장의 뒤를 이어 2대 이사장으로 조합일을 보면서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르다. "지금 같으면 이걸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그는 조합을 통해 서로 돕고 시장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 데 여념이 없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합이 커야 회원사가 잘 살고, 회원사들이 잘 살아야 천연염색의 미래 입지가 넓어진다는 선순환 개념을 확고히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로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조합 회원사로 소개하는 등 조합 발전에 빛이 나지 않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제품 오더를 연결해 주는 알선비 같은 건) 개인적으로 받지 않는다. 대신 조합에 소개비를 일부 내도록 한다. 그러면 그 회원사는 이득을 올리면서도 조합에 떳떳하고, 조합 역시 운영 비용 등을 회원이 잘될 수록 더 받는 게 되어 더욱 잘 크게 된다"는 게 신 이사장의 굳은 믿음이다.

장비 확충, 연구 등도 장기 과제로 '큰 꿈 그리는 중'

최근 대구에서 개최된 2013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행사에는 전조합사의 과반수 40여개 업체에서 제품을 출품하도록 조합에서 앞장서 독려했다. 천연염색 공동판매장을 설치해 운영하는 등 천연염색 붐 조성에도 조합이 앞장서고 있다.
   FID 행사에 조합이 공동으로 부스를 마련, 참여한 기록사진 장면. ⓒ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FID 행사에 조합이 공동으로 부스를 마련, 참여한 기록사진 장면. ⓒ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해외 진출, 외국 바이어 초청 등 노력을 통한 한국의 멋 알리기도 착착 진행 중이다. "지금도 외국에서 오더가 조금씩 들어온다. 조합원들에게도 나눠줄 정도 물량은 된다"는 신 이사장은 중국 바이어가 10월에 초청돼 온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런 조직력이 가능하고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려면, 이사장 등 조합 집행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직이 조금씩 쌓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협동조합 붐이 근래 일기 훨씬 전부터 같은 일을 하는 공감대로 맺어진 이들은 일부 협동조합들이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것과 달리 활발한
   쪽빛 염색과 관련한 워크샵을 진행 중인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쪽빛 염색과 관련한 워크샵을 진행 중인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 대구경북천연염색협동조합
의사 교류를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정기총회를 갖는 외에도 이사회도 종종 열어 현안을 빠짐없이 챙긴다("한 달에 두번씩도 했다가 올해부터는 석달에 한 번씩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여기에 위크샵 개념으로 1년에 2회 정도 원단을 보러 간다든지 하는 모임의 장을 연다. 이러니 의견 조율이 어려울 수 있는 대목이 없지 않음에도 원만히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신규 협동조합들이 참조할 만한 대목으로, 별다른 운영 노하우라기 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돕고 이심전심의 미덕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경북 영천에 있는 경북천연염색산업연구원과 유대 관계를 쌓고 있으며, 이 관계를 바탕으로 연구 및 기계 구입 등을 통한 생산성 강화 구상도 장기적인 비전으로 갖고 있다고 신 이사장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