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인생경험, 단계는 줄일수록 좋다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7.29 15:17:5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은행과 학생, 둘 중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 미국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한 미국 변호사가 던진 질문.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1년 대학 졸업생 1842명 가운데 559명, 전체 30.3%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상 대학생 열 명 중 세 명이 학자금으로 인한 빚을 떠안은 것. 1인당 평균 대출액은 901만원이며 상환까지는 평균 3년10개월이 걸렸다.

또한 부모가 대신 빚을 갚는 경우는 35% 정도였고 나머지 60% 이상은 본인이 빚을 갚고 있었다. 특히 학자금을 대출받은 대졸자 중 85%가량이 직장에 다녀 비대출자 80%보다 취업률이 높았으나 고용보험 가입률은 대출자 86.3%로 비대출자 89%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대출금 상환 부담에 내몰린 대졸자나 대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방증일 수도 있다는 문제의 소지를 담고 있다. 특히나 연장선상에서 따지면 방학시즌은 금융당국이 경계경보를 내릴 만큼 '빚쟁이 대학생'들이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큰 시기로, 가장 큰 피해사례가 빗발치는 곳은 바로 다단계시장이다. 

재작년 서울 송파구에서는 대학생 5000여명이 억압 속에 강제 합숙하며 다단계 영업을 하다가 적발돼 사회적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물품 구입을 위해 대출까지 받으며 다단계 영업일선에 나선 대학생들을 빗댄 '거마(거여·마천 지역)대학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생활비 및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일부 다단계업체들이 대출까지 동원, 물품을 구입하도록 해 금융채무 불이행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응당한 사유에서 내린 조치다.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해 데이터 하나를 덧대볼까 한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다단계업체 판매원 중 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99%가 1년간 받은 수당은 평균 40만5000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업체 수는 100곳, 판매원 수는 470만명에 이르고 총매출액도 3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작년 다단계업체 99%의 판매원이 받은 수당은 연간 40만5000원. 온갖 인맥을 동원하는 필사의 노력으로 3만3750원의 감당하기 힘든 고액월급을 받은 셈이다. 이와는 대조조차 불가능할 정도인 상위 1% 판매원의 연간 수익은 5400만원. 총액 기준으로는 판매원 99%의 모든 수당 합계보다 1000억원 넘는 금액을 손에 쥐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다시 글눈을 서두로 돌려 이어붙이자면 이런 양상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9일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이 내놓은 리포트를 보면 미국의 경우 1978년 1월 대비 현재 대학 등록금은 12.4배, 물가는 3.7배가 올라 각각 1139%, 27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전체 물가상승률의 4배를 웃돈 대학등록금 상승률은 학자금 대출을 늘려 미국 대학생들이 연방정부에서 빌린 학자금은 1분기 현재 5600억달러(한화 621조3200억원)에 육박한다. 그나마 미국은 이달 1일부로 3.4%에서 6.8%로 올랐던 대출금리를 다시 내린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학자금 이자급증에 따른 소비위축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이렇듯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색하는 대책은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우리처럼 국가적 차원에서의 금전적 지원혜택을 바라기 힘든 상태에서는 개인 스스로 궁여지책을 찾고 개선의지를 불태우는 수밖에 없다.

지성의 상아탑에 올라 부지런히 학식을 채웠다고 하더라도 학생과 직장인의 깨우침은 실전효용가치에서의 펀더멘탈(기초여건)이 극명히 갈리는 게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무슨 일이든 여러 단계 거치는 것보단 계획을 세워 단순명료하게 처리하는 게 효율적인 법이다.

  이미지  
 
학생들은 이사람 저사람 끌어들여 단계(계급) 상승을 노리기보다는 한 분야, 한 단계 내에서의 자기개발로 착실히 자신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더 늦기 전에 깨우쳤으면 한다.

'학창시절은 커리어를 쌓기보다는 자신을 쌓는 시기'라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은 괜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