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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교부 '승합차 속도제한' 다시 살펴봐야할 이유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7.29 14: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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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승합차 속도제한 장치 의무화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란이 오는 8월16일 종지부를 찍는다. 속도제한장치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이날부터 생산되는 11인승 승합차에는 속도 제한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되며, 아무리 성질 급한 운전자라도 시속 110km를 넘길 수가 없게 됐다.

덕분에 8월15일까지 출고되는 '속도에 제한이 없는 승합차'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해 이미 시장에서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 기업 SK엔카에 따르면 신차 시장에서 승합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이미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기아 그랜드 카니발은 8월16일 이전 출고 차량의 계약이 완료됐고, 최근 출시된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계약이 모두 완료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올 초 공포한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8월16일부터 출고되는 4.5톤 이하 승합차에는 의무적으로 속도제한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승합차의 속도를 시속 110km로 제한해 교통사고를 줄이고 연비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일반적인 보편타당성에 어긋나는 정책"이라며 "트럭 등 상용차들이 과적 등 도로교통 위험성에 대비한 규제는 이해가 가지만, 승합차 등은 패밀리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차종으로 이에 대한 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상적으로 고속도로 평균 속도제한이 110km인데,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에서 속도를 순간적으로 낼수 없다면 또 다른 사고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국교부의 이러한 정책은 일반적인 람보르기니나 포르쉐, 페라리 등의 슈퍼카들에게도 속도제한이 걸려야 하는 것"이라고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이라는 것은 운전자 본연의 준법정신에 의거해 운전하는 것인데, 이를 불법 과적차량 등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패밀리형 승합차에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속도제한장치의 문제도 적지 않다. 전자 제어장치, ECU를 간단히 조작하면 속도 제한은 무용지물이 된다. 덩그러니 뚫린 구멍을 방치한 채 실시되는 안전을 위한 제도 '속도제한장치 의무화'가 말뿐인 허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를 단속하는 인원들도 늘어날 것으로, 이는 또 다른 빨간 줄만을 낳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획일적인 규제만으로 일단 모양새만 갖췄다는 안일한 자세가 우려스러울 뿐이다.

차량의 속도제한, 신호 준수 등은 준법정신에 입각한 운전자의 자세다. 규제만 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단속 카메라가 없어도 지켜야 하는 것이며, 안전을 위해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법이 도로교통법이다.

선진국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대한 교육은 일찍부터 시작된다. 반면, 우리내 현실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처음 가 본 곳이나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어떻게 길을 찾아갈 수 있는지, 자동차가 고장 나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용적인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자조차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다.

속도규제장치를 장착하고 이를 의무화 시키는 것보다, 이러한 인식을 심어주고, 지켜야 되는 의식을 형성해 주는 것부터가 도로 교통안전의 시작점인 것을 국교부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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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과 부상이 적지 않은 만큼 '꼭 알아야 할 교통 표지판'과 기본 규칙들의 교육 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국교부는 규제하고 단속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지키기 위한 선진 교육문화를 형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속도제한장치 의무화제도가 오히려 불법 개조 시장과 도로교통흐름을 방해하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