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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가, 거물 정치인 용트림에 춘추시대 열리나

강운태 시장에 홍준표 지사, 문용린 교육감 등 제목소리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29 08: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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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방 정치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진영논리에 따른 반대파의 강한 반발을 감수하는 건 물론이고 때로 중앙정부의 뜻도 아랑곳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마이 웨이'를 주장하고 나서는 상황이 여럿 관찰되고 있다.

이 상황을 빚고 있는 지역의 수장들은 이미 중앙정부의 요직 경험이 있는 이들이거나, 그 전만 해도 여당과 교감이 있는 인물로 해석되던 인사여서 더 곤혹스럽다는 평도 있다.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인사들, 가히 춘추전국시대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춘추(春秋)시대가 재연되고 있다고 할 만 하다.

이 무대에는 현재 홍준표 경남도지사, 교육계 거물로는 문용린 서울광역시교육감을 들 수 있다. 수영선수권대회 유치 쾌거로 조명을 받고 있는 강운태 광주광역시장도 이 계열에 선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이나 중앙정계에 빚진 것 없다 인식 작용하나

진주의료원 상황으로 중앙정치권에까지 파장을 불러일으킨 홍 지사의 경우는 몽니정치인이나 이단아로 평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MB정부가 들어설 무렵, 그가 법무부장관을 원한다거나 이에 임명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잠시 나온 적도 있었지만, 당 대표를 지냈다.

그러나 그의 정치 여정을 꿰뚫는 키워드는 '독고다이'라는 인식이다. 늘 그는 자신을 '변방'으로 돈 정치인으로 규정했는데,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출세코스인 법무부나 공안, 특수 등 부서와는 큰 인연이 없이 현장에서 형사부 검사로 이력을 쌓아왔다(그를 '모래시계 검사'로 인식시킨 SBS드라마 '모래시계'와 그의 이미지가 겹치는 것은 당시 검찰 고위층에서 기관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스토리 상의 과정에 협력하도록 그를 종용했기 때문).

노량진수산시장 이권 강탈 사건이나 정권 실세를 여럿 구속한 슬롯머신 비리 사건에서 보듯 살아있는 권력이든 이미 죽은 권력이든 간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강경 코드를 갖고 있고,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저격수' 노릇을 한동안 한 이유도 이런 기질과 무관치 않다.

그런 그가 중앙정가에서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것은 각고의 노력으로 정책통 면모를 과시하면서다. '반값아파트' 등 어젠다를 장악,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던 분배 문제를 선점해 버렸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 특별히 소속 정당이나 특정 계파에 빚진 게 없는 것도 사실이어서(혹은 대선을 여러 번 치르면서 상응하는 보답을 했거나) 여당이 됐든 야당에 머물든 소속 정당에 좌우되는 논리에서 자유로운 행보를 보일 공산이 크다.    

문용린 서울교육감 역시 보수파 교육계 인사 중에서 유난히 박근혜정부와 마찰을 빚는 것처럼 조명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문 교육감과 서울교육청이 중앙정부와 어깃장을 내고 있는 것은 영훈국제중 문제로 불거진 국제중 논란 때문이다.

문제를 점검해 비리나 부실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 인가 기간이 남았더라도 지정을 취소하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앙정부의 사실상 방침에 "교육감은 법규정을 지키는 자리"라는 식으로 사실상 반발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서울교육청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문제가 있는 경우에 조치를 취하라는 청와대의 지적은 행정법상 일정한 권리 부여를(기간 문제) 깨면서까지 처리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해석이 옳은 게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보수 교육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던 그가 이렇게 국제중 문제 같은 사소한(?) 대목에서부터 몽니를 부리고 나선 것은 당의 큰 덕을 봐서 서울교욱감으로 입성했다는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파장으로 보수 대 진보 교육감 대결에서 백중세라기 보다는 보수쪽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던(누가 나오든 중요치 않은) 때에 옛 문교부장관 출신인 거물이 나섰기 때문에 아이콘 전쟁으로 공천을 얻고 당선된 경우, 예를 들어 강금실 후보에 맞서 대항마로 중앙정치권의 입김으로 공천, 당선까지 이어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경우와 기본적으로 생각의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광주시를 이끌고 있는 강 시장의 경우는 이미 대선주자급으로 세팅(무소속 대선주자로 나섰던 전력이 있다)돼 있는 터이고, 관선으로 광주시장을 지내 지역 연고가 두텁다. 같은 호남 지역 단체장이라도 민주당 공천 깃발만 들어도 당선된다는 지역 정서나 형편에 강 시장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예외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규정상 문제 없음' 정당성 전쟁

특히, 이번 문제는 일단 각 지방별로 치러질 지방선거에 임박해 부각되는 생존경쟁으로 폄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춘추전국시대에서 주왕실에 대한 외경심이 남아있고 기본 룰에 대한 존중 형식이 있던 춘추시대에 현상황을 비유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문제와 관련한 국정조사 특위 구성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오히려 중앙정치 대 지방정치의 해석 문제로 확장시켰다.

홍 지사는 "지방고유사무에 관한 국정조사가 위헌이 되면 이에 관한 모든 국회의 처분이 무효가 된다"며 경남도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번 진주의료원 관련 국정조사는 위헌임을 다시 한번 확신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강성 귀족노조에 휘둘리는 병원 문제가 아직 오랜 시일이 흘렀음에도 뿌리를 완벽히 내리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문제로 비화된 셈이다.

문 교육감의 경우도 법적안정성 측면에서 설사 문제가 있는 학교라도 해도 지정 취소 등 논란 여지가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이론적 정당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그의 기본적인 색깔과는 다소 다른 진보적 성향의 언론에도 거리낄 것 없이 입장을 표면하는 발언을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강 시장의 케이스는 '하자의 치유'라는 행정법상 개념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이른바 서명 위조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광주시는 국제수영대회 유치를 위해 일정한 절차상 문제를 빚었다는 사실관계에서는 큰 다툼이나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서명 문제 등에 대해 당국에서 이미 이를 양해하거나 하자를 보완해 주는 듯한 제스처(묵인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음)를 보인 게 아니냐는 항변을 하기에 모자라지 않는 모호한 후속 상황인 면도 강하다.

여기에 문화부에서 서명 문제 관련자들을 형사고발 조치할 뜻을 대회 유치 쾌거 당일에 막바로 공표한 것도 강 시장과 광주시에 대한 동정론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위의 각종 논리상 문제와 결합, 광주 몰아세우기라는 평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동정표까지 쏠릴 유리 고지 선점, 하지만 지나친 아전인수 논란도 없지 않아

위에 적은 광주에 대한 핍박 논란도 있지만, 정당한 정무적 판단이 아닌 정치공학적 판단에 자신의 문제가 휘둘리고 있다는 서운함은 다른 경우에도 있다. '친박' 진영에 대한 서운함 문제를 안고 있는 홍 지사 같은 경우도 있다. 홍 지사는 지난 9일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당의 대선후보 공천장을 놓고 경쟁하던 때 홍 지사는 친이도 친박도 아닌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며 양쪽 진영의 러브콜을 모두 물리쳤다.

이 문제 때문에 사실상 그는 임명직과 인연이 없이 지난 MB정권을 보냈다. 이번에도 이런 불이익을 적어도 일정 부분 받아야 하는 정치적 방패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서운함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논리적(법적) 정당성, '누구에게도 빚이 없다'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역량에 대한 소신과 자신감은 이들 거물 정치인들의 자유로운 행보를 만들며 지방정가에 중앙정치권 못지 않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다만, 한국교총에 경도된 게 아니냐는 비판(문 교육감)이나 "너무 온 것 아니냐"는 홍 지사 행보에 대한 의문처럼, 이들 행보가 지나치게 폭주하는 경우, 춘추시대 이후의 대혼란 즉, 지방선거 국면의 전국(戰國)시대가 지나치게 빨리 올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자신의 페이스를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요청이 바로 이런 대목과 이유에서 제기된다.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