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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⑭] 농산품에 문화체험까지 '월악산 공이동'

폐교 활용한 체험과 직거래 등 눈길, 느리지만 탄탄한 성장 지향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28 16: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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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충주 시내에서도 승용차로 구비구비 30여분을 들어가야 하는 살미면에 자리잡은 '월악산 공이동'은 지역주민과 마을 발전에 관심을 가진 도시민들이 어떻게 협력 모델을 구축할 것인지에 일정한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가 없는 내륙도인 충청북도, 협동조합 바람은 이 곳에서도 서서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도내 협동조합 등록 1호라는 타이틀을 도농간 협력 의미를 담은 이 곳에서 획득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협동조합 월악산 공이동은 공이리 농업인들과 귀농·귀촌을 준비 중인 도시민 등 15명이 250만원의 출자금을 조성해 만들었다. 충청북도에서 1월14일 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생태-문화-교육-경영 공동체라는 의미에서 진정한 도농상호협력체계로 성장하는 한 방편으로 때마침 법 시스템이 손질된 '협동조합' 개념이 채택된 것이다.

80여가구 농산물 공급 등 유대맺어…계절별로 산골체험 매력

이렇게 이제 막 반년간 협동조합으로서의 걸음을 내디뎌 왔지만, 80여가구와 인연을 맺고 농산물 공급, 폐교 활용 산골체험 등 여러 방향에 역량을 뿜어내고 있어 태동 단계인 많은 협동조합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으로 설립, 출범하기 이전부터 폐교를 활용하는 유대와 체험 공동체로 조금씩이지만 탄탄히 발전의 기틀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농산물 판매와 체험학교 감골모루가 적잖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얻어왔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어린이문화사과, 장준화기념사업회 등이 일손도 나누고 직거래에 참여해 온 이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저력은 공이동이 가진 타고난 매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이동은 충주시에서 외곽으로 벗어난 살미면에 소재해 있다. 수안보 온천과 월악산 국립공원이 가깝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청풍명월의 충주호가 가까운 곳으로 설명하면 대강의 위치가 짐작될 것이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옥수수와 감자 등 갖가지 농사를 짓는 마을이 협동조합 월악산 공이동의 탯자리다. 

  7월의 한가로운 농촌 주말, 월악산 공이동의 협동조합 운영 상황을 들어보러 현지를 찾았다. 옥수수 작업 중인 월악산 공이동 식구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 프라임경제  
7월의 한가로운 농촌 주말, 월악산 공이동의 협동조합 운영 상황을 들어보러 현지를 찾았다. 옥수수 작업 중인 월악산 공이동 식구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 프라임경제

 

감자캐기 체험과 두부 만들기 등 도시에서는 흔히 해 볼 수 없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 한편, 가장 중요한 사업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초록은제빛의 '나눔권' 시도 신선, '협동조합 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아' 인식

월악산 공이동 협동조합은 이른바 '다중의 관계 협동조합'으로 나가려 노력 중이다. 현재의 협동조합들이 생산자협동조합이나 소비자 중심으로 치우쳐 운영되는 경향의 생활협동조합 중심으로 편성된 상황에 비판적 모델로 경영되고 있는 점도 이색적이다.

  공이동을 찾아 곶감 만들기를 체험 중인 학생들. 월악산 공이동은 단순한 농산물 직거래 뿐만 아니라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도시민들과 소통하는 종합적 모델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월악산 공이동  
공이동을 찾아 곶감 만들기를 체험 중인 학생들. 월악산 공이동은 단순한 농산물 직거래 뿐만 아니라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도시민들과 소통하는 종합적 모델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월악산 공이동

"우리는 생산자협동조합은 아니고 다중의 관계 협동조합이다"라고 말하는 서우영 협동조합 월악산 공이동 이사장은 협동조합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서 이사장은 대규모로 판로를 개척하는 등 노력보다 천천히 탄탄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서 이사장은 "직거래를 하려고 매장을 두고 운영하는 것과 기존 시장 질서의 대형마트 입점 등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하려면 유통 마진을 내는 것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렇게 되려면 현재의 생산량을 초과해야 하는 것이고, 제대로 된 직거래 구조는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게 된다.

월악산 공이동에서는 그 대신, 온라인 판매 등으로 다가서는 것에 예리하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 오고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서 이사장은 "판로 개척을 못 하면 생산자를 조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전제한다. 그렇다고 협동조합이라는 새로 각광받는 모델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전부터 농협도 있었고, 영농법인도 있었고 마을기업 등 조직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기존의 어떤 조직이 전환하거나 새롭게 조합을 결성한다고 해서 생산단가나 판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관만 번드르르한 조직으로 외피만 키우는 것은 지양할 일이라는 뜻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제값을 받고 파는 일 그리고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서 이사장과 월악산 공이동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와중에 월악산 공이동에서는 다른 생산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로 상부상조하는 등 과거 한 마을 안에서는 물론 이웃마을과도 서로 돕던 두레 전통을 오늘날의 협동조합 모델에 녹여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두부 만들기 체험 관련 사진. ⓒ 월악산 공이동  
두부 만들기 체험 관련 사진. ⓒ 월악산 공이동

초록은제빛이라는 판매연대를 구성해 공이동 사람들과 다른 생산자들의 협력을 모색한 점도 눈길을 끈다. 초록은제빛이 다른 지역 귀농 생산자 등과 협력해 좋은 생산물(우렁쌀 등)을 공이동 농산품과 함께 판매하는 나눔권으로 연계된 바 있다. 서 이사장은 "아직 완전한 모델이 아니라 보완을 검토 중"이라며 더 업그레이드를 해 새롭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뜻을 밝혔지만, 쌀과 야채, 김치 등을 철에 따라 몇 번에 걸쳐 보내주는 방식을 상품권 형식과 결합시키려 시도한 점은 신선하다는 평을 얻기에 충분했다.

"식품 제조 사업도 검토 중이다"라며 조심스럽게 언급하는 서 이사장의 진지한 태도처럼, 공이동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다. 협동조합 공이동 스타일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