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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갈등 부추기는 사회, 신뢰계좌 만들어야

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원장 기자  2013.07.26 08: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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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티끌모아 태산이라던가. 어릴 적부터 우리는 필요한 목돈을 만들기 위해 은행, 금융기관에 적금을 들거나 계좌를 만들곤 했다. 푼돈이 쌓여가는 것을 보며 꿈과 계획을 더욱 키우고 굳건한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신뢰가 땅에 떨어져버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금전계좌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정신적 계좌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티븐 코비가 제안한 이른바 신뢰계좌 같은 것이다.

모욕적 폭력적이거나 거짓 얘기를 하지 않고 △예의 반듯한 행동 △남을 배려하고 친절한 행동 △약속 지키기 △상생과 협력행위 등을 산정하는 신뢰계좌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신뢰계좌에 신뢰가 조금씩 쌓이면 그에 비례해 자신과 사회 모두 신뢰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원로경제학자 김정년 교수는 성숙한 사회는 곧 '高 신뢰사회'라고 강조한다.
 
현실사회에는 부부나 부모자식 △노사 △대·중·소기업 △지역 간 갈등 △정치적 대립 △계층 간 이해상충으로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에는 신뢰계좌에 신뢰가 바닥날 정도로 부도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계좌잔고가 마이너스인 것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꾸준함을 담보로 신뢰를 올리는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개인의 신뢰를 측정하는 특별한 도구가 생긴다면 사회소통을 위해 그리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무덥고 지리한 장마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오고가는 막말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말이 거칠어질 때 사회는 단결도 안되고 신뢰도 떨어지며,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이 신뢰와 통합이라는 사회적자본"이라고 지적한다.

너무도 합당한 지적인데 현실을 돌아보면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무척 높기만 한 것 같다. 정치권의 이해 간격은 마치 '호리천리'와 같다.

최근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뉴스모임만 보더라도 각종 의혹 △부정·부패 △불합리 △횡포 △추문 △전관예우 △거수기들과 같이 각 부문에 걸쳐 신뢰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새로운 의혹이 일어나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깨끗이 정리되지 않는 것 같다. 관리감독 소홀과 재발방지책 강구는 되풀이되는 말로 더 이상 믿기 힘들게 돼 버렸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적지 않게 유행한다. 언론, 전문가, 정치권, 이해관계자는 그들 나름대로 편을 가르며 주장과 변호·변명에 앞장서니 갈등봉합은 고사하고 타협이나 합의를 유도하는 목소리는 작기만 하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아가는데 정작 국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의심과 불안 속에 신뢰추락으로 발생되는 경제 사회적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상위·지도층부터 자신의 신뢰계좌 만들자

윤리경영의 핵심은 다름 아닌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를 만들어 가기위해 법규에 정직하고 배려하며 도덕가치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구호보다는 실천을 중시하는 경영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실천하는 윤리적 경영을, 근로자들은 법규나 직무규율에 정직하고 상거래 역시 약속과 법규에 정직하고 배려할 때 신뢰가 쌓인다.

지난 봄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69%는 국가시스템 시스템 전반에 대해 투명하지 않고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한 결과를 내놓았다.

몇 해 전 후쿠야마는 우리사회를 저 신뢰사회로 분류했고, 한국사회의 갈등의 심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고 삼성연구소는 분석했다. 사회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서로 신뢰할 때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은 감소되고 속도는 빨라지며, 효율적이 돼 성장을 높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신뢰구좌에 믿음이 쌓이면 커뮤니케이션은 보다 효과적이고 쉬어진다고 스티븐 코비는 지적한다.

  박종선 한국윤리경영연구원 원장. = 김경태 기자  
박종선 한국윤리경영연구원 원장. ⓒ 프라임경제
그러나 지금껏 우리사회에는 신뢰와 품격을 떨어뜨린 막말이나 부끄러운 사건이 무척이나 많았다. 스스로 엄격해야할 정부, 정치권, 대기업과 사회지도층에서의 불상사들은 우리 낯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심지어 분노까지 일군다.

신뢰회복은 성숙한 사회와 건전한 성장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위로부터, 지도층부터 자신의신뢰계좌를 만들어 진지한 반성과 솔선수범 그리고 모두 함께 신뢰구축을 위한 실천노력을 강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