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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스티브잡스도 아이팟 대신 LP로…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7.25 1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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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지인들과 홍대 부근 어느 골목 어귀에 있는 술집을 찾았습니다. 술집이라 칭하기에는 어색한 감이 있네요. 이곳은 음악이 주연이고 술이 조연인 곳이니까요.

   LP 때문에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겪고, 결국 LP와 함께하는 삶을 택한 사장님이 신청곡을 틀고 있다. 벽면에 진열된 2만여장의 LP판과 최근에 바꾼 진공관 스피커가 LP만의 음색과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 최민지 기자  
LP 때문에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겪고, 결국 LP와 함께하는 삶을 택한 사장님이 신청곡을 틀고 있다. 벽면에 진열된 2만여장의 LP판과 최근에 바꾼 진공관 스피커가 LP만의 음색과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 최민지 기자
입구로 향하는 골목에는 70~80년대를 주름잡던 외국 가수들의 포스터가 즐비합니다. 이미 불혹을 넘긴 제 일행들은 발길이 바쁩니다. 들어서니 발걸음을 재촉했던 이유를 알겠더군요.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2만장의 LP판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곳곳에 자리한 손님들은 신청곡을 적어내고 있었죠. '평생' LP와 인생을 꾸려온 DJ겸 사장님은 진공관으로 스피커를 바꾸는 열정을 내비치며 턴테이블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턴테이블에서 돌아가는 LP판을 통해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가 들려왔습니다. 이제 중년이 된 그들은 한 목소리로 노래를 열창하더군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기타 동작을 따라 해도 이곳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미 빛바랜 추억이 된 '젊음'의 기억이 이곳에서는 생생히 재현되기 때문이죠. 아버지들로 하여금 소년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술이 펼쳐집니다. LP세대들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음악을 듣고 열광하죠. 음악은 노래 자체를 넘어 과거 내 모습의 한 컷 한 컷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도 집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아이팟 대신 LP판으로 밥 딜런, 비틀스, 롤링스톤스 노래를 즐겨 들었다죠. 추억을 파는 '8090 콘셉트'로 운영하는 업소들이 옛날 유행곡을 틀면서 인기몰이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LP로 칭하는 비닐 레코드 판은 1990년대 초반까지 음악을 재생하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였습니다. 1932년 RCA 빅터사(社)가 최초로 상용화 LP 음반을 출시했죠.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1950년 쯤 12인치, 7인치 LP 싱글을 선보이며 성공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LP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시대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현재 LP는 과거의 유산이 됐습니다. 이미 음악 재생의 대표매체 자리는 디지털기기로 넘겨준 지 오래죠.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LP를 잊지 않고, 젊은 층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1집 '별일 없이 산다'를 LP로 선보였고, 브라운아이드소울, 김C, 2AM, 빅뱅 지드래곤 등 소위 요새 가수들도 LP대열에 참가했습니다. 가왕 조용필도 19집 음반은 LP로만 1만장 주문을 받았다죠.

다시 홍대로 돌아가 2만장 LP판이 진열된 벽면을 보니 수많은 노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LP시대 이전에도 음악은 지속되어 왔고 현재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음반들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이 창조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죠.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곡들이 쏟아집니다. 기존 노래들이 워낙 많다보니 신곡들 사이에서 표절시비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죠.

그렇다면 표절은 어떻게 구분되는 걸까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음악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락, 리듬, 화음의 3가지 요소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가 일반적인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이 중 가락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합니다. 이에 개별적인 음표의 유사성보다는 그 음표가 어떻게 결합되어 연속되었는가가 중요하다고 하네요.

흔히 6마디 이내 또는 3마디 이내 악절이 유사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음악전문가들 의견과 일반 청중 입장에서의 판단도 고려됩니다. 결국 저작권 침해는 총체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으로, 저작권 침해로 최종 판단되면 법적 책임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