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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PRT인가, 경전철인가, 아니면 궤도택시일까

박대성 기자 기자  2013.07.25 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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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가 포스코(에코트랜스 주식회사)와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순천만PRT 사업의 명칭이 기관마다 제각각이어서 시민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PRT 개통에 맞춰 도로표지판 표기정립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명칭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순천만PRT사업의 사전적 해석은 'Personal Rapid Transit'으로 직역하면 '개인적인, 속도가 빠른, 수송(교통체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T'를 'Train(열차)'의 약칭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우리식으로 순화하면 '개인빠른수송체계' 정도이다. 순천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각종문서에 '순천만PRT'로의 정착을 희망하며 'PRT'로 쓰고 있다.

하지만 PRT사업을 줄곧 반대해 온 시민단체와 일부 시의원 등은 "PRT가 낯설다"며 '소형경전철'로 부르고 있다. 그렇다고, '경전철'이란 명칭도 PRT를 곧이곧대로 풀어주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輕)전철'이란, '중(重)전철'의 맞섬말이다.
 
'전철(電鐵)'은 전기철도 위를 달리는 전동차라는 뜻을 갖고 있다. 순천만PRT는 순천만에서 정원박람회장까지 4.6km를 지상 20m 높이의 교각 위에 놓여진 레일위를 지하철처럼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시속 50km(최대속력 60km) 속도로 달리게 된다.
 
'전철'은 '전기철도 위를 달린다'는 개념으로 볼때 부합되는 개념이지만, 지하철처럼 대량운송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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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스웨덴 기술진에 의해 시험 운행을 준비중인 순천만정원박람회장내 PRT 정류장. =박대성 기자.
 
순천만PRT는 승객을 태우는 객차가 1량(輛)에 불과하고, 최대 6명을 태운다는 점에서 50명 이상을 태우고 2량 이상을 딸린 경전철과는 성격이 다르다. '진주목걸이 마냥' 객차를 줄줄이 달고 다니는 지하철 개념은 더더욱 아니다.
 
순천PRT 주관부서나 민자회사, 시민단체마다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도 예뻐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25일 언론브리핑 자리에서 PRT명칭에 대해 "PRT는 6명이 타므로 경전철로 표현하기는 부적절하다. 부정적인 시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소형경전철'로 부르는 반대파 시민단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전철'이라고 부를경우, 용인.의정부 경전철처럼 실패한 경전철 사례가 오버랩되는 정략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집행부는 의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무인궤도택시' 또는 '무인궤도차량'으로 부르기도 한다.

무인으로 궤도를 따라 운행하고, 목적지까지 정차없이 논스톱으로 운행된다는 점에서 '무인궤도택시'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시도 도로위를 달리는 개념이 워낙 강해 이 역시 어울리는 작명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와관련해 순천만PRT 사업을 유치한 노관규 전 시장은 "경전철이라는 말은 나중에 누가 만들어 낸 것 같다. 기차는 여러량을 달고다니는게 전철 아니냐. 공식명칭은 PRT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무인궤도택시' 정도일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업무를 주관한 시청 최모 국장은 "PRT를 최대 6명까지만 탈 수 있고, 번역하면 '개인교통운송수단' 정도이므로 '무인궤도차'라고 해야 맞다"고 했고, 실무자인 시청 백모 담당은 "전철은 보통 10량 이상, 경전철은 150명 이상이 타고 1량반 정도되는 크기이기 때문에 '무인궤도택시' 정도가 성격에 맞다"고 말했다. 

순천만PRT 용어에 혼란을 주는데는 포스코(에코트랜스)가 세계 최초로 특허공법을 도입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순천시와 포스코가 2009년 기획한 실시협약 체결당시에는 '순천 소형경전철' 사업이었다. 국내 첫 사업이어서 마땅한 이름이 없어 '소형경전철'로 작명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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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25일 포스코와 순천시와의 PRT협약식. 사진 왼쪽부터 박상순 과장, 최덕림 국장, 노관규 순천시장, 이동희 포스코 사장.ⓒ순천시.

하지만, 이후 순천시와 포스코가 양해각서 체결 당시(2009년9월25일) 서울 포스코본사에서 치러진 협약식에서는 '순천만 PRT 사업 추진 MOU 체결식'이라고 표기했다. PRT를 줄곧 반대해 온 시민단체들은 첫 실시협약서 명칭대로 '소형경전철'이라고 부르고 있다.
 
영어를 전공한 전문가들도 번역어이기 때문에 넓게 해석했다. 로사 영어강사는 "무인궤도택시 또는 무인자동택시 아니면, 무인경전철로 부르는게 낫지 않겠냐"며 자동운행되는 '무인'에 방점을 찍었다.
 
이같은 혼란은 민자회사인 포스코(에코트랜스)의 유보적 입장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코트랜스 관계자는 "순천만PRT 사업이 국내 처음으로 하다보니 통일된 명칭이 없다"며 "개통 즈음에 정확한 이름을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에코트랜스 홈페이지에는 순천만PRT 사업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같은 혼란은 10년전 교육부와 전교조의 명칭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심각한 갈등을 겪던 시기였다. 교육부는 철자 첫글자를 따서 편의대로 '나이스'로 불렀다.
 
'나이스(Nice)'라는 좋은 이미지를 겨냥한 의도된 설정이었다. 반면 전교조 등은 고집대로 '네이스'로 불렀다. 양측이 첨예하자 교육세미나 같은 곳에가면 '네이스'와 '나이스'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이꼴저꼴 보기싫다"며 '엔이아이에스(NEIS)'로 말하는 부류도 적잖게 있었다.

순천 토박이 양모씨(53)는 "지금 명칭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것은 과거 화상경마장 사태처럼 신대지구 특혜의혹과 PRT 사업이 내년 순천시장 선거의 핫이슈로 또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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