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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남도의회의 싸가지 없는 민주주의

장철호 기자 기자  2013.07.25 10: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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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민주주의=다수결의 원칙. 그건 싸가지 없는 민주주의야."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절대 다수인 전남도의회의 의회 운영에 통합진보당 의원이 일침을 가했다.

전남도의회 진보 교섭단체인 진보의정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민 도의원(통합진보당, 보성1)은 지난 17일 제279회 1차 정례회 5분 발언을 통해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니까, 표결로 하자고 몰아 부친는 행태는 싸가지 없는 민주주의다"고 힐난했다.

그는 지난해 5월말 출범한 진보의정의 대표로서 참담한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해 "소수에 대한 배려는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박준영) 지사의 일방적인 도정만 존재했다"고 악평했다.

특히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요구했으나, "5분 발언으로 하면된다. 상대가 없는데 대표연설이 왜 필요하느냐"며 (윤시석 운영위원장, 김재무 의장이) 의견을 묵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는 각 정당의 정치성을 가진 의원들이 존재하며, 무엇보다 민주당 일색인 전남도의회가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선의의 정책대결과 견제, 감시 기능을 높이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전남도의회의 행태는 당수의 횡포다"고 비난했다. 현재 5개 광역시.도의 경우 소수 교섭단체 대표가 대표연설을 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무엇보다 그동안 전남도의회는 소수를 견제하기 위한 감정적 대응, 아전인수격 이기주의, 그리고 뒷골목 깡패같은 찌질한 모습을 보여줬다.

진보 성향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을 의도적으로 부결시키는가 하면, 상임위가 부결한 안건을 재번복하고, 음주 뺑소니에 폭행,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회기중 도박판을 벌이거나, 외국 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기고 했다.

그나마 일부 지각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안주용 의원(박준영 지사에게 물세례를 퍼부은 의원) 제명 표결에 과감히 반대의사을 표시, 실낱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결은 합리적 이성에 기초해야 한다. 합리적 이성은 소통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국민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수결의 원칙은 무한 권력을 백지위임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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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임기동안, 전남도의회가 소수 의견을 청취하고, 배려하는 싸가지 있는 의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희극배우 윤문식씨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싸가지'란 단어는 싹수(전라도 사투리)의 방언으로 '싸가지 없다'는 뜻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다.

전남도의회는 기존 민주당과 교육위원 5명-한나라당 1명으로 구성된 '미래전남'과 통합진보당 4명, 무소속 4명으로 구성된 '진보의정' 등 3개 교섭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교섭단체는 예결위 등 각종 위원회 구성 시 일정 비율의 위원을 요구할 수 있으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