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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 320i 부드러운 터보 드라이빙, 320d 아성 꺾을까?

직렬4기통 트윈파워터보 가솔린…8단 변속에 디젤엔 없는 세밀한 감·가속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7.23 14: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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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그먼트가 준중형 시장이다. 최근 준중형 세그먼트 주 타겟인 20~30대 젊은층들의 소비 성향이 수입차 브랜드로 변화하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들을 향한 구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독 수입차 업계 1위인 BMW만이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BMW 준중형급인 3시리즈가 소비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으면서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BMW는 오일쇼크가 두 차례에 걸친 폭풍의 영향으로 마침내 소형차인 BMW 3시리즈(이하 3시리즈)를 출시했다. 이후 지난 37년간 3시리즈는 6세대에 걸쳐 평균 한 세대당 6년 정도씩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출시 후 현재까지 1251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특히 1세대(E21) 모델은 출시와 동시에 BMW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수많은 타이틀과 수식어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BMW가 소비자들에게 명차로 인식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러한 3시리즈의 대표 차종은 320d 모델로, 'BMW'라는 네임벨류가 우수한 디자인 및 성능과 어우러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고유가로 인해 디젤 엔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높은 320d의 인기는 경쟁사 모델은 물론, 동일 모델에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320i마저 주눅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320i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 셀링 모델인 BMW 320d에 가려진 320i가 과연 어떠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시승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시승코스는 일산 라페스타에서 출발해 △자유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을 거쳐 수원역을 왕복하는 총 130㎞에 해당하는 거리다.

◆무광 우드패널 '올드' 분위기

320i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320d와 큰 차이가 없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커진 몸집은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취향에 적합해 보인다.

   320i는 비록 320d 그림자에 가려지긴 했지만, 본인만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만 있다면 그 어느 차종에도 뒤지지 않은 성능과 디자인 등을 갖췄다. ⓒ BMW코리아  
320i는 비록 320d 그림자에 가려지긴 했지만, 본인만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만 있다면 그 어느 차종에도 뒤지지 않은 성능과 디자인 등을 갖췄다. ⓒ BMW코리아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4624㎜ △너비 1811㎜ △1429㎜로, 구형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104㎜, 50㎜ 늘어났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늘어나면서 성인 4명이 타고 큰 불편함 없이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실내는 무척 커졌다.

외관은 더욱 강인해진 얼굴에 날렵함을 입혀 보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개성이 넘쳤다. 물론 제원상으로는 너비가 줄었지만, 실제로 봤을 때는 차체가 균형적이고 와이드하게 느껴진다. 특히 상급모델인 5시리즈와 혼동할만한 리어 라인이 돋보인다. 후면부는 기존 5세대와 비교해 조금 톤 다운된 모습이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조합을 고려하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한편, 안정된 분위기가 연출된 실내 인테리어는 숨겨진 고급스러움이 긍정적인 요소다. 중앙 가로축을 기준으로 무광 우드 패널이 들어가면서 올드한 느낌을 선사한다. 센터페시아도 간결하게 꾸며졌으며 가장 위에 고정형 팝업 멀티미디어 모니터를 장착했다. 16대9의 와이드 화면 채택으로 시원한 시인성을 자랑한다.

◆가솔린 특유 부드러운 변속에 세밀한 감가속까지… 터보 성능은 글쎄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과는 다른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BMW에 터보 엔진'이라는 난관을 극복한 320i의 엔진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안정된 분위기가 연출된 실내 인테리어는 중앙 가로축을 기준으로 무광 우드 패널이 들어가면서 올드한 느낌을 선사한다. 센터페시아도 간결하게 꾸며지는 등 숨겨진 고급스러움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BMW코리아  
안정된 분위기가 연출된 실내 인테리어는 중앙 가로축을 기준으로 무광 우드 패널이 들어가면서 올드한 느낌을 선사한다. 센터페시아도 간결하게 꾸며지는 등 숨겨진 고급스러움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BMW코리아

스포츠모드 주행시 가속 페달을 밝자 힘찬 배기음과 함께 앞으로 미끄러진다. 기본이 스포츠 세단인 만큼, 밟고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선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에 꾹 밟았다.

사실 320i 모델의 핵심은 실키 식스(Silky Six; 실크처럼 부드러운 회전질감의 6기통 엔진)였다. 고유가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통과 철학'을 이유로 BMW의 자랑인 '실키 식스'이라는 고배기량 엔진을 탑재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528i, 328i 등 모델에 장착된 6기통 엔진을 들어내고, 4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넣었다.

문제는 그 아래 등급인 320i 모델. 출력이 부족한 NA엔진을 장착하기도, 디젤엔진만 출시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결국 BMW는 328i와 동일한 엔진 세팅을 통해 다른 출력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320i에 장착했다.

이렇게 완성된 1997cc 직렬 4기통 트윈파워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6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여기에 '8단'이라는 고단 변속기 채택으로 매우 부드러운 변속도 이뤄졌으며 더욱 세밀한 감가속이 이뤄졌다. 디젤 엔진의 그것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터보 작동이나 소음 부담 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다만 터보엔진에 큰 기대를 했던 만큼, 돌아오는 실망도 만만치 않았다. 일반엔진보다 향상되긴 했지만, 튀어나가는 힘이 그리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타이어 접지력이나 핸들링 성능은 합격점이다. 주행모드에 맞춰 적당히 바꿔주는 묵직함도 훌륭하다.

320i의 복합 연비는 12.8㎞/L이다. 터보 엔진이라는 점을 배제하더라도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워낙 연비가 뛰어난 320d의 영향 탓인지 큰 만족감을 느끼진 못했다.

전체적인 320i 느낌은 엘리트 동생을 둔 우수한 형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완벽한 가까운 320d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유가로 인한 '디젤 열풍'이라는 주변 환경도 320i를 향한 공평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천적 상황을 배제하고 320i만을 두고 본다면, 아직 가솔린 엔진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할 만한 매력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던 차종이다.

BMW 320i 모델 국내 가격은 △320i 4530만원 △모던라인 5050만원 △스포츠라인 5180만원 △럭셔리라인 5290만원(모두 VAT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