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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주택지형도⑦] 주택협동조합시대… 넓지 않아도 '소통 가득' 행복주택

전세값으로 질 좋은 내집마련… '소행주' 성공비결 '열린 집'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7.23 13: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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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후쯤 우리 주거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생활공간 곳곳에 각종 IT 센서가 배치돼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다양한 모습의 생활가전 로봇이 가정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친환경 주거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공간이 보다 쾌적해지고, 각종 테마형 마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전에 없던 편의시설들이 등장하더라도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은 10년 후에도 '대표주택'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 특성상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주택시장 베이스 자체가 다르다"며 "두 나라 주택문화가 단독주택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 우리는 아파트 위주, 즉 수평개발이 아닌 수직개발로 엄청난 고효율을 내왔는데, 50년 후라면 혹시 모를까 빠른 시일 내 아파트 아닌 다른 주거형태가 보편화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주거개발이 정체돼 있는 건 아니다. 어찌됐건 '주(住)'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 미래주택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집자주>

코하우징(Co-Hous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첫 주택소비자협동조합도 생겼다. 바로 '하우징쿱'이다. 건축전문가를 비롯해 50여 조합원으로 구성된 하우징쿱은 중저소득층에게 친환경 자재를 사용, 질 좋은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하우징쿱은 그 첫 번째 시범사업으로 서울 은평구에 공공토지임대부 협동조합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토지를 40년 동안 연이율 1%로 빌리고 조합원은 주택 건설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전세금 정도 돈으로 질 좋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하우징쿱 설명이다.

유럽에선 이런 건축주택협동조합이 19세기 중반부터 활동해 왔다. 1970년대 주택부족 문제가 해소되자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공유주택' 틀이 마련된 것이다. 주택 내부에 공유공간을 두고 입주 세대가 모여 가사나 육아 부담을 더는 식이다. 주택협동조합이 주거난 해법으로 떠오른 이유기도 하다.

◆한지붕 아래 이웃사촌 '코하우징'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소행주(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만들기)'와 부산 '일오집',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락'이 딱 이런 사례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소행주는 공동체 주택생활이 주목받게 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사실 소행주는 협동조합 형태는 아니다. 1990년대부터 서울 마포구에 '성미산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일궈온 주민들이 2011년 마을기업 '소행주'를 만든 게 시초다.

  부산 대연동 '일오집'. 일오집 이름은 '14+1'에서 따왔다. 14가구가 모여 살면서 1채의 공동공간을 함께 꾸려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하우징쿱  
부산 대연동 '일오집'. 일오집 이름은 '14+1'에서 따왔다. 14가구가 모여 살면서 1채의 공동공간을 함께 꾸려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하우징쿱

코하우징 생활에 뜻을 같이 한 소행주 아홉 가족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빌라를 구입, 설계부터 건축까지 전 과정을 자신들 의견에 맞게 지었다. 이것이 한 지붕 아홉 가족 '소행주 1호'가 탄생한 과정이다.

소행주 성공비결은 '열린 집'이라는 데 있다. 소통 없는 집은 결코 행복한 집이 될 수 없다는 게 소행주 믿음이다. 소행주 전용면적은 50~122㎡ 남짓이다. 중대형 아파트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칫 좁게 느낄 수 있는 평수지만 이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개인공간(집)을 좁게 쓰는 대신 공동공간을 넓게 쓰자는 데 의견을 모은 까닭이다.

코하우징에 대한 관심은 민간 뿐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첫 코하우징형 공동임대주택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코하우징 주택이 많이 제공된 일본 경험을 참고해 지은 것이다.

다음은 지난 7월4일 은평구청 본관 7층서 열린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제24차 특별포럼'서 주제발표를 맡은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발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을 진단한다면.
▲과거 주택문제는 주택부족과 주택가격 급등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주택공급과잉과 주택가격 하락이 문제다. 주택문제가 해결됐지만 여전히 주거불안정은 심화되고 있으며 주거불안정을 확대시키는 새로운 주택문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렌트푸어, 하우스푸어 등이다.

-주택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주거불안정 해소를 위해서는 수요자 맞춤형 주거서비스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확대 정책 관성이 지속되고 있다. 총량위주 주거복지정책은 추진 과정서 새로운 주거복지서비스 수요를 유발해 전체 주거복지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전면 철거 중심의 재개발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대표적 사례다.

  하이징쿱은 지난 7월4일 은평구청 본관 7층 대회의실에서 제24차 특별포럼을 실시,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정의와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대안적 공공임대주택과 주택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논했다. = 박지영 기자  
하이징쿱은 지난 7월4일 은평구청 본관 7층 대회의실에서 제24차 특별포럼을 실시,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정의와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대안적 공공임대주택과 주택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논했다. = 박지영 기자

-대안은 없나.
▲새로운 주거불안정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하지 않는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안정을 위한 서비스 공급이 필요하다. 공공주체에 의한 공급 외 다양한 민간 주체를 활용한 대안적 공급모델 개발이 절실하다.

-주택협동조합이란 뭔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주택부문에서도 다양한 주택협동조합 모델이 검토 중이며, 다양한 주체들이 주택협동조합 결성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택협동조합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서울시가 가양동에 임대관리형 주택협동조합을 처음으로 시도 중인데 소유형, 주택건설형, 지분형 협동조합으로 확대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적 모형 중 하나인 주택협동조합을 신규개발, 재정비사업, 민자사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