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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주택지형도⑤] 돈 낸만큼 서비스? 실버타운은 '새 가족공동체'

100세시대 정 붙은 곳에서 살아야… 지역사회소통‧공동체결속 왕성할수록 건강

나원재 기자 기자  2013.07.23 11: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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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후쯤 우리 주거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생활공간 곳곳에 각종 IT 센서가 배치돼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다양한 모습의 생활가전 로봇이 가정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친환경 주거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공간이 보다 쾌적해지고, 각종 테마형 마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전에 없던 편의시설들이 등장하더라도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은 10년 후에도 '대표주택'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 특성상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주택시장 베이스 자체가 다르다"며 "두 나라 주택문화가 단독주택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 우리는 아파트 위주, 즉 수평개발이 아닌 수직개발로 엄청난 고효율을 내왔는데, 50년 후라면 혹시 모를까 빠른 시일 내 아파트 아닌 다른 주거형태가 보편화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주거개발이 정체돼 있는 건 아니다. 어찌됐건 '주(住)'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 미래주택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집자주>

저출산·고령화가 지구촌 실버산업의 빠른 변화를 갈수록 재촉하고 있다. 관용되는 '늙어가는 대한민국'이란 수식어도 이제는 마냥 앉아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실버타운도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그만큼 준비할 것 또한 산적하다. 때문에 10년 후는 어쩌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들썩이는 대한민국 실버타운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 따른 의학기술 발전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이어졌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고 있는 이유다.

   
"100세 시대, 정든 곳에서 사는 게 답"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 실버타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설형 실버타운의 진화가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노블카운티' 내 헬스장.  ⓒ 노블카운티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이 7.2%에 도달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2020년에는 15.7%, 2030년에는 24.1%, 2040년에는 32%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균수명도 2000년에는 75.9세였으나, 2020년에는 80.7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나라의 주요계층을 노인인구가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도시화와 핵가족화 현상은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노부모 부양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 혼자 또는 노부부끼리 생활하는 가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져 노인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가치관의 변화도 실버타운의 수요 증가에 한 몫 하는 분위기다.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재산으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해졌다.

상황은 이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공급된 실버타운의 경우,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된 사례를 찾기란 어렵다. 오랜 부양에 대한 보수적인 정서와 실버타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도 못내 아쉽다는 지적이다.

성공적인 실버타운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콘셉트형 실버타운이 미래형 주택 중 하나의 범주로 떠오르고 있다.

◆떠오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래한 100세 시대에 '정든 곳에서 사는 게 답'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어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를 건강과 소득, 사회서비스, 주거로 추렸을 때 주거가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지영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장은 "건강은 사회보험이 있고, 정부가 노인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부머들이 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소득도 상당부분 해결되고 있다"며 "사회서비스도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하고 있어 괜찮지만, 주거 문제는 투기의 목적이 우선되고 있는 등 정책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장기요양이 도입되면서 요양원을 근사하게 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요양원이 해결해준 곳은 없다"며 "젊은이들의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강조했다.

  시설형 실버타운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고령화에 따른 서비스를 주고 받는 개념이 아닌 가족같은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노블카운티' 내 물리치료실. ⓒ 노블카운티  
시설형 실버타운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고령화에 따른 서비스를 주고 받는 개념이 아닌 가족같은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노블카운티' 내 물리치료실. ⓒ 노블카운티

김 회장에 따르면 우리는 지자체에서 관련 대책을 진행 중이지만, 내공 있는 정책은 나오지 않은 채 UN의 목표인 고령 친화적인 커뮤니티를 무작정 쫓기만 하고 있다는 설명. 별별 쏟아지는 프로젝트만 즐비할 뿐,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고령친화 도시 콘셉트가 없었다는 것으로, 김 회장은 "다행히도 3년마다 열리는 UN '에이징 프랜들리 시티' 회의를 다녀와서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은퇴 후 귀농귀촌을 하더라도 후에는 반드시 의료 등 케어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이 또한 고령친화도시 콘셉트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이를 두고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며 트렌드의 변화를 간략히 짚었다.

"최근 '세계 노년학 대회'가 있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 고령자를 부양할 생산인력이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미국도 실버타운이 유행했었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로, 65살 은퇴 후 4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그런 곳으로 은퇴를 해서 갈 것인지, 아니면 에이징 프랜들리 시티를 만드느냐 생각해야 합니다."

노블카운티 관계자는 "이곳은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서비스를 주고받는 개념이 아닌, 가족같은 분위기로 또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며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아파트와 같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노블카운티에서 거주하는 노인들은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크며,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 또한 굉장히 활발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찾아뵙는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는 설명이다.

◆실버타운은 변신 중

이에 따른 변화 또한 흥미롭다. 노블카운티에서는 산책로와 주말농장이 있어 어르신들이 고추와 상추를 제배하고, 가족과 오두막에서 삼겹살에 상추를 함께 즐기는 등 개방적인 커뮤니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된다. 노블카운티는 현재 스포츠센터와 어린이집, 산책로를 지역주민에 개방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현재 노블카운티에서 스포츠수업을 수강하며,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으며, 산책로를 공원삼아 방문하며 이곳 노인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다.

이곳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주민은 "이곳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계셔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예절을 몸에 익힐 수 있다"며 "이는 보통 어린이집이나 학교와는 다르게 주입식이 아니라서 대부분 부모들이 다들 만족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곳은 미래형 첨단기술을 먼저 다가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었다. 시설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은 변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기계적인 변화보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가 아무래도 중점적이다.

노블카운티 관계자는 "이곳은 지난 2001년 개원 당시부터 어르신들의 안전과 건강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며 "세대 내 '생활리듬센서' 등 응급 시스템을 갖추고, 곳곳에 의자나 안전바 설치, 건물 내 연결통로를 만드는 등 어르신들에 맞게 건물이 구조화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은 기계지만, 어르신들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딱 떨어지지 않는다"며 "간호사들이 일정기간 모니터링을 하고, 건강관리 계획을 세워 치료를 하며, 문제가 있을 때 가족과 연계해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가족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유비쿼터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지만 아무래도 미래형 통신과 IT 서비스 분야와의 접목은 아직 이르다는 것. 유비쿼터스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시스템화 돼 편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했을까. 노블카운티 관계자의 미래형 실버타운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이 이어졌다.

"앞으로는 미래형 통신과 IT 서비스 접목이 필요할 것입니다. 대책도 물론 있어야 하죠. 하지만, 지금 단계의 기술력으로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 50~60대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더라도 나이가 더 드시면 사용을 못하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발전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유비쿼터스를 뛰어넘는 기술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스템 뒷받침 절실, 인식 변화도 '필수'

한편 콘셉트형, 커뮤니티형 실버타운이 조심스레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적인 시스템의 변화 또한 덧붙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거스를 수 없다면 폭넓은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김지영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장은 "아파트 단지를 지으면 어린이집이 들어가야 한다는 법은 있지만, 같은 선상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야간 보호 개념의 '데이케어센터'는 없다"며 "데이케어센터가 얼마 이상의 대단지 이상에는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굉장히 속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이는 현재 쉼터 역할 밖에 못하는 경로당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아직은 혐오시설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문제다"고 꼬집었다.

노블카운티 관계자도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다면 우리도 진출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는 커뮤니티형으로 많이 발전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모든 것을 감안해 현재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