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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주택지형도④] 도시형생활주택에 '아이디어' 얹은 '일본형 콘셉트맨션' 인기

"이런 집 있으면 좋겠다" 특정소수 겨냥 아이디어주택… '취미 공동체' 눈길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7.23 1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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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후쯤 우리 주거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생활공간 곳곳에 각종 IT 센서가 배치돼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다양한 모습의 생활가전 로봇이 가정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친환경 주거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공간이 보다 쾌적해지고, 각종 테마형 마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전에 없던 편의시설들이 등장하더라도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은 10년 후에도 '대표주택'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 특성상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주택시장 베이스 자체가 다르다"며 "두 나라 주택문화가 단독주택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 우리는 아파트 위주, 즉 수평개발이 아닌 수직개발로 엄청난 고효율을 내왔는데, 50년 후라면 혹시 모를까 빠른 시일 내 아파트 아닌 다른 주거형태가 보편화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주거개발이 정체돼 있는 건 아니다. 어찌됐건 '주(住)'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 미래주택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집자주>

'S족(솔로족·1인가구)' 증가세가 가파른 상승세다. 우리나라 S족은 올해 471만명으로 30년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1990년대 일본(23%)이나 미국(25%)과 비슷한 수치지만, 증가 속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 따라서 이들을 겨냥한 아이디어 주택, 일본 콘셉트맨션의 등장이 예고된다.

  우리나라 솔로족은 현재 470만명을 넘어섰다. 증가세가 OECD 회원국중 가장 빠르다. ⓒ 통계청  
우리나라 솔로족은 현재 470만명을 넘어섰다. 증가세가 OECD 회원국중 가장 빠르다. ⓒ 통계청

손법동 대동국제산업조사연구원 대표는 "주택을 개발할 때도 자동차나 전자제품 만들 때와 같이 고객니즈에 부합하는 물건을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이런 집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부동산개발사가 기획해 그것을 건축가가 실현하는 것, 그게 바로 콘셉트맨션"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일반원룸에 세입자 색(色)을 입힌 게 콘셉트맨션이란 얘기다. 실제 콘셉트맨션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소수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 좋은 사람 여기모여라"

일본 첫 콘셉트맨션은 도쿄 호난초 역 부근 'HN아파트'. 신주쿠에서 지하철로 13분 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전철서 내린 뒤에도 10분은 족히 더 걸어야 한다. 시공사가 이 땅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역에서부터 도보 7분 거리 내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어의 침상'을 닮은 토지 모양도 땅값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HN아파트 부지는 폭 5m, 너비 25m로 매우 가느다란 형상을 띄고 있다.

  바이커즈맨션이 큰 파란을 일으키자 곧바로 니시에이후쿠에 역 부근에 NE아파트가 지어졌다. 1층에 오토바이를 보관할 수 있도록 건물형태를 U자로 설계했다. ⓒ 대동국제산업조사연구원  
바이커즈맨션이 큰 파란을 일으키자 곧바로 니시에이후쿠에 역 부근에 NE아파트가 지어졌다. 1층에 오토바이를 보관할 수 있도록 건물형태를 U자로 설계했다. ⓒ 대동국제산업조사연구원

그렇다면 HN아파트가 미분양 없이 순위 내 마감할 수 있었던 이윤 뭘까. 아이디어 탓이 컸다. 유일한 장점인 '7호선 간선도로'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HN아파트는 역에선 멀지만 간선도로와는 딱 맞붙어 있는 곳이었다.

이에 시공사는 오토바이를 가진 세입자를 타깃으로 '바이커즈맨션'을 기획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에겐 지하철역보다 간선도로와 가까운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2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1층에는 오토바이를 세워놓을 수 있는 주차공간을, 2층에는 평균 23㎡ 안팎의 주거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총 8가구 소규모 아파트지만 월 임대료가 10만~16만엔(145만~230만원)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손 대표는 "도쿄에는 오토바이 주륜장이 준비된 임대주택이 많지 않아 도로에 세웠다가 동네사람들로부터 클레임이 걸리거나 도난당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주택 내부에 오토바이를 세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오토바이족에게 바이커즈맨션은 꿈의 집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틈새시장 겨냥 맞춤형 주택 '눈길'

일본서 콘셉트맨션 중 가장 보편화된 것은 도심의 세컨드룸이다. 교외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나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다. 도심 건물 사이에 가늘고 길게 '일자(一字)'로 들어선 건물은 대부분 세컨드룸이다.

일본 최대 수산시장으로 꼽히는 츠키지 어시장 인근에 위치한 'CTT165' 역시 눈여겨 볼만한 세컨드룸이다. 약 8.5㎡ 면적에 스탠딩샤워룸, 화장실, 취사시설 등이 갖춰져 있으며, 임대료가 주변시세보다 약 4만엔 정도 저렴하다.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한 다이어트맨션도 이색적이다. 이곳은 체중증감과 집세를 연동해 운영하는 독특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3개월마다 체중을 측정해 1kg당 1000엔의 집세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곳에는 러닝머신과 밸런스 볼 등을 갖춘 운동룸이 따로 있으며, 모든 식사는 칼로리를 계산해 제공한다. 또 거실은 식욕억제 효과를 주는 청색으로 꾸며져 있는 게 특징이다.

  일본 콘셉트주택 일환인 서울 이대역 마에스트로. 지난해 2월 완공된 이곳은 월세만 60만~70만원 수준이지만 지방서 상경한 여대생들이나 여성 직장인들로 임대가 늘 완료된 상태다. ⓒ 한미글로벌  
일본 콘셉트주택 일환인 서울 이대역 마에스트로. 지난해 2월 완공된 이곳은 월세만 60만~70만원 수준이지만 지방서 상경한 여대생들이나 여성 직장인들로 임대가 늘 완료된 상태다. ⓒ 한미글로벌

와인 애호가를 위한 맞춤형 와인아파트도 눈길을 끈다. 도교 시부야구에 위치한 이곳에는 유명 소믈리에가 주말마다 출장을 온다. 또 지하에는 최대 와인 1만병을 보존할 수 있는 와인셀러 공간이 있으며, 각 가구별로 테스팅카운터와 미니와인셀러, 와인글라스 쇼케이스 등이 비치돼 있다.

이외에도 철로변 등 소음이 심한 부지에 방음시설을 강화, 각종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기획한 뮤지션맨션도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여성전용 콘셉트맨션이 있다. 2012년 2월 완공된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150번지 이대역 마에스트로 도시형생활주택이 바로 그것이다. 마에스트로 특장점은 '보안'과 '여성특화'다.

지문인식 출입시스템은 기본이고 전후면 우편물 수취함과 무인택배시스템을 도입해 외부인 출입을 원천 차단했다.

주민공동시설 또한 꽤나 여성스럽다. 1층엔 여성패션 잡지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으며, 방문손님들이 대기할 수 있는 접견실도 따로 있다.

최덕배 한미글로벌 개발사업부 차장은 "그동안 여성전용 고시텔이나 원룸은 많았지만 마에스트로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은 없었다"며 "KT텔레캅 CCTV만 모두 16개 채널로 배달원은 물론 집배원조차 남자라면 절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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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 콘셉트맨션에 대한 손법동(사진) 대동국제산업조사연구원 대표와의 일문일답.

- 일본 콘셉트주택의 역사와 앞으로의 전망.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형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다. 맞춤형 주택인 콘셉트맨션이 발달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현재 일본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다양한 종류의 콘셉트맨션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소형주택을 대거 공급해 경쟁이 심해진 건설사들의 유일한 돌파구인 셈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주택시장 형성과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새롭게 활용할만한 주거형태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잘 알려진 와인아파트나 오토바이맨션 외 다른 게 있다면.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TOYO16'맨션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서른 살 넘은 미혼자가 많다. 그래서 '결혼을 위한 활동'이란 말을 줄인 '콘카츠'가 붐이다. 이 말은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콘카츠 붐을 반영한 맞춤형 만남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맨션이 바로 'TOYO16'이다. 세입자를 남녀 균등하게 배분해 서로 친구들을 초대, 자연스럽게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거나 아파트 정원서 매주 이벤트를 개최해 이성간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