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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주택지형도③] 닭장같은 오피스텔 대신 호텔식 '레지던스 스타일'

원룸 위주서 투룸‧쓰리룸 1인가구도 제각각… 아파트에 뒤지지않는 편의시설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7.23 10: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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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후쯤 우리 주거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생활공간 곳곳에 각종 IT 센서가 배치돼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다양한 모습의 생활가전 로봇이 가정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친환경 주거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공간이 보다 쾌적해지고, 각종 테마형 마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전에 없던 편의시설들이 등장하더라도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은 10년 후에도 '대표주택'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 특성상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주택시장 베이스 자체가 다르다"며 "두 나라 주택문화가 단독주택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 우리는 아파트 위주, 즉 수평개발이 아닌 수직개발로 엄청난 고효율을 내왔는데, 50년 후라면 혹시 모를까 빠른 시일 내 아파트 아닌 다른 주거형태가 보편화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주거개발이 정체돼 있는 건 아니다. 어찌됐건 '주(住)'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 미래주택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집자주>

#1.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골드미스' 이하나(37·여)씨는 최근 서울 강남에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했다. 한 달 월세만 120만원에 육박하지만 거리낄 게 없다. 월수입이 100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그 정도 월세는 부담스럽지 않다.  

#2.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김민희(32·여)씨는 하루 8시간씩 한 달을 꼬박 일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단돈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본가가 지방인 탓에 원룸텔에 사는 김씨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30만원을 내고 있다.

#3. 중견기업 간부인 박희수(54·남)씨는 부인과 아들을 필리핀에 유학 보내고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 25만원을 내고 회사 근처 빌라서 혼자 살고 있다.

네 집 건너 한집이 '나홀로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 우리나라 1인 가구수는 414만2000명으로 10년 전 191만8000명 보다 1.9배 늘었다.

남자는 혼인 직전인 28세(17.3%)에 1인 가구 비율이 정점을 찍었으며, 여자는 26세(13.0%)에 1차 정점에 달한 뒤 배우자와 사별로 79세(36.9%)에 2차 정점을 보였다.   

◆1인가구, 10년 새 1.9배 급증

1인 가구도 다 같지만 않다. 2030세대 학생일 수도 있고, 3050세대 싱글족일 수도 있다. 국내외 기러기족이거나, 주말부부일 수도 있다. 실제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왔던 '1~2인 가구'는 연령이나 소득수준, 거주상태 등에 따라 뚜렷이 나뉜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핵가족이라고 해서 다 같지만 않다"며 "자취하는 사회초년생과 골드미스, 시니어싱글은 1인 가구라는 것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

김 센터장은 이어 "사회초년생의 경우 집은 작아도 대중교통이 편리해야하지만 골드미스는 대부분 자차가 있어 무엇보다 주거의 쾌적성을 중요시 여긴다"며 "핵가족 빅뱅시대를 맞아 타입별 세분화 주택이 곧 각광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보편화한 초소형 원룸주택이 앞으로는 소비자 니즈에 맞게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예를 들어 골드미스가 사는 집에는 범죄예방 환경예방설계(CPTED)를 적용해 CCTV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고, 지하주차장도 주차하기 쉽도록 폭넓게 강화될 것이다. 또 충분한 의류보관이 가능하도록 10자 이상 붙박이장이나 드레스실을 마련하고, 최소 40켤레 이상 수납가능한 신발장도 요구된다.

여기에 별도 아이템으로는 느긋하게 거품목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와 욕실 샤워 공간 내벽에 몸매체크를 위한 전신거울 등도 필요하다.

◆평면전쟁 '튀어야 산다'

이처럼 오피스텔 특화설계는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톡톡 튀는 내부설계로 시들해진 인기를 다시 끌어올려야만 한다.

요즘 공급되는 오피스텔 역시 실용적이면서 기발한 아이템으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 중이다. 과거 원룸 위주로 지어졌던 오피스텔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는 투룸, 쓰리룸으로 설계되고 있다.

또한 오피스텔 취약점으로 꼽혔던 환기문제와 답답한 구성은 미닫이창문과 테라스 설치로 극복하고, 아파트나 주택보다 높아 부담이 크던 관리비는 지역 냉·난방으로 보완하는 등 다양한 설계를 선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광교 에코 푸르지오 시티에 오피스텔에서는 보기 드문 세대분리형 복층설계를 도입, 1층과 2층을 똑같이 2.4m 층고로 설계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광교 에코 푸르지오 시티에 오피스텔에서는 보기 드문 세대분리형 복층설계를 도입, 1층과 2층을 똑같이 2.4m 층고로 설계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분양 중인 '광교 에코 푸르지오 시티'도 톡톡 튀는 평면설계로 선전 중이다. 일단 테라스가 없어 빨래 말릴 공간이 부족했던 오피스텔 벽면 서랍에 빨래건조대를 설치, 단점을 보완했다.

여기에 미닫이 창문, 일부 복층에는 테라스까지 제공돼 오피스텔의 단점으로 꼽히던 환기와 여유 공간이 없는 문제를 없앴다.

또 오피스텔에서 보기 드문 세대분리형 복층설계를 도입해 1층과 2층을 똑같이 2.4m 층고로 설계했다. 각 층별로 각각 화장실과 주방이 완벽히 분리돼 2개의 오피스텔이 붙어있는 격이다.

마곡지구에 분양 중인 현대엠코 '마곡 엠코 지니어스타' 오피스텔 역시 기존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선택형 디자인을 도입했다.

여성 싱글족을 겨냥한 파우더 기능 데스크인 '코지스타일(Cozy Style)'과 오피스용 데스크인 '댄디스타일(Dandy Style)'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디자인의 차별화와 실용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한화건설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분양중인 오피스텔 '상암2차 오벨리스크'에 욕실·주방 규모를 줄여 기존 평면보다 20% 가량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스마트셀' 평면을 도입했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한 오피스텔 실내 구조. ⓒ 네이버 블로그 캡처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한 오피스텔 실내 구조. ⓒ 네이버 블로그 캡처

게다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가구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무빙 퍼니처'도 설계에 적용해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업무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변화는 이뿐만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레지던스'로의 변신도 예고된다.

김 센터장은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레지던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한류를 타고 외국인 관광이나 비즈니스 방문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지던스 오피스텔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3~4년간 수익용부동산으로 각광받았던 주거용 오피스텔 투자수익률은 이미 연 3%대로 떨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