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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주택지형도①] '보살핌 인구' 갈수록 부족… 집안에서 헬스케어

IT-의료 접목 'U-헬스케어' 주택 속으로… 저출산·고령화 '평생 살 집' 지어야

나원재 기자 기자  2013.07.23 09: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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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후쯤 우리 주거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생활공간 곳곳에 각종 IT 센서가 배치돼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다양한 모습의 생활가전 로봇이 가정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친환경 주거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공간이 보다 쾌적해지고, 각종 테마형 마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전에 없던 편의시설들이 등장하더라도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은 10년 후에도 '대표주택'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회구조 특성상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주택시장 베이스 자체가 다르다"며 "두 나라 주택문화가 단독주택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 우리는 아파트 위주, 즉 수평개발이 아닌 수직개발로 엄청난 고효율을 내왔는데, 50년 후라면 혹시 모를까 빠른 시일 내 아파트 아닌 다른 주거형태가 보편화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주거개발이 정체돼 있는 건 아니다. 어찌됐건 '주(住)'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 미래주택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집자주>

공중에 떠 있는 도심, 각종 레일로 연결된 거대한 빌딩, 바닷 속 마을 등 공상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훗날의 주거 모습을 가까운 미래에서 구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IT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 발전상이 앞으로의 주택에 고스란히 스며들 것이라는 데엔 별 이견이 없다. 과학이 접목된 가까운 미래의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사회는 이에 따른 건강과 질 높은 삶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수준 향상과 환경오염의 심화, 다양한 질병의 확산도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와의 컨버전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주택 내 헬스케어 접목과 향후 발전 잠재력에 눈길이 쏠린다.

의료치유환경이 주거, 도시까지 확장되는 등 미래사회 유비쿼터스 주택은 공간적으로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들어서는 인터레이스 아파트 조감도. 6층짜리 31개동이 얽힌 구조로 총 1040가구 규모다. 건축설계사무소 OMA가 설계했다. ⓒ OMA  
싱가포르 중심가에 들어서는 인터레이스 아파트 조감도. 6층짜리 31개동이 얽힌 구조로 총 1040가구 규모다. 건축설계사무소 OMA가 설계했다. ⓒ OMA

이에 대해 한국실내디자인학회는 우리나라도 실제 케어인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 자체 기능성을 높이는 방향과 그 안에 IT를 도입해 거주자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몇 해 전 밝히기도 했다.

학회에 따르면 한국 미래주택의 경우, 대부분이 일반거주자의 편의나 주택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형태로 접근하고 있는 반면, 외국의 경우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인을 염두에 두고 실험하는 유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 미래주택은 인간의 삶을 다각도로 지원할 수 있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활환경으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건강과 관련한 발전이 병원과 주택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며, 갈수록 고기능화 돼가는 주택에서 헬스케어 기능은 하나의 보편적 기능으로 자리 잡아 주거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과의 내부 정보화 △온라인 휘트니스·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 △적외선 응급구호 서비스 등 정보통신 기술이 의료산업과 접목된 'U-헬스케어'가 앞으로는 보다 발전된 형태로 주택에 접목될 전망이다.

◆노인 염두 한 맞춤형 주택 등장

한편 미래형 주택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구조를 잘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가 주택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오는 2030년 인구가 정점을 찍고 이후 가족 구성의 변화가 생기면 주택변화도 자연스레 뒤따르며, 핵가족과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주택이 미래형 주택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인구 구성의 문제도 살펴봐야 합니다. 남녀 비율도 현재는 균형을 이루는 편이지만, 저출산·고령화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노인이 증가한다는 얘기죠. 그들은 신체적 약자에서 경제적 약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건축연구실 김수암 박사는 "단독주택은 평생 살면 되겠지만, 약자가 되면 집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단독주택이든 공동주택이든 앞으로는 평생 살 수 있는 집의 구조로 지어지는 게 좋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박사는 이어 "지금은 젊은 층이 많지만, 점점 고령화 되면 시설적인 측면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며 "공공주택의 경우 '데이케어센터'를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예전 가족 수가 기본 5명이었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1.5명으로 줄어든 데다 사회적 이혼, 부모와 자식이라는 구조가 깨짐에 따라 이들을 위한 집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과 노인 등 소득이 낮아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을 위한 주택도 고려돼야 한다.

이는 주택을 예전같이 공급하면 수요자가 없기 때문에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주택이 어떻게 나가야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메족(하우스메이트족)'과 쉐어드 하우스(공유주택) 개념의 주택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김 박사는 "에이징 믹스와 소셜 믹스를 위한 맞춤형 주택이 있기도 하다"며 "취미와 직업이 다른 사람, 게다가 재택근무까지 나오고 있는 등 실정에 맞는 맞춤형 주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비쿼터스 덤, 환경변화 대응 절실

"주택의 기본은 건물입니다. 유비쿼터스가 아무리 난리쳐도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죠. 처음에는 집만 지으면 됐습니다.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엘리베이터가 들어오며, 고층이 가능해지고, 전기와 전화, 통신선이 들어왔습니다. 유비쿼터스가 현재 마지막이죠. 환상을 얘기하지만, 결국 기본적인 게 있은 후 덧붙는 게 있어야 합니다. 유비쿼터스만 얘기하는 것은 상술입니다."

다소 흥미로운 발언이다. 김 박사는 "주택을 생각할 때 처음으로 사람을 생각해야 하며, 두 번째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잘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환경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구가 존재하는 이상 환경은 영원한 테마며, 환경이 없어지면 사람도 더 이상 없다는 논리다. 바꿔 말하면 유비쿼터스는 하나의 도구란 설명으로, 김 박사는 "모든 건물은 시스템화 돼 있고, 이후 들어오는 게 유비쿼터스의 속성이다"며 "에너지 등 환경은 필요하지만 유비쿼터스는 편리함을 돕는 도구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 박사는 미래형 주택에 있어 건물 골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쉽게 부품을 교체하는 것처럼, 건물도 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건물이 추우면 옷을 입히고, 더우면 벗기듯 에너지 효율을 잘 따져야 한다"며 "보통 친환경을 사용하는 에너지 절감으로만 말하는데, 건물이 생기고 없어질 때까지 발생하는 에너지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친환경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의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미래형 주택은 유비쿼터스가 자연스레 접목되지만, 이와 함께 사회구조에 따른 주택의 변화도 함께 일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