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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고용유연성이 70%도달 정답?

고용 촉진, 일·독 등 선진국도 고심…'과실'만 따려해선 곤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23 08: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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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독일과 일본의 경제 개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노믹스가 재신임을 얻은 상황이고 독일의 경우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유로존에서 선방하고 있는 케이스로 꼽힌다.

아베노믹스 드라이브가 한층 가속화되면서 주변국 영향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당국과 주요 연구기관이 독일식 고용 시스템에 시선을 보내면서, 일·독 양국의 문제를 들여다 보고 이해할 필요도 뒤따르고 있다.

정부 시간제 일자리 눈독? '미니잡' 한국에 오나?

정부가 시간제 근로자 이슈를 고용률 70% 돌파의 주요 병기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제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기획재정부가 재확인했다.

22일 공개된 '네덜란드·독일·영국의 시간제 근로 활성화 사례와 시사점' 정책 보고서는 이들 3국이 고용률 70%에 진입하는 기간 중 3∼4%대의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특히 고용률 70%대 진입 과정에서 시간제 근로 비중이 증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네덜란드는 1999년 고용률이 70%대로 진입하기 직전 5년간 총고용 증가율(2.6%)보다 시간제 일자리 증가율(3.6%)이 높게 나타났고 독일과 영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시간제 일자리가 고용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기재부의 해석이다.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는 특히 미니잡이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민간연구기관에서도 독일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1일 내놓은 '독일 고용률 73% 달성의 비결' 보고서에서 "독일의 명확한 목표 설정과 꾸준한 이행, 시간제 일자리로의 참여 유인, 노사간 협력 방식 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대기업 압박 본격화 '고용관련 각세우기?'

한편 일본 아베 내각은 이번 선거로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 개혁에 이제 메스를 본격적으로 대야 하는 시험 2막에 들게 됐디. 참의원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계에서 강한 정권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구조조정 등 산업 재편 경계령을 내리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성장 분야는 강화하는 한편 세제 및 금융 지원까지 동원해 과감한 산업 시스템 전환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특히 고용 및 노동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2일 '디플레이션 탈출 가능성 높아진 아베노믹스의 넘어야 할 고비'에서 아베노믹스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투자·고용·소비확대를 통한 선순환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을 압박해서라도 경제의 틀을 재편하려는 아베 내각이 고용 문제에서도 밀어붙이기로 일관할지 주목된다.

결국 독일과 일본의 상황과 가까운 미래 전망을 종합하면 박근혜정부가 현재 경제계에 대해 압박과 고용 창출 요구를 번갈아 사용하는 패턴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각국 지도자들이 대동소이한 과제에 노출돼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여성 고용 미니잡으로 풀려면 초기 재정 뒷받침 인색하지 말아야

   사진은 계산대에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대형마트 여성 파트타이머들. 기사 중 특정 내용과는 직접적 관련 없음. ⓒ  프라임경제  
사진은 계산대에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대형마트 여성 파트타이머들. 기사 중 특정 내용과는 직접적 관련 없음. ⓒ 프라임경제
그렇다고 독일이나 일본의 일정한 혹은 일부 패턴을 그대로 이식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특히 우리 같은 경우 여성 일자리 문제 취약 등 특수성이 있는데 미니잡 등을 그대로 혹은 그나마 축소된 형태로 들여와서는 곤란하다는 우려가 있다.

미니잡이 여성의 고용률 높이기에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상당한 정부 지출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런 문제를 외면한다면 박근혜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포기되고 70% 목표 집착으로만 치달을 여지가 높다. 프란체스카 베티오 이탈리아 시에나대 교수는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으로 연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미니잡과 여성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베티오 교수는 "2000~2008년 간 EU 27개국의 여성 고용이 1150만명 늘어났는데 이 중 절반이 시간제 고용"이라며 "2008년 경제위기 이전까지 여성 시간제 고용은 육아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유럽 고용 전략의 핵심적 요소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베티오 교수는 "시간제 고용 확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고용의 장단점이 균형을 이뤄야 하며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독일의 미니잡은 저임금 함정이, 이탈리아의 시간제 고용은 비자발적 시간제 취업 비중 확대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기 때문이다.

미니잡=저임금 우려에 대한 해법은 독일 학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노사발전재단이 마련했던 행사에서 게하르트 보쉬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교수는 '성공적인 일자리나누기 정책을 위한 6대 조건'으로 △초과근무 증가 방지 △임금보전 재정지원을 위한 중기 임금 패키지 △숙련직 양성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시간당 노동비용 동일 적용 △수요 변화에 맞춘 근로시간 조정 △낮은 고정 노동비용(임금에 비례하는 사회보장비용) △사회 계층별로 부합하는 근로시간 줄이기 및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지금 논의되는 시간제 근로 이슈에 대한 관심(독일식 미니잡 수입을 통한 현재의 고용 문제 해결 추진)이나 일본의 고용 촉진 등을 그대로 추진했다가는 '기업 팔비틀기' 논란이 일거나, 저임금 함정 등 다른 문제로 옮아가는 데 그칠 수 있다. 일정한 제도적 뒷받침과 재정 투입을 하지 않은 새 제도 도입이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선진국 연구자들의 조언에 귀를 막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