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추사와 제주선비의 학문교감, '하옳음 아카데미'로 재연한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21 13:22:5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섬에 찾아온 지식인은 숫자는 많지 않아도 뛰어난 조언자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오래 이야깃거리가 될 교분을 지역민들과 나누게 된다. 천주교 시비로 잘 나가던 형조좌랑에서 추락, 절해고도 흑산도에 이르른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써 지역의 유일한 산업인 어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지역경제에 이론적 배경을 깊이있게 파 준 셈이다. 경주 김씨인 추사 김정희도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횡포로 제주로 유배됐다. 제주에서 큰 탈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학구열과 이를 제주에 이식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가시 울타리 있는 집에 갇히는 위리안치에 처해졌지만, 향교의 유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의문당'이라는 현판을 써 선물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의 집에 연락해 제주 유생들이 필요한 책을 구입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나누던 섬 안팎 사람들간의 이 같은 교분이 21세기 한국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경제를 연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제주에서 탄생했다. 천주교 등 종교계와 서울에서 오래 실물경제 전문가로 활동한 이, 지역의 대표적 지식인 등이 의기투합해 사회적협동조합 '하옳음'을 출범시켰다.

20일 천주교 제주교구 가톨릭회관에서 창립총회를 무사히 치르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항해에 나선 하옳음은 대표로 문덕영씨를 선출했다.

◆"청정의 섬 제주에 정당한 사회 건설할 것"

문 신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제주는 세계가 인정하는 청정의 섬으로 수눌음과 혼디의 아름다운 정신이 녹아든 섬"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갈등과 고통, 개발을 내건 자연파괴와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현재의 위기를 진단했다.
 
문 신임 대표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존중받고, 노력한 만큼 지불한 만큼 그에 상응한 정당한 대가를 얻는 정당한 사회, 젊음을 자식과 나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 등 최소한의 것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적 책무에 봉사할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의 창립 이유를 분명히 선언했다.
 
지역경제 연구할 지식터전 구상 눈길

이런 가운데, 하옳음은 창립을 추진하는 단계부터 협동조합의 육성과 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연구할 공간을 마련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옳음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의 창출을 위한 연구와 간행물 발간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옳음 아카데미라는 부설 지역경제 연구소 활동 아이디어다.

실제로 하옳음에는 불교와 정책 대표로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연공 스님은 물론 김형길 제주대 교수, 조계숙 국표현문화예술문화협회장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실물경제에 탁월한 감각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도 많이 인연을 맺고 있다. 현직 시절 독보적인 전문가로 서울 금융권에 이름을 떨쳐온 고운기 전 동원자산운용 대표이사 역시 하옳음 발기인이다. 장용창 공인회계사 등도 하옳음의 큰 힘이 되어 줄 전문가다.

전 동원자산운용 대표 등 협력+현실적 경제활동 아이템도 다수

하옳음은 이렇게 아카데미를 가동, 지역경제의 발전 어젠다를 파고드는 외에 조합원 창업지원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또한 귀농과 귀촌 사업을 지원(이른바 정착촌 사업)하는 문제도 하옳음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직접 저력을 발휘할 통로 없이 막연하게 사회적인 공헌과 조언 등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하옳음은 일반적인 협동조합이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생존과 지역민들에 대한 기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된다는 안분자족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발휘, 사회공헌 자금에 충당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 사업이 그 대상이다.

아울러 지역의 특성을 살려 장류 제조 사업에도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하옳음은 바다의 선물인 용암해수 소금 등 이점과 청정 농산물 등을 십분 활용, 장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거대한 장독 군집과 시식 행사 등을 통해 단순히 먹을거리 제조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 유치 아이템으로의 접점 개척도 모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