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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극복' 제과 3사, 중국시장 성과는?

롯데·크라운·해태 울고 오리온만 방긋…성장 잠재력 큰 대신 치열경쟁 감안해야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7.19 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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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제과시장 경쟁심화와 성장세 둔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엔 초콜릿, 사탕, 비스킷 등 과자가 최고의 주전부리였으나 하루에도 여러 개의 신제품이 쏟아지는 지금은 수많은 간식거리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과자를 소비할 인구수에 비해 과자의 종류와 양은 포화상태다. 이 같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제과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제과업체들은 러시아, 동남아, 인도, 유럽, 남미 등 다수 국가에 진출했거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초점은 중국시장에 맞춰져 있다.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내다봤던 국내 제과업체들은 이미 1990년대 초 앞 다퉈 진출했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수요잠재력이 큰데다 글로벌 기업과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시 유럽 등 서구시장의 경우 글로벌 제과기업들이 입지를 굳히고 있어 국내 제과업체들이 신규 진입해 안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면 1990년대 초 중국시장은 글로벌 제과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던 시기로, 국내 제과업체들은 이들과 경쟁해 시장 선점을 노려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中 매출, 국내 넘어선 오리온

국내 제과시장 1위 롯데제과를 선두로 해태제과, 오리온이 차례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곳은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소하며 중국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에 각 1개, 베이징에 2개 공장을 운영하며 중국 내 판매되는 물량을 100%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여우 파이'로 판매되고 있는 초코파이. ⓒ 오리온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여우 파이'로 판매되고 있는 초코파이. ⓒ 오리온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자일리톨껌, 고래밥을 중심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선풍적 인기를 얻으며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은 연평균 48%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1조13억원을 기록,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중국 전체 제과시장 2위를 차지하며 리글리, 크래프트 등 글로벌 업체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교출신 담철곤 회장이 중국시장과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의 현지화를 위해 초코파이 브랜드를 '하오리여우(好麗友, 좋은 친구) 파이'로 변경하고 콘셉트도 '정(情)'에서 '인(仁)'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고래밥 토마토맛' 등 중국인 입맛에 맞춘 제품도 다수 선보였다.

오리온 측은 "한 가지 제품이 시장에 정착되기 전까지는 다른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하나의 제품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초코파이도 그런 케이스로, 시장 안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앞으로도 중국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물량확보를 위해 내년 심양에 공장을 추가로 준공한다. 또한 유통망 확대를 위해 도매상인 경소상(經銷商)과의 탄탄한 거래 관계를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는 1조1200억~1조1500억원의 중국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힘 못쓰는' 국내 1위 롯데제과

오리온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음에도 매출은 미미하다. 오리온의 10분의 1수준.

1992년 북경지사를 설립하며 중국사업에 본격 발을 들인 롯데제과는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여타 해외시장 진출전략과 동일한 현지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칭다오푸드, 상해풍원가가식품사, 산동펑청삼강식품유한공사 등을 인수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롯데제과는 제과 3사 중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진출했으나 매출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 프라임경제  
롯데제과는 제과 3사 중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진출했으나 매출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 프라임경제
또한 롯데마트 등 그룹 계열사와의 현지 유통, 인지도 상승측면 등에서 시너지도 기대됐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중국에는 합작사로 진출했는데 우리(롯데제과)가 롯데재팬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유통망 등 시스템 자체가 전혀 다르고 변수가 많고, 우리 품목 역시 껌,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등 많은 품목을 동시에 진출시키다보니 역량을 집중하는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며 "계열사와 시너지가 금액으로 나오는 것은 현재 시기상조로, 앞으로 어느 정도의 단계에 오르면 성과가 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제과가 중국사업 경영권을 가져온 2008년에는 이미 중국 제과시장의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로, 후발주자로서 브랜드력을 키우고 채널을 장악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앞으로도 단기간 내 오리온처럼 성장하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현지에서 롯데마트 역시 메이저 플레이어가 아니어서 시너지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업철수 쓴맛' 크라운-해태제과

크라운제과는 2002년 가서안식품무역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첫 제품으로 '죠리퐁'을 선보였다. 이후 2005년에는 해외 첫 생산공장이자 생산법인인 '가서안제과상해식품유한공사(가서안제과)'를 세우고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죠리퐁'의 인기를 업고 설립된 가서안제과는 한 차례도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가서안식품무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듬해인 2009년을 제외하고는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하반기 적자에 허덕이던 가서안제과와 가서안식품무역을 차례로 매각하고 중국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크라운제과가 인수한 해태제과 역시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1996년 껌을 생산하는 현지 공장을 설립했지만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현재 중국에 일부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일부 제품이 나가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국내 제과업계 3사가 중국시장을 두고 각각 다른 행보를 걷고 있지만 중국 제과시장의 잠재력이 여전한 만큼 제과업체들의 중국시장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희 연구원은 "국내 제과시장에 비해 중국시장은 잠재력이 커 노출도가 높으면 기업 가치에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시장 자체의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안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도 "중국시장은 인구가 15억에 달하는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 못 먹으면(안착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한 연구원의 견해에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