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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0] 수리수리 다 수리 '두 바퀴 희망자전거'

'폐자전거'에 새 생명…친환경 녹색성장·취약층 일자리창출 '건전한 일거양득'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7.19 16: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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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출퇴근용은 물론 레저용으로 자전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자전거 사용자가 각 지역별로 활성화하며 자전거 보유대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자전거도 반대급부로 급증하는 상황. 버려진 자전거는 아파트 단지, 공원, 길거리에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어 자원낭비뿐 아니라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자신과 건강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안장에 실은 훌륭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가지만,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멈춰서는 자전거처럼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과 꿈을 위해 페달을 열심히 밟는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밑바닥으로 떨어질 곳도 없던 노숙인들이 같은 꿈을 향해 전진하는 '두 바퀴 희망자전거'가 바로 그곳이다. 장마로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던 지난 17일,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두 바퀴 희망자전거'를 찾아 실무를 담당하는 이형운 사무국장에게 '두 바퀴 희망자전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향한 메시지를 들어봤다.

◆'20여만대' 버려진 자전거, 고쳐 타면 돈인데…

"서울시에 상존하고 있는 노숙인 수는 6000여명,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라요. 이들은 사업 실패와 해고, 실직 등으로 길거리를 전전긍긍하고 있죠. 이들에게 일자리제공은 매우 중요한 요소에요. 여기에 버려진 폐자전거를 이용한 사업은 소중한 사업이죠."

   두 바퀴 희망자전거의 자전거재활용공장 부지는 용산구청이 제공했으며, 건축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했다. = 노병우 기자  
두 바퀴 희망자전거의 자전거재활용공장 부지는 용산구청이 제공했으며, 건축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했다. = 노병우 기자
폐자전거 수거 및 수리를 주요사업으로 삼은 '두 바퀴 희망자전거'는 소외계층인 노숙인과 쪽방거주민 등 취약계층을 수리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녹색성장을 주도 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자전거 사용 활성화, 취약계층 일자리제공 등 경제적 자활을 꿈꾸게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실 이형운 사무국장은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의 사회복지사다. 두 바퀴 희망자전거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만든 초창기 멤버이기도 한 그는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상대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기업 지역재활센터 공동체 일을 한지는 오래됐어요. 그때 당시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새로운 사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청소나 간병 같은 뻔한 일이였어요. 아시다시피 저소득층이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낮은 것들이었죠."

당시 자전거 수리는 투입노동력 대비 부가가치가 적어 사람들이 사업수단으로 삼기를 기피했고 대부분 조그마한 자전거숍 정도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는 한 해 동안 수도권에서만 20여만대의 자전거가 버려진다는 사실에 착안, 자원도 재활용하고 노숙인에게 간단한 직업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누군가 자전거를 재활용해야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하자고 해서 선택하게 됐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운영하기가 훨씬 어려웠어요. 자전거만 확보화면 될 줄 알았는데 수입이 너무 적어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두 바퀴 희망자전거의 자전거재활용공장 내부 모습. = 노병우 기자  
두 바퀴 희망자전거의 자전거재활용공장 내부 모습. = 노병우 기자
일반적으로 자전거는 고철과 플라스틱을 구분해서 버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보통 한 대당 1500~2000원가량에 버려진다. '두 바퀴 희망자전거'는 자신들이 이 일을 하면 폐자전거 발생에 따른 국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단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진짜 말도 못했어요. 채용한 인력들이 전문기술인이 아니다 보니 민원이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노숙인들이 자전거를 고쳐준다니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편견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져 다행이에요." 

'두 바퀴 희망자전거'는 현재 3~4년차의 경력자들부터 막 시작한 수리인력들까지 모두 18명의 직원이 있으며, 여기에 자원봉사자들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직원들의 자전거 정비교육은 사무국장이 직접 맡아 3개월간의 이론 및 실습교육으로 진행하고 있다.

◆소외계층 진입장벽 여전히 높아…사회적기업도 '등급' 필요

"저는 사무국장 직함을 작년 2월부터 갖고 있어요. 이전에는 폐자전거 확보가 힘들어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어요. 폐자전거가 없다보니 수익창출이 없어 직원들 월급주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도 다시 일으키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지금은 후원도 있고, 자전거 확보도 돼 조금 숨통이 트입니다."

   송파구청으로부터 수급받은 폐자전거를 차량에 싣고 있는 두 바퀴 자전거 수리인력들의 모습. = ⓒ 두 바퀴 희망자전거  
송파구청으로부터 수급받은 폐자전거를 차량에 싣고 있는 두 바퀴 자전거 수리인력들의 모습. = ⓒ 두 바퀴 희망자전거
현재 '두 바퀴 희망자전거'는 서울시와 협약해 자전거를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산구청, 서대문구청의 공공자전거 100대씩의 수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송파구청의 경우 폐자전거 수급관계를 유지하는 등 정기적 수입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울러 매주 주말마다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를 운영, 시민들에게 양질의 재활용자전거를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부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간단한 수리는 무상, 부품이 필요한 수리는 실비 수준으로 저렴하게 정비해주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경륜본부와 협약을 통해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데, 저소득층에 나눠줄 수 있는 자전거도 마련 중입니다. 경륜본부와는 뜻이 같아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더 계획하고 있어요."

   이형운 두 바퀴 희망자전거 사무국장. = 노병우 기자  
이형운 두 바퀴 희망자전거 사무국장. = 노병우 기자
이와 함께 이 사무국장은 서울시청 보행자전거과에서 진행할 '초등학교 자전거통학시법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계획 중이라는 향후 업무포부와 함께 인터뷰 말미를 의식한 듯 사회적기업이 가진 근본적 문제를 거론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지만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 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수익창출이 쉽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현재 최저임금해도 못 미치는 정도의 직원 급여문제도 해결하기가 만만찮고, 급여가 적다보니 직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그는 국민적 관심,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만 따라준다면, 힘든 시기가 지나가는 것은 물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설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도 '두 바퀴 희망자전거'는 재활용된 자전거를 통해 수익창출과 지역사회 소외계층에게 다시 제공해 이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역설과 정부를 향한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적기업에도 등급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았으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기업이 조금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급화가 필요한 거죠. 맨땅에 헤딩은 위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의 틈은 열어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