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便, 지구를 지켜라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7.19 11:34:44

기사프린트

    
"기분 좋은 짠돌이는 지구도 춤추게 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화장실에는 없는 게 있다. 바로 핸드타올과 건조기다. 다만 이곳에는 섬유유연제로 방금 빨아 걸어놓은 듯한 뽀송뽀송한 수건이 걸려있다. 매일매일 색상도 가지각색이다. = 박지영 기자
[프라임경제] 필자의 출입처 중 대한주택건설협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모여 만든 법정단체인데요, 저희 신문사와 가까워 자주 들락날락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협회가 참 알아주는 '짠돌이'입니다. 어지간히 덥지 않고서야 에어컨 트는 법이 없습니다. 기자실에 선풍기 두 대가 있긴 하지만 장마철 습한 기운을 떨쳐버리기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곳은 '화장실'입니다. 남자화장실엔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여자화장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일단 여자화장실은 모두 2칸입니다. 더불어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도 두 개죠. 쉽게 말해 자신이 사용할 화장실 칸 전등만 킬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곳 화장실에는 흔한 핸드건조기나 종이타월도 없습니다. 다만, 방금 세탁한 듯 뽀송뽀송한 수건이 출입구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살짝 냄새를 맡아봤더니 기분 좋은 섬유유연제 향이 나더군요.

그리 멀지 않은 옛날만 해도 수건으로 손을 닦고 손수건으로 코를 풀며 행주로 식탁을 훔쳤는데 협회 화장실에 놓인 수건이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질까요. 필자도 때가 탄 모양입니다. 우리가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환경에 안 좋다'고만 들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이번기회에 한번 알아봤습니다.

숲에서 나무가 벌목돼 종이를 만들고 매립지서 완전히 썩을 때까지 소요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종이 1톤당 6.3톤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 종이생산량이 지난해 기준 1133만1970톤이라고 하니, 해마다 7139만1411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는 셈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종이를 제조하는 과정에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바로 표백과정입니다. 펄프공장으로 옮겨진 나무는 열과 화학처리를 거쳐 '목섬유세포' 단위로 잘게 부서지고, 목섬유세포는 여러 차례 물로 희석된 뒤 하나의 종이가 됩니다.

이때 만들어진 종이는 본래 누런색이라고 하는 데요, 염색과 표백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새하얀 종이가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표백과정 때 사용되는 '염소(Cl)'입니다. 종이 1톤을 표백하기 위해선 평균 45~70kg의 염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나무와 같은 유기물과 염소가 결합하면 다이옥신을 비롯한 유기화합물이 방출된다고 합니다. 즉,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는 거죠.

그래서 호주는 화학원소 대신 '캥거루 똥'을, 아프리카는 '물소 똥'을 애용한다고 합니다. 나아가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선 '코끼리 똥'에서 추출한 식이섬유로 종이를 만들어 판매 수익금 일부를 코끼리 보호운동에 쓰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연간 1133만1970톤이나 되는 종이를 동물 똥으로 만들려면 많은 가축이 필요하겠죠. 즉, 숲을 벌목해 초원을 만들어 가축을 방목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숲을 망치는 일이기도 하죠.

아쉽게도 숲은 마르지 않는 자원이 아닙니다. 나무는 베어 쓰면 쓸수록 사라지는 소모자원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생각한다면, 단 하루 '종이 안 쓰는 날'을 정해 아껴 쓰는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가 단 하루 A4용지 한 장을 아끼면 나무 800그루를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