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진격의 凡관료파, 관치금융 새 물결 금융권 주시

낙하산 비판 대신 명분부여 등장 새 경향에 '트로이목마'긴장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9 09:03:5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저수익시대,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해왔다고 비판받으며 납작 몸을 낮춘 금융권이 이번에는 고위층 인사 '외부 수혈'이라는 새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관료들의 대약진, 관변 연구기관 등 외부 출신으로 관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등장하는 '범(凡)관료파'까지 포함, 해석하면 이번 정권 들어서 금융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사의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것.

특히나 단순히 낙하산으로 비판받던 이전 패턴에 비해 강한 필요성과 정당성을 역설할 수 있는 상황이라 금융권 내외에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시출신, 전문성에 숫자 많아 '정권실세 최고위층'보다 더 '문제'

고시 출신의 공격적 진출이 이번 정권 들어 두드러진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행시 20회)과 임종룡 농협지주 회장(행시 24회)이 그들이다. 둘 다 차관 출신으로 비중이 만만찮다.

김중회 전 KB금융 사장 등 관료 출신의 공세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고위층을 장악하면서 강한 개혁 주문을 내는 품새가 예전에 과거 재무부가 금융기관이던 시절 은행 인사를 좌우하던 때 못지 않다는 해석이다.

특히 임 회장은 부사장직을 대폭 줄이고, 홍보라인을 강화하는 한편 사장직을 유명무실하다며 편제에서 삭제, 간접 장악 대신 직계제를 구현했다. 더욱이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으로 이건호 KB국민은행 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 수장으로 내정하는 등 대폭 인사개편을 매듭졌다.

NH농협의 금융 영역을 이끄는 또다른 임 회장 역시 관료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사실 이 농협금융 개혁 문제는 관료로서도 쉬운 숙제는 아니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하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은 데다 오랜 세월 복마전 비슷하게 유지돼 온 조직 문화가 금융 분리 이후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번에도 외부 출신 인사가 왔지만 버티지 못하고 자진하차했다. 하지만 이번에 임 회장이 등장해 문제가 간단찮아졌다. 같은 관료 출신이라도 무게감을 더 높임으로써 중앙회에 정권 차원의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농협금융이 두번째 관료 출신 수장을 맞이하면서 중앙회의 과도한 입김에서 독립할 수 있을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NH농협  
농협금융이 두번째 관료 출신 수장을 맞이하면서 중앙회의 과도한 입김에서 독립할 수 있을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NH농협

금융회사에서 관료 출신 인물 하나를 몰아내도, 새롭게 또 인적 자원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게 근래 농협금융 인사가 아니냐는 풀이는 그래서 나온다. 평생을 두고 단련된 만큼 전문성이 강하고, 국정과의 연계 해석 가능성을 헤아리는 이른바 정무적 감각도 위로 올라갈 수록 강하게 발달한다.

그런 이들이 외부 금융회사에 나오는 경우, 초기 업무나 분위기 파악에 어느 정도가 걸리느냐갸 관건일 따름이라는 이야기다.

아닌 게 아니라 농협금융의 리스크 관리에 임 회장이 직접 나선 점은 본격적으로 조직 챙기기에 나섰다는 풀이가 가능한 부분이다. 농협금융 경기취약업종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을 직접 맡고 나선 것이 최근 알려졌다. 이는 또다른 의미도 있다.

중앙회가 직접 농협의 금융을 지휘하던 시절(신경분리 전) 제대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 이번에 파생상품 관련 징계가 많았던 것도 그 유습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금융성 문제 등에 대해 회장이 직접 챙기고 나서면서, 과거 '상호금융 위주에 머물던 비전문적 금융업체 농협' 분위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실제 이번 대규모 개혁 드라이브를 건 임 KB금융 회장의 경우도 신비감을 유지하면서 업무 장악력을 키운 케이스로 꼽힌다. 당초 KB에 합류한 시간에 비해 조직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 부사장 인선, 부서장 발령에 이어 주요 계열사 수장들의 대거 교체를 추진한 과정과 결과를 보면 KB의 조직이 비대함에 따라 단기 몸집줄이기는 불가능해 네트워크 능력을 강화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저수익시대를 버텨내자는 메시지를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 전반이 긴장을 풀기 힘든 이유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도 선전 중, 범관료는 최고위층과 궁합 맞아야 '전제'

   윤용로 외환은행장(좌측)은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다. 관료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자 지론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지역 CEO와 건배를 하고 있다. ⓒ 외환은행  
윤용로 외환은행장(좌측)은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다. 관료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자 지론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지역 CEO와 건배를 하고 있다. ⓒ 외환은행
사정이 이렇다 보니, MB파 인사로 분류됐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처럼 외부에서 영입되는 실세형 인사에 비해 오히려 관료 출신들이 더 강한 영향력과 생존 면모를 보인다는 소리도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역시 관료 출신이 복잡한 사정을 잘 아우르며 조직을 추스른 좋은 사례다.

하나금융그룹으로 피인수되면서 반발이 극심한 외환은행에 부임한 그는 생산성 강화 등을 주문하면서 지나친 성과급 문제 등 그간 누적돼 온 불필요한 운영 현실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은행에서 이미 행장을 거치면서 감각을 길렀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관료 시절에 쌓은 이력이 빛을 발한다는 진단은 유효하다.

외부인사 중에서도 범관료파로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 이번에 국민은행의 수장에 내정된 이건호 행장 후보의 경우도 외부에서 전문성을 쌓고 비로소 40대에 현장에 나선 케이스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 이력을 쌓던 이 행장 내정자의 경우는 조흥은행(지금은 신한은행으로 합병)의 리스크 담당자로 현실 금융권에 발을 담갔다. 이후 국민은행이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는 상황에서 스카우트됐다.

당초 조흥은행에서 '40대 기수'로 명성을 날렸던 그였지만,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의 거취와 연결져 그의 진퇴 가능성이 거론된 바도 있다. 2002년 주주총회에서 위 당시 행장 유임(연임) 여부와 이 내정자의 문제가 함께 거론된 것은 발탁 인사의 경우 수뇌부와의 연관성, 궁합 문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는 외부파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비운의 경우에 가깝다. 외부(민간)에서 일하던 그가 금융 당국의 조직 장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따라다닌 게 좋은 케이스다. 일명 '을'을 하다가 '갑'의 수장이 됐다는 평가는 지나친 감이 있으나 정확성은 높았다는 분석이다.

전 전 위원장은 외부인으로서 거대 금융회사에 지도부로 들어간 경우다. 우리금융 부회장으로서의 그의 족적은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 시스템을 안착하게 이끌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은행과의 반목이 적지 않았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커리어파(고시 출신으로 승승장구하는 간부를 지칭하는 일본용어)에서 약간 벗어난 범관료파 외부 인사의 경우, 조직의 최고위층보다는 임원급이나 계열사 수장으로서의 역할 모델에서 능력 발휘가 더 쉽지 않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런 점은 향후 한국 금융 발전의 한 연구 과제가 될 수 있겠고 앞으로 관료로 경력을 쌓은 이들의 능력 발휘 과정 역시도 주목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관치금융의 신경향'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관료 출신 금융회사 수혈 문제에 대한 케이스는 풍부하게 누적되기 전에 다른 형식으로 극복돼야 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부연하자면, 임 회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의 한 축인 우리은행 매각 문제에 대해 'KB는 그런 인수를 시도할 여력이 없음'이라고 선을 그은 점은 관료 출신이면서도 정부의 어떤 로드맵에 지나치게 장단을 맞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런 긍정적 경우만 공급된다면 관료들의 약진이 꼭 신관치금융으로 연결되지 않을 소지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