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은행·카드 모두 '생활총화' KB 인사태풍 함의는?

노조불만에도 리스크관리 명분, 전임회장 '비만병'지적보다 고강도개혁 풀이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9 08:07:2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대대적 인사교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 에너지도 소용없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미 지난 15일 이건호 부행장을 겨냥한 입장 표명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외부인 출신이 등극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인사는 △KB국민카드 사장에 심재오 고객만족그룹 부행장 △KB투자증권 사장에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 △KB생명 사장에 김진홍 전 국민은행 본부장 △KB자산운용 사장에 이희권 KB자산운용 부사장이 각각 내정되는 등 전면적 교체로 불러야 좋을 정도다.

수익성 안 좋은 은행 정조준, 카드 초석 최기의 사장도 실각

'비만병'이라는 비난성 지적을 받으면서 고강도 개혁을 주문받았던 어윤대 전 회장의 시기보다 더 큰 파란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분기 국민은행은 △1인당 총자산(133억7300만원)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충전영업이익, 3000만원) △원화대출금(85억3500만원) △원화예수금(88억4500만원) 등 주요지표에서 모두 4대 주요 은행 중 하위권을 기록했다.

임영록 신임 회장이 아무리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 노조 달래기 제스처를 초반에 취하면서 등장했지만,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굳이 다시 꺼내지 않더라도 그 외의 모든 개혁 수단을 사용할 명분이 이미 차고도 넘칠 정도로 마련된 셈이다.

KB국민카드에 대한 임 회장의 속내도 이번 인사 문제로 분명해졌다. '최기의 체제'는 은행으로부터 카드가 분사한 이래 기틀을 놓은 고올가 있다는 평이었다. 물론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격돌한 만큼 어느 정도 인사 필요성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기의 체제'는 어 전 회장이 퇴임사에서 몇 안 되게 실명을 거론할 정도로 흡족한 성과를 낸 작품으로 통한다.

일련의 조치는 이런 시스템에 반응해 임 회장이 교체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카드 영역 역시 무리한 성장 추진으로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사의 리스크 관리라는 키워드를 카드 쪽에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체크카드 중심 성장 공략, '원 카드 전략'의 성장공세를 펴던 중에 불거진 혜담카드 체리피커 해프닝과 혜택 축소 논란 등을 모두 잡고 가겠다는 의중의 표현이다.

리스크를 관리한다 명분, '어윤대 전 회장 비만병 비판' 이상의 태풍?

더욱이 이번 개혁의 키워드를 리스크 관리로 맞추려는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관건이다.

임 회장 자신이 이미 우리금융 민영화의 주요 매물 중 하나인 우리은행에 대해 '인수할 여력없음'이라고 선을 그은 데다, 국민은행 수장으로 낙점된 이 행장 내정자는 리스크 관리 분야의 전문가다. 

   이건호 부행장이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지명된 가운데, 이번 인사 문제가 몰고올 파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KB금융그룹  
이건호 부행장이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지명된 가운데, 이번 인사 문제가 몰고올 파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KB금융그룹

그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조흥은행으로 들어간 외인부대 출신이다. 조흥은행 상무로 발탁돼 일한 경험에 국민은행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리스크 전문가로 줄곧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2011년 리스크 관리 부행장으로 국민은행에 합류했다는 점이 당초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던 그가 급부상, 결국 승기를 잡은 '주특기'가 됐다는 풀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 온 임 회장의 경영 구상이 어 전 회장이 초기에 '비만병' 운운하면서 개혁을 주문한 바 이상으로 강하고 매섭게 조직원을을 다그치는 쪽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이다.

아닌 게 아니라, 외형 관련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 저수익시대라는 명분 하에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업무 장악을 하려는 포석이 이미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기의 체제에 대한 보완과 개혁을 요청받으면서 지명된 것으로 해석되는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내정자. ⓒ KB금융그룹  
최기의 체제에 대한 보완과 개혁을 요청받으면서 지명된 것으로 해석되는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내정자. ⓒ KB금융그룹
부사장직이 3석으로 줄어들었고, 사장직은 유명무실하고 위상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결국 사라졌다. 회장의 직계제로 운영하는 만큼 장악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은행 등 계열사들은 채널이 다양하고 영업점과 구성원이 많아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로 다뤄도 일정 부분 이하로 급히 줄이기 어렵다. 대신 채널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점으로 이를 강점으로 전환할 여지는 있다. 이번 인사의 매듭은 그 부분에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 리스크 관리 점검이라는 대명제가 그룹을 강타한 셈이다. 북한식으로 따지면 '천리마 운동'에 '생활총화'가 늘상 반복되는 상황까지 더해지게 된 것. 다시금 수술대에 오른 KB의 변화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