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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五星球, 龍神이 인천 찾았다면…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7.18 12: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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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제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가니 집사람이 장난감 던전을 위장한 아수라장 속에서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더군요. 하루간 세파가 묻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화장품을 바르고 뉴스를 틀고…. 그러다가 얼마 후 소파에 낚시 바늘 자세로 걸터앉아 두 아들 녀석의 수상스러운 행동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지켜보게 됐습니다.

   우측 스파이더맨 시계는 피터 파커를 갈망하는 7살 아이의 소원풀이 대상. = 정금철 기자  
우측 상단 스파이더맨 시계는 피터 파커를 갈망하는 7살 아이의 소원풀이 대상. = 정금철 기자
너무나 당연하게도 제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일본만화 드래곤볼이 떠올랐습니다. 스티커 붙은 계란이 일곱 개도 아니고 아이들이 아직 볼 수 있는 연령대도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오래된 애니메이션을 주제 삼아 가족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기분도 붕 떴습니다.

구슬 일곱 개가 반드시 모여야 용신(龍神)이 나온다는 등 이런저런 드래곤볼의 비밀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계란말이로 재탄생하기 전 사진을 찍은 후 식사를 마치는 순간 인사이드컷으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찾다보니 2009년 개봉된 제임스 왕 감독의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에 대한 얘기가 눈길을 고정시키더군요. 1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관객과 평단의 외면 속에 5774만3263달러의 글로벌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디스트릭트9'의 경우 세 편 '설국열차'는 두 편 '허트로커' 여덟 편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한 편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제작비로 역대 할리우드 최악의 영화 중 한 편을 만들었다는 조소 가득한 유머자료였습니다.
 
문득 1억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흥행에는 참패한 영화들이 궁금해져 자료를 찾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래곤볼 에볼루션 정도의 성적이면 비교적 선방한 축에 속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 영화 전문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 자료를 뒤적여보니 2005년작 '사하라'는 제작비로 2억4100만달러를 쓰고도 1억1926만9486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쳐 1억2100만달러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 수익률 -50.5%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네요.

이와 함께 제작비 1억4500만달러를 투입한 2004년작 '알라모'와 마케팅비용 포함 제작비로 1억2000만달러를 쓴 2002년작 '플루토 내쉬'는 각각 고작 2581만9961달러와 710만3973달러를 회수, 1억1910만달러, 1억1290만달러가량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외 △2011년작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제작비 1억5000만달러, 수익 3863만달러, 손실 1억1136만달러) △2008년작 스피드 레이서(2억달러, 9394만달러, 1억605만달러) △1995년작 컷스로트 아일랜드(1억1500만달러, 1억17만달러, 1억498만달러)도 1억달러 이상 손해가 났고요.

2001년 개봉작인 SF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제작비 1억6700만달러, 수익 8513만달러)를 비롯해 △2005년작 스텔스(제작비 1억3800만, 7693만) △2004년작 80일간의 세계일주(1억4000만, 7217만) △2000년작 레드 플래닛(1억, 3346만)도 성적이 안 좋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오, 인천!' 개봉 당시 포스터. ⓒ IMDB  
'오, 인천!' 개봉 당시 포스터. ⓒ IMDB
무엇보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눈에 확 들어온 영화는 1982년작 '오, 인천(Inchon!)'이라는 영화였습니다. 당시 1억6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제작비로 쏟아 넣었지만 6169만달러의 박스오피스를 찍어 9830만달러(수익률 -71.4%)를 허공에 날렸습니다.

007시리즈 1탄 '살인면허'와 2탄 '위기일발', 4탄 '썬더볼'을 연출한 테렌스 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전쟁영화입니다. 제작에 5년이 걸렸지만 이런저런 주변잡음과 눈물이 앞을 가리는 편집 등의 부정적 이슈로 상처만 잔뜩 입은 채 뇌리에서 잊혔다고 하네요.

칸 영화제에 140분 분량으로 상영했는데 혹평이 이어져 제작사는 결국 극장용 105분짜리 편집본 개봉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흥행실적이 극히 저조해 제작사는 영화개봉관을 대상으로 100만달러 추첨행사까지 진행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영화상 △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남우주연상(로렌스 올리비에) △최악의 남우조연상(벤 가자라) 등 전 부문을 고루 석권하는 불명예스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죠.  

또한 특이하게도 제작비의 일부를 통일교에서 지원한 이 영화는 영화 크레딧 '특별고문(Special Advisor)'에 고(故) 문선명 총재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문선명 총재는 (통일교 전파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영화를 찍으라는 신의 계시 이후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전해지는데요.

영화가 통일교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국방성이 엑스트라로 지원했던 1500명의 병력을 다시 철수시킨 사건과 한강철교 폭파장면을 찍던 감독이 실제 한강대교를 폭파하고 다시 짓기를 요구했다는 일화 등이 영화판에서는 아직까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