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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속도조절? 버냉키·리커창 모두 '내맘대로'

FED 채권매입 속도조절 하반기로…시장 환호 불구 G2 횡포 여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8 07: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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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의 '출구전략' 논의는 결국 미래를 기약하면서 수면 아래로 다시 모습을 감추게 됐다. 일단 각국 증권가에서는 환호할 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뒷맛이 개운찮은 모호한 정책 제스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7일 현지시간 최근 상황을 이유로 당분간 경기부양 성격의 통화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경제 및 금융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미리 정해진 방향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업률 6.5% 따른 자동적 정책변화 가능성 없어 

무엇보다 이번 발언에서 주목할 대목은 이른바 6.5% 실업률 기준선의 의미 축소다.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통화정책 수정 기준으로 제시한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2%을 상기하면서도 "이들 지표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도 자동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시일 내에 저금리 기조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특히 강조한 것이다.

또 버냉키 의장은 경제적 상황이 예상대로 호조를 이어갈 경우 제3차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인플레이션은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필요하다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매입을 더 늘리는 등 추가 경기부양 수단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경제지표가 우리의 기대와 맞아 떨어진다면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올 하반기에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혀 이른바 '출구 전략 시간표'를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빨리 도달한다면 자산매입의 규모를 비교적 더 빨리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근래 미국의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에 대한 세계경제의 민감한 반응이 당분간 둔화 및 안정될 수 있는 여지를 여는 것이다. 다만 하반기에 다시금 채권매입 축소 등이 추진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각국 정부나 투자자들이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美 문제 잠시 숨돌려도 이번엔 리커노믹스 불안감

상당한 호재이기는 하나, 세계경제가 이번 미국의 출구전략 완급 조절 발언만으로 안정을 바로 찾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리커창 총리의 실험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GDP 성장률이 7.5%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중국의 경제는 현재 진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리커노믹스로 불리는 현재의 정책이 완급 조절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미국 출구전략 시간표가 일단 연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는 당분간 중국 리커노믹스 이슈에 대한 관리에 치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 임혜현 기자  
미국 출구전략 시간표가 일단 연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는 당분간 중국 리커노믹스 이슈에 대한 관리에 치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 임혜현 기자

경제학자,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리 총리는 "경제지표 때문에 정책 방향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그림자금융 등의 부작용을 덜기 위해 현재 압박적인 정책을 펴면서 경제의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리 총리의 실험이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의미한다.

리 총리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경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단기적인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개혁을 추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의 성장 반석을 마련하겠다는 리커노믹스에 대한 의지를 다시 피력한 것이다.

리 총리는 다만 성장률이 '합리적인 구간 아래로 떨어질 경우' 다시 성장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부연하기는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7월 중순 연중경제회의 개최를 앞두고 리커노믹스를 구체화하고 그 속도를 일부 조절하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즉 정책의 변화와 연동시킬 '지표들의 구체적인 한도'를 제시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냉정한 평가와 불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버냉키 FED'와 '중국 공산당의 리커노믹스' 모두 나름의 시간표와 의중에 따라 정책의 완급을 조절할 것이지, 세계경제의 두 주요한 축으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등에는 관심이 크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G2로 불리는 두 나라가 자국 이기주의로 정책을 펼 것이며, 이는 세계경제가 어떻게 출렁일지에 대한 배려를 일단 뒤로 미뤄둔 채 자국의 안정과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의 안착에 집착할 것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현재 각 신흥시장국들의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줄고 있는 점 등 불확실성으로 인한 선진국 자금의 이탈 현상이 버냉키 의장이 이번에 내놓은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중국의 시장 불안감으로 인한 여파를 크게 겪을 수 있는 우리로서는 당분간 리커노믹스의 파장으로 인한 타격을 염두에 두고 외환의 관리 문제에 대한 정책을 펼 필요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