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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자 문제 '일몰규정' 땜질? 손볼 문제 많은데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7 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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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몰규정, 해가 지는 것에 비유하다니 법률 용어치고는 낭만적이랄까? 즉 일정한 기한이 될 때까지 추가적 조치가 없으면 그대로 효력을 잃게 하는 규정이다. 탄력적인 조치가 필요할 때 행정법 영역 등에서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일몰규정 관련 취재를 하던 중, 일모도원(갈 길은 먼데 해가 벌써 져 안타까움)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대부업의 최고금리 상한선이 연 39%로 유지된다는 금융위원회 조치가 나왔다. 금융위는 17일 정례 회의에서 대부업 최고금리 39%를 2018년까지 5년 연장하기로 했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규정은 올해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금융위가 일몰의 기한을 늘린 것이다.

이런 조치를 내놓기 위해 부랴부랴 일을 했을 금융위 공무원들에게 일단 고생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2002년 8월 대부업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최고금리의 규정에 대해서는 일몰이라는 방식으로 기한을 두도록 했고,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그 일몰규정 기한을 연장해 왔다.

그런데, 이를 일몰규정으로 처리하는 건 임시방편, 하석상대가 아닌가 한다.

위에서 말했듯, 탄력적으로 어떤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할 때 법을 뜯어 고치는 게 어려우니 마련하는 방편이 일몰규정이라고 보인다. 행정법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도, 가치의 판단이라기 보다는 규정상 어느 정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고 또 그렇게 되어도 문제는 없는 기술적인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업은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대부업법에 금리 상한이 없으면 고금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처리해야 하기에, 일몰규정이라도 동원해 시민들의 피해를 막으려는 충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일몰규정으로 땜질할 일이 아니라 금융의 기본 이념상 확고한 법률 시스템으로 보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피에타 3법' 운운하는 법률안들이 왜 공약으로 등장하고 또 호응을 얻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이자와 관련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는 꾸준히 내렸지만 연 30%에 육박하는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등 대출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출 금리를 올린 카드사도 있었다. 업계는 당국의 카드사 대출금리 합리화 방안이 확고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그냥 지켜보겠다며 관망하는 모양새에 가깝다. 이번 11일 당국이 뽑은 칼만으로는 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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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높은 금리, 사실상 살인적인 금리에 대해 당국이 그리고 정치권이 확고한 철학적 선언을 하지 못하고 기술적 방편으로 일몰규정 연장 운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자제한법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국면에서 사라진 뒤로 살인적 이자가 문제가 돼 왔다. 매번 그런 이슈가 변주돼 들려온다. 지금이라도 이런 정책적 태도를 바꿔야 당장 가까이는 카드사의 높은 현금서비스 등 이자부터 내려갈 것이고, 더 크게는 채무자의 피를 빠는 악질 사채업이 기승을 부리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