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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단체벌 같은 경제민주화 회초리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7.17 17: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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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지난 16일부터 시작됐다. 롯데에서는 연말로 예정됐던 세무조사가 앞당겨진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지만 업계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롯데가 지난 이명박 정부로부터 수혜를 많이 얻은 기업 중 하나라는 얘기가 적잖이 나돌았다. 노태우 정부시절부터 추진했다 번번이 유보됐던 20년 숙원사업, 123층 높이의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이명박 정부 들어 사업 허가를 받았고, 계속 막혀있던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 역시 이명박 정부 때 청주에 공장을 지으면서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롯데의 크고 작은 사업들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마인드' 기치에 힘입은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재계는 부들부들 떨고 있다. 삼성을 시작으로 LG, SK, 한화, 효성, CJ, OCI 등이 줄줄이 집중 조사를 받았고 부쩍 강화된 세무조사에 다들 노심초사다. 재계 5위 롯데그룹도 매한가지. 무서운 학생주임이 학생들을 줄 세워 놓고 차례차례 체벌을 하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대기업에겐 저승사자 같은 무서운 존재다. 특별세무를 전담하고 있는 이곳 조사4국이 150여명을 동원해 롯데그룹과 계열사를 샅샅이 뒤진 터라 롯데로선 간담이 서늘한 일이다.
 
투입된 인원이나 조사 집중도를 감안, 단순한 세무조사를 넘어선 것 같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국세청 칼날이 오너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SK, 한화, 태광산업, CJ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조사를 받다가 결국 해당 총수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이런 예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지금까지의 겉모습만 보자면, 박근혜 정부는 확실히 '비즈니스 언프렌들리 마인드'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경영 등 대기업집단들이 저질러온 잘못된 것들을 기초부터 바로 잡겠다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가치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세무조사가 지나치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세청은 롯데호텔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속사포처럼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가늠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유통사들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백화점이 쌓인 제고로 '한 달 세일'이라는 유례없는 이상한 자구책까지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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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을 차례차례 도마 위에 올려놓는 경제민주화 강공 드라이브가 국민과의 약속 때문이라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기부양책은 굳이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국민과의 무언의 약속' 아닐까.

과거 정권의 선례나 해외 사례를 보면, 원칙을 중시 여기는 이미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실리를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우를 범하기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