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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한국거래소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7.17 17: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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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KRX)가 사상 초유의 전산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연이틀 벌어진 전산사고에 변명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거래소가 멈춰 설 경우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올스톱' 되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거래소를 흔히 자본시장의 심장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번째 사고는 장중 일어났다. 15일 오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보이는 지수와 실제 지수가 몇 십분 정도 차이가 나면서 전송됐다. 거래소는 이날 개장 전에 지수통계 메인시스템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백업시스템을 가동했으나 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결국 사달이 났다.

메인의 문제로 이번에 처음으로 부랴부랴 가동했던 백업시스템은 장 시작 후 15분 만에 몰려드는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켰다. 지수분배 시스템 과부하를 미리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빈축만 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또 시스템 고장이 발생한 것이다. 16일 오전 2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야간 시장이 전원공급 이상으로 멈춰 섰고, 사태가 쉬이 해결되지 못한 채 이날 거래는 다시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 자본시장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거래소가 이틀 연속 말썽을 일으키자 비난이 빗발쳤다. 임직원 공석으로 직원들의 기강이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는 시점에서 나온 사고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거래소도 이틀 연속 발생한 사고에 묵묵부답 있을 수만은 없었을 터, 16일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전산사고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보다는 '애자(절연장치)'에 대한 말만 늘어놓으면 면책하기에 급급해 보였다.

박철민 코스콤 시장본부장은 "고압 전기를 지지하는 애자가 파손되면서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비상발전기를 가동했으나 전산실 고온현상으로 일부 서버가 다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즉, 전산실 전원 공급은 중단되더라도 시장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설계된 비상시스템은 정상 작동됐으나 서버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항온항습기의 경우 건물 내 전원을 사용, 그러지 못한 것이다.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애자의 경우 물리적인 장치로 언제든지 파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기로 된 애자가 항구적은 제품은 아니고, 손상이 발생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들 한국거래소를 신의 직장이라고 부른다. 한국거래소의 평균연봉은 1억1357만원,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탑이다.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와 고액 연봉으로 취업준비생을 물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까닭에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건 당연지사. 거래소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로 꾸려진 거래소가 어이없는 실수가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거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사고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복잡하거나 미리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도 아니었다. 기계실 전원 중단을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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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두면서도 서버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고, 메인을 대신해 백업시스템으로 전환을 준비했으나 과부하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의 기강 해이로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공공기관 평가에서 거래소가 받은 성적은 최악의 등급인 'D'. 거래소의 추락에 자본시장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한국거래소, 장황한 변명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