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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중앙버스전용차로 '흙탕물 갑니다~'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7.17 14: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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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도로 한 가운데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서울시에 도입된 지 올해로 꼭 9년째입니다. 2004년 7월1일 강남대로와 도봉·미아로, 수색·성산로 세 곳에서 우선 시행돼 점차 확대됐는데요. 사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국내 첫 도입된 것은 이보다 앞선 1995년이지만, 이때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버스 왕국'이라 불리는 브라질 남부도시 쿠리치바의 교통시스템 모델을 벤치마킹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입했는데요.

보행자 중심의 '꿈의 도시'로 알려진 쿠리치바는 주변 도시들과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모두 연결돼 시민 10명 가운데 8명이 버스로 출퇴근할 정도로 버스 이용률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보고타와 에콰도르 과야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역시 이 같은 쿠리치바를 본 따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입했죠.  

다시 서울시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당시 서울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으로 버스 통행속도와 이용률 증가, 버스 정시성 확보, 교통체증 등 교통환경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에는 포트홀이 생겨 흙탕물이 고인다. 버스가 무심코 지날 때마다 승강장의 버스 이용객에게 흙탕물이 튀기도 한다. = 조민경 기자  
비가 내릴 때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에는 포트홀이 생겨 흙탕물이 고인다. 버스가 무심코 지날 때마다 승강장의 버스 이용객에게 흙탕물이 튀기도 한다. = 조민경 기자
실제 올초 서울시가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 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버스 통행속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04년에 비해 2011년에는 서울시 전체 버스 이용객이 580만명으로 하루에 약 102만명이 증가하며 기대에 부응했죠.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여러 문제점들도 나타났는데요.

승강장이 도로 한 가운데 있다 보니 보행자들의 안전사고가 빈발했습니다. 이 외에도 일반 차량이 중앙버스전용차로인 1차선을 좌회전 차선으로 혼돈해 진입하거나 1차선에서 직진하는 버스와 2차선 좌회전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도 많이 일어났는데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자리를 잡고 익숙해지면서 이런 사고들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는데요. 비가 내릴 때 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아스팔트가 움푹 파이는 '포트홀' 현상입니다. 포트홀은 도로에 물기가 스며들어 아스팔트가 내려앉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 도로에서도 발생하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경우 그 정도와 빈도가 훨씬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버스 이용객들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포트홀에 버스 바퀴가 빠져 바퀴가 헛돌기도 하고, 포트홀을 피하기 위해 버스가 급하게 방향을 트는 경우도 많죠. 또 버스가 무심코 포트홀을 지나가며 이곳에 고인 흙탕물과 아스팔트 조각들이 승강장에 있는 버스 이용객들에게 튀기 일쑤입니다.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엔 중앙버스전용차로 승강장 이용객들이 최대한 포트홀이 생긴 도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포트홀 문제는 이미 예견됐었는데요.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에 앞서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제기된 것이죠. 배수성 포장을 적용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추후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마무리됐었습니다. 

지금은 포트홀이 생기면 서울시가 응급으로 보수하는 실정인데요, 다시 비가 내릴 경우 땜질한 곳과 그 주변이 다시 손상돼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똑같은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중앙버스전용차로 내구성 증대를 위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