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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아시아나 증거보전 청원? 자매품 인신보호영장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7 13: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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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시아나기 미국 서부 사고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결국 항공기 제작사와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고기 승객 중 일부가 선임한 시카고 소재 로펌이 보잉사를 상대로 증거 보전 청원을 냈는데요.

미국의 현지법상으로는 증거가 필요할 것에 대비, 앞으로 맞붙을 소송 당사자 등을 상대로 해 요청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법률 체계는 우리와 다소 생소한 부분도 있는데, 이번에 등장한 증거 보전 신청의 예에서 보듯 특정하기 다소 어려운 경우나 본격적으로 절차에 들어가기 전인 경우 등에도 절차에 널리 협조할 것을 구하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특이한 예로 인신 보호 영장이라는 제도도 있는데요. 이는 연구자에 따라서는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대헌장) 이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1200년대 이야기라는 것)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Habeas Corpus라고 하는 이 제도는 "누구든지 이 자를 보호하고 있는 자는 판사 앞에 그를 내놓으라"는 광범위한 요구를 하는 명령장입니다. 민간인의 경우 이 영장을 제시받으면, 그가 데리고 있는 사람이 법원에 출두할 수 있게 협력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납치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심지어, 경찰 등에 구금돼 있어도 이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지요. 그래서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느 경찰서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변호인 접견을 방해하는 등 골탕을 먹이려고 계속 이관을 시키는 경우), 변호사가 인신 보호 영장 신청을 해 보겠다고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보통 영장이라고 하면 수사기관에서 인신을 압박, 구금해 두는 제도로 생각하는 독일법 체계의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민간 변호사에 의해 신청되기도 한다는 점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요.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문제를 폭로, 망명자 신세가 됐던 에드워드 스노든과 관련해서도 이 인신 보호 영장 이야기가 잠시 나온 바 있습니다. 스노든은 잠시 홍콩에 머물렀는데, 홍콩 정치인 중에 하나가 그가 구금되고 또 미국으로 인계될까 싶어 무척 고심하면서 이 제도 이용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홍콩 민주당 소속의 호춘얀 의원은 스노든을 대변해 일부 법적 문제를 명확히 하고자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는 사실을 나중에 공개했는데, 당국이 스노든이 홍콩을 떠날 때 그를 체포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해 주지 않아 호 의원은 내심 상당히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사시 스노든에 대한 인신 보호 영장 청구나 보석 신청 등을 할 준비를 하고 변호사를 딸려서 공항에 보냈다고 합니다. 다행히,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떠날 때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하지요.

다만, 전시 등 특수한 경우엔 이 인신 보호 영장 등 강력한 인권 보호 시스템도 정지되는가 봅니다. 미국에서도 제도의 정지 사례가 있다는데, 바로 그 정책 추진 인사가 노예 해방 문제로 전쟁까지 치른 링컨 대통령이라고 하니 다소 아이러니라는 평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증거 보전 절차의 청원이 들어간 만큼, 여러 자료 등에 대한 훼손은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미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미국 기업과 공항 등 관계기관으로 불똥이 튈 일말의 가능성마저 배제하고자 보인 '과도한 애국주의 태도'에 실망했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다만, 너무 빠르게 실망 운운할 게 아니라 이번 신청의 처리 결과 또 소송 등까지 모두 지켜봐도 늦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이니 모든 모습이 다 완벽할 수는 없겠으나, 여러 제도를 만들어 놓고 또 그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그로 인해 다소 불리한 상황 전개가 되더라도) 태도가 선진국다운 면모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이런 제도가 잘 돼 있고 잘 수호돼 왔던 전례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외신 보도는 그런 점에서 생경한 외국법 제도의 소개인 동시에, 선진국다운 면모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창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