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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야 가라" 집중호우 이틀, 넋 나간 거래소

여름 비오는 날 대부분 전산사고 발생…고온다습 대비·기강해이 수습 필요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7.17 12: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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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보제공 지연, 야간선물시장 중단 등 연이틀 이어진 전산사고로 한국거래소(이사장 직무대행 김진규)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일개 증권사가 아닌 한국 자본시장의 중추역할을 하는 거래소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투자자이기도 한 국민이 받은 충격도 크다.

특히 전산시스템 강화를 강조했던 김봉수 전 이사장 사임 후 흐트러진 기강과 연관 짓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거래소는 지속적으로 전산장애 관련 증권분쟁세미나를 개최해왔던 터라 더욱 머쓱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장마전선의 고온다습한 특성에 따라 선풍기를 틀어도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그대로 덥혀져 대류(對流)하는 요즘, 그야말로 거래소 임직원들은 속된 말로 안구에 습기가 찰 지경이다.  

현재 금감원은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소 전산사고 현장검사에 착수한 상태며 사고원인과 사후 처리 등이 검토되는 대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우고 싶은 이틀…그러나 실수는 과거에도

지난 15일 거래소는 네트워크 과부하로 코스피지수, 코스피업종지수, KRX섹터지수를 1시간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시세 단말기에 10여분가량 지연 전송했다.

  연이틀 이어진 거래소 전산사고로 금융시장에 혼선이 빚어진 가운데 과거에도 여름 우기에 유사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돼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연이틀 이어진 거래소 전산사고로 금융시장에 혼선이 빚어진 가운데 과거에도 여름 우기에 유사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돼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시기도 전인 16일 다시 사고가 터졌다. 이날 오전 1시20분경 전력공급장치 부품 파손으로 시장운영 관련 서버가 멈춰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야간선물시장을 2시간20분 앞당겨 마감한 것.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중국 2분기 성장률 발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청문회 등의 이슈가 깔려있는 상황에서 매매 포지션 결정까지 막혀 혼란을 겪었다. 이 같은 최근의 시장리스크 외에도 전산사고가 올해만 벌어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가 가하는 비판의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해당하는 2011년 6월7일, 코스닥시장에서는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코스닥지수 종가가 50여분 늦게 산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같은 해 2월28일에는 장 초반 30여분간 1만여개의 사후증거금 계좌에서 주문이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 혼선 탓에 선물옵션시장에 일대소동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거래소가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하는 해는 2007년. 7월12일 시스템 장애로 약 1500개 종목의 매매체결이 지연돼 비판을 받은 지 한 달 후인 8월13일엔 코스닥시장 거래 체결이 늦어져 장 마감 한 시간 반이 넘어 종가가 나왔다.

동월 초에는 역시 시스템 오류로 KOSPI200 풋옵션 거래가 30분 지연됐고 한 종목에 몰린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9월12일 다시 이어졌다. 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 장애로 매매체결이 4분간 지연된 것도 모자라 정상시스템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매매 1400여건이 미뤄지기도 했다.

◆수장도 접근 힘든 전산시스템, 금감원 시찰로 빈틈 찾을까

거래소는 현재 백업시스템 과부하 및 전력공급 애자 파손 등의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어쨌거나 관리소홀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공교롭게도 과거 사고발생일의 날씨를 파악한 결과 거의 모두 여름철, 그것도 비오거나 흐린 날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亡羊補牢(망양보뢰)'식의 탄식이 터지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이번 사고를 수장 이탈에 따른 기강 해이와 묶는 진단도 상당수다. 실제 지난달 13일 김봉수 전 이사장의 이임식 이후 거래소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는 등 지휘자 없이 끌려가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사고의 경우 이사장 공석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 거래소 측은 향후 사고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전력을 투구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전산시스템은 이사장도 보안규정 때문에 10분 이상을 대기해 시찰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며 "자체 검사를 강화하는 등 또 있을지 모를 허점을 보완해 시장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찬가지로 익명을 바란 한 전산시스템 유지보수업체 관계자는 "연중 전산장애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장마철과 장마 전후"라며 "일교차와 습도, 천둥번개 등으로 이 시기에는 규모에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전산 관련 비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측은 이번 야간선물 거래 중단사고와 관련, 코스콤 설비 운용인력을 늘리고 24시간 비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면서도 규정상 투자자 피해사례에 대한 적극적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