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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코이카 V광고, '당신'의 언행은 안녕하십니까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7 09: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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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궂은 날씨의 아침 출근길, 도로에서 광고를 부착한 버스를 봤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봉사 활동을 진행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광고였는데요.
   17일 아침 서울에서 운행 중인 버스에 부착된 코이카 광고. 코이카는 미국의 피스코와 유사한 국제봉사기구로 국위를 선양한다. = 임혜현 기자  
17일 아침 서울에서 운행 중인 버스에 부착된 코이카 광고. 코이카는 미국의 피스코와 유사한 국제봉사기구로 국위를 선양한다. = 임혜현 기자

흑인 아이들과 편한 활동복으로 차려입은 남·녀가 환하게 웃는 장면을 포착, 사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의 교육·농업·무역·기술의 향상, 위생상태의 개선 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 Volunteers, 줄여서 피스코라고도 부른답니다)에 비견할 만한 조직입니다.

우리가 과거 광복과 전쟁 직후 가난할 때 해외 원조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 국력이 신장됐으니 받은 만큼 다른 나라에 베풀겠다는 뜻을 실행하는 것이지요. 간접적으로는,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한국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역할을 맡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를 힐끗 보고서는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막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V사인을 사진을 찍을 때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는 승리(Victory)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자체도 나라에 따라선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른데요. 그리스 같은 경우는 특이하게도, 이렇게 V를 그리면 모욕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의 V를 그리는 인원 일부가 손등을 바깥으로 보이게 하는(사진과 같이 손톱이 보이게 됨) V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영국에서는 상당히 심한 욕설로 받아들여지고, 그 문화적 영향 때문인지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그렇게 인식된다고 합니다.
   코이카 광고 중 일부. 손등을 바깥으로 보이게 하면서 V를 그리면 영국 등에서는 심한 욕설이 되며, 그 영향을 받은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이렇게 인지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글로벌 마케팅이나 국제협력 등을 다루는 곳에서는 광고마련시 주의가 요망된다. = 임혜현 기자  
코이카 광고 중 일부. 손등을 바깥으로 보이게 하면서 V를 그리면 영국 등에서는 심한 욕설이 되며, 그 영향을 받은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이렇게 인지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글로벌 마케팅이나 국제협력 등을 다루는 곳에서는 광고마련시 주의가 요망된다. = 임혜현 기자
과거 사례를 보면 어느 스포츠 선수가 영국 여왕이 참관한 자리에서 승리의 V를 그려 보인다는 게 그만 손등 방향을 잘못해 욕을 한 것처럼 돼 버려 크게 논란이 됐었다고 하며, 가까운 예로는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의 루니가 라이벌 축구팀인 첼시의 팬들을 향해 오른손으로 손등을 보이는 V를 그렸다고 해 비난 대상이 된 적이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선 흑인들은 보통 우리가 하는 V사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예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이 정도야 워낙에 전세계적으로 '처칠 V'를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문제는 인구가 제법 되는 영연방쪽 사람들은 손등을 바깥으로 한 V광고를 어떻게 볼 건지 하는 대목입니다.

더욱이 이런 문제를 몰라도, 사진의 인물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인을 그리고 있다면 좀 이상하다고 해서 걸러냈을 여지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런 V사인을 담은 광고를 보니, 여의도 정가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당신' 논란이 겹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당신은 3자에 대해 사용하면 존칭이 되고 2인칭으로도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당신 운운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정치적 대결 문제입니다. 

방송인 출신인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말꼬리 잡지 말고, '당신'의 어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공부하고 '당신'이라는 어휘가 어떻게 집안에서 쓰이고, 사회에서 쓰이는지 공부를 하고, 편집을 하기를 권한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신 최고위원의 발언은 일반론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이 경우에는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발언이 나온 자리와 발언 성격을 보면,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언급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언론을 통한 공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일종의 공개서한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십분 양보한다 해도, 이 발언이 박 대통령의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발언 등과 맞닿았음을 같이 보면, 전체적인 뉘앙스가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높임말로서의 당신을 쓰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공격적인 언사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인권위원장인 이한성 의원은 "이번 발언은 최소한의 법치의식, 인권의식도 없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이 전 대표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는데요. 인권의식 박약까지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정치적 감각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좋은 의도로 하더라도 극과 극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게 사람의 언행입니다. 같은 땅에서 사는 이들조차도 이렇게 서로 생각이 전혀 다른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일은 아무리 선의로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코이카 광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