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기자 기자 2013.07.16 15:17:23
ⓒ 티브로드 |
[프라임경제] "티브로드 원청의 실적 중심 강요 속에 각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법적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살인적인 강제노동을 해왔음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부(지부장 이시우)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발표했다. 이들과 케이블방송사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태광그룹 계열 국내 최대 케이블방송사 티브로드(대표 이상윤)가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8일 티브로드홀딩스 본사·계열사·외주업체 등 전국 41개소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 결과 금품·서면계약 작성 및 교부·성희롱예방교육 위반사항이 확인된 것.
고용노동부는 지속적 지도감독을 통해 근로시간 준수, 금품청산 등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근로감독 곳곳 위반, 최악의 경우 '사법처리'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20일부터 동월 31일까지 티브로드홀딩스 본사 및 계열사(사업부 11개사), 협력업체인 기술센터(19개소)·고객센터(10개소) 등 전국 41개소에 근로감독을 시행했다.
이번 근로감독은 △최저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서면계약 △성희롱예방교육 실시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서면답변으로 받은 노동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5개소(85.4%)에서 4억8326만8000원 미지급금 적발 △21개소(51.2)%는 서면계약 작성·교부의무 위반 △16개소(39%)는 성희롱예방교육을 미실시한 사실이 감독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이와 같은 위반사항은 대부분 협력업체에서 적발됐는데, 미지급금 부분에서 높은 위반율을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미지급금분에 대해 △최저임금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임금·퇴직금으로 구분해 산출했다.
최저임금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이를 준수하고 있었지만, 고객센터에서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전체 19개 점검 고객센터 중 7곳이 적발, 174명에게 최저임금 차액 약 4371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총 26개소에서 934명에게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약 3억9007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술센터에서만 약 3억5376만원을 미지급했고, 추가 근무에 대한 높은 위반율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약 1695만원)은 협력업체에서만 위반했으며, 본사를 제외한 계열사와 협력업체 중 총 174명에게 약 3253만원에 달하는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이상곤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 근로개선정책과 감독관은 "이번 감독에서 적발된 업체에 대해 시정조치를 하고, 시정이 되지 않으면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 가리고 아웅' 근로감독 무서워 기록삭제·은폐
이러한 가운데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이하 희망연대노조)은 이번 근로감독 중 협력업체가 사업부 지휘에 따라 정보와 기록을 삭제,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센터로 불리는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조건은 비슷하나, 시정지시결과는 각기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희망연대노조는 기술센터에서 연장·휴일 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수당 내역 중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희망연대노조는 사업부에서 지급하는 인건비는 동일한 기준이지만, 임금구성과 지급을 센터장 재량대로 처리하는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특히, 모 센터의 경우 노동조합이 입수한 출퇴근 기록부를 해당 지청에 제출해 추가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태료 포함 1억여원의 미지급금이 산정됐다고 밝혔다.
◆경쟁사 '동반성장' 외치는 가운데 '묵묵부답' 지적
현재 국내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1491만명으로 티브로드, 씨앤엠, CJ헬로비전 3개 기업이 전체 가입자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갑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반성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티브로드의 원청 횡포 논란이 불거졌다. 근로감독에 대비,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 티브로드 |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케이블방송사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우가 하향평준화 돼있다. 대표적으로 기술센터 직원들은 주당 60시간 근무에 한 달 2~3회 휴무 등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티브로드 뿐 아니라 다른 케이블방송사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씨앤엠, CJ헬로비전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는 반면, 티브로드는 책임을 회피하며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청인 티브로드의 협력사 쥐어짜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씨앤엠과 CJ헬로비전은 협력업체와 상생하겠다며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씨앤엠의 경우 지난 4일 올 하반기 중 24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총 50억원 규모의 지원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CJ헬로비전 역시 향후 5년간 42개 협력사 고객센터에 180억원을 지원할 계획을 밝히며 올해 고객센터와 상생을 전담하는 부서도 신설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관계자는 "협력업체는 업무위탁계약에 따라 운영되며 법인이 다르므로 티브로드 본사와 별도의 회사라고 본다"며 "협력업체의 인사·노무 문제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감독을 계기로 협력사와 협력사 직원 관계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며 관련 상생프로그램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력사 상생프로그램 발표 시점과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