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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經 신흥국 외환보유액 기사: BGM 발키리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6 13: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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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발키리 작전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 암살 계획 중 가장 성공에 근접했던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톰 크루즈 주연으로 헐리우드에서 영화화(한국 개봉명 '작전명 발키리')되기도 했다.

원래의 발키리 작전은 나치 정권 수호 프로그램이었다. 베를린에는 당시 수천명의 예비군이 있었다. 쿠데타 시도 특히 히틀러 암살 같은 비상사태 때 이들이 동원돼 불순 세력을 진압하는 것이 발키리 작전이었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등은 이 작전을 '역이용'하기로 한다. 폭탄 사고를 내 히틀러를 제거하고, 이를 친위대(SS)의 돌발적 소행이라고 몰아붙여 예비군을 동원한다. 즉 원래 나치 정권 수호를 위해 준비된 예비군 병력을 이용, SS 등 주요 나치 인사와 조직들을 소탕하고 주요 지점을 장악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계획은 폭탄 사고에도 히틀러가 죽지 않은 것으로 판명나자마자 동원된 예비군의 힘은 빠르게 와해된다. 여기에 몇몇 지도자급 인사들의 우유부단함이 더해져 결국 실패로 끝난다.

자신의 힘을 갖지 못한 채 몇몇 지도자급 인사들이 가담한 정교한 트릭으로 결행한 군사 행동이란 결국 이렇게 끝났다.

대조해 보자면, 오히려 일본의 2·26 사건에서 쿠데타군이 정부군(천황의 명령을 받은 진압군쪽)에 끝내 항전하기로 했다면 더 큰 사건이 됐을 것이다. 쿠데타군 장교들이 의도 혹은 예상한 이상으로 사병들이 의외로 잘 따라 줬다는 일부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日經으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이 지난 두달간 신흥시장국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후, 신흥국 자금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 환율 방어에 나선 결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다룬 신흥시장 12개국에는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대만·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러시아·홍콩·이집트도 포함됐다.

이 기사는 "신흥국 자금 유출로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 통화를 사들이고 미 국채 등 보유했던 외환자산을 파는 등 대규모 개입에 나선 결과"라고 풀이했다.

기사의 지적대로, 만일 신흥국의 미국 국채 매도 행렬이 계속되면 미 채권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흥국이 이처럼 계속 수세에 몰릴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신흥시장은 밀려든 선진국 자금으로 주체하기 어려운 상황을 즐겼고 이 와중에서 다소 달갑잖은 문제들을 겪기도 했다.

세계의 경제가 위기에 빠져든 2008년 무렵부터 이머징마켓이 유일한 구원투수 운운하는 듣기 좋은 말이 이제 종언을 고할 시점인 것 같다. 그렇다고 경제의 침체가 확실히 끝난 것도 아니다. 그람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거는 끝났으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불행한 때에 자금부터 빠져나가고 있으니 그 파장을 대비하는 피곤한 일만 맡은 셈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부터 풍부한 자금 중 일부라도 잘 살려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지금의 자금 이탈 물결이 씁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저 기사 속에 언급된 12개 나라 중에 그렇지 않은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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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되겠는가. 자기 힘이 아닌 남의 힘으로 일을 도모하려는 이는 언제나 힘들다. 하물며 그 와중에 뭔가를 해 보기는 커녕 좌지우지만 당하는 이의 속은 어떻겠는가. 발키리 역이용 작전이 새삼스럽게 이 보도에 겹쳐 보이는 이유다. 우리 역시 너무 쉬운 자본 유출입 가능성으로 'ATM으로 이용당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존재했던 것을 새삼 다시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발키리 작전은 독일 낭만파 음악가 바그너의 동명 작품에서 따서 작명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