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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낙서와 예술, 종이 한 장 차이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7.16 1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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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커피숍의 방명록입니다. 이 커피숍은 손님들이 여기저기 낙서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법적인(?) 낙서장을 만들어 놓았는데요. 추억을 남기고 싶은 손님들은 평범한 메모장부터 냅킨, 컵홀더까지 커피숍 안에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것에 편지부터 그림까지 추억을 남겨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허용된 공간이라면 어떤 낙서든 괜찮겠지만, 가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나 오래된 문화유산에 낙서를 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중국인 관광객이 3500년 된 이집트 유적에 '당진하오 다녀감'이라는 낙서를 남겨 중국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는데요.

이는 꼭 중국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해외 유명관광지에서 한글 낙서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이 붙여놓은 메모로 빼곡한 커피숍의 방명록. 커피숍 구석구석이 낙서로 더럽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 이지숙 기자  
고객들이 붙여놓은 메모로 빼곡한 커피숍의 방명록. 커피숍 구석구석이 낙서로 더럽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 이지숙 기자
하지만 반대로 이런 낙서가 예술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네티즌 사이에서 '돼지 토끼'로 인기를 얻은 뒤 최근 프랑스 기업 '욤제오'와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캐릭터 '몰랑이'는 한 여대생이 수업시간 틈틈이 책 여백에 낙서한 토끼 그림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뒤 화제가 됐고 약 1년만에 국내 유명 캐릭터 마케팅 대행사와 저작권 협약을 맺은 뒤 프랑스 기업과도 계약을 하게 된 것인데요. 이후 그는 대기업 대졸 초임연봉의 2~3배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고 하네요.

낙서로 유명해진 사례는 해외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검은 피카소'라고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도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총 낙찰가 7993만파운드(약 1340억원)로 낙찰돼 현대미술작가 중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그래피티를 그리던 10대 젊은이는 1982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소개로 뉴욕 화단 중심부로 진입해 이름을 알렸고 '그래피티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최근 낙서예술로 주목받는 예술가로는 '뱅크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영국 출신 뱅크시는 신분과 얼굴을 철저히 숨긴 채 낙서에서 설치까지 도발적이고 저항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유명합니다.

올해 2월에는 그가 런던 건물 벽에 그린 그림이 뜯겨 도난된 뒤 미국 마이애미 경매장에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벽화를 빼앗긴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경매가 중단됐다고 하네요.

예술가는 아니지만 '낙서'로 유명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지난해 2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낙서대장(Doodler in Chief)이라며 자신의 낙서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상원의원 시설 자신의 낙서 그림을 섬유 신경종증화자 치료비용 마련을 위한 자선 경매에 내놓았고 이 그림이 2075달러에 낙찰됐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상원 본회의 중 근처에 앉아 있는 민주당 중진 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 해리 리드, 찰스 슈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 모습이 상원인장과 함께 등장합니다.

이렇게 낙서는 때로 예술로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기도 하지만 공공장소의 낙서는 대부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요. 국내 관광지에서도 수백년된 나무에 이름을 새겨 넣거나 문화재에 몰래 다녀간 흔적을 남겨놓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론 '예술'이 되는 낙서지만 공공장소에선 '예절'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