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라펠(lapel)에 대해 아는가. 벤트(vent)는 무엇이며, 커프(cuff)가 무엇인지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답은 당신이 오늘 아침 입고 출근한 수트에 모두 들어 있다. 남성복 디자이너도 아닌데 저런 용어를 왜 알아야 하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자동차의 이름, 연식을 줄줄이 외우고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의 이름과 연봉을 꿰고 있는 당신은 현재 입고 있는 수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이 어떤 사람이며 당신을 빛나게 해주는 수트를 그저 출근할 때 입어야만 하는 유니폼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신차의 배기량, 엔진, 연비, 승차감에 관심을 쏟는 만큼 수트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수트가 당신을 빛내주고 진정한 남성으로 만들어 주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슈퍼카는 당장 가질 수 없어도 슈퍼수트는 당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당장 내일부터 연출할 수가 있다. 허영을 채워줄 슈퍼카 보다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미팅으로 이끌어 줄 나만의 슈퍼수트가 당장 다음 달의 연봉 협상에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수트는 19세기 초 일반 시민들이 낮 시간에 정장용으로 입었던 프록코트(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주머니 없는 형태 - 현재는 거의 입지 않음), 테일 코트가 개량돼 탄생한 옷으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프록코트의 앞을 잘라 개량한 것이 모닝코트(주간에 입는 남자 예복)이고, 그것을 간편화 한 것이 현재 우리가 입는 수트라고 한다.
'파워수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트는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빌 게이츠의 '황금의 블랙수트' 일화에서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1980년 컴퓨터 업계의 강자였던 IBM사는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기로 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줄 회사를 찾고 있었다. IBM사의 간부들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들은 사장실로 안내하는 청바지에 셔츠를 입은 청년이 '사장'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의 눈에 빌 게이츠는 그저 젊고 평범한 프로그램 기술자로 보였을 뿐이다. 결국 이날 그들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돌아갔다.
며칠 후, 빌게이츠는 화이트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검정색 쓰리 피스 수트를 입고 그들을 맞았다. 그런데 IBM사의 간부들도 빌게이츠의 스타일을 맞추기 위해 캐주얼한 팬츠와 셔츠를 입고 찾아왔던 것이다. 첫 만남과 대조되게 빌게이츠는 수트차림, IBM 임원진은 캐쥬얼한 복장을 했던 것이다.
그날 회의는 폭소로 시작했고 훗날 IBM사의 간부들이 그날 일로 빌게이츠를 사업 파트너로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IBM사의 신뢰를 얻어 빌게이츠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MS-DOS를 탄생시켰다. 그날 그가 입은 블랙수트는 황금을 몰고 왔다고 해 '황금의 블랙 수트'로 불려지고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수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음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푸른색 계열의 수트를 상하의로 맞춰 입고 회의 장소에 들어선 당신에게 신뢰감과 호감을 느끼고 있을 때 즈음, 재킷을 벗는 순간 아뿔싸. 좋은 첫인상은 무너졌다.
드레스셔츠(화이트셔츠)가 긴팔이 아닌 반팔. 게다가 셔츠 안에 내의(일명 러닝)를 입고 있어 라인이 그대로 비친다. 타이는 너무 짧아 벨트위로 올라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더라도, 오늘 당신의 이미지메이킹 점수는 50점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수트를 입을 때 꼭 지켜야 할 매너다.
1. 수트 재킷의 포켓에는 행커치프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2. 타이는 벨트선 1cm정도 아래로 내려오게 맨다.
3. 재킷의 소매와 목둘레 위로 셔츠가 1~1.5cm 정도 보이게 한다.
4. 셔츠 안에는 내의를 착용하지 않는다.
5. 앉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상의의 단추는 풀지 않는다.
꼭 명품 수트를 사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싼 구두에 벨트가 절대적이라는 말도 아니다. 위의 다섯 가지 사항만 지켜도 충분히 당신만의 '황금의 블랙수트'로 연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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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