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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순천 석동마을, 염소 똥과의 동거?

장철호 기자 기자  2013.07.16 08: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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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에 방목된 염소들.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에 방목된 염소들. ⓒ 석동마을 주민 제공.
   흑염소가 방목되면서 황폐화된 임야 ⓒ 석동마을 주민 제공.  
흑염소가 방목되면서 황폐화된 임야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 내부의 묘지. 조상의 묘가 심각하게 훼손돼 하소연하고 있는 주민.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 내부의 묘지. 조상의 묘가 심각하게 훼손돼 하소연하고 있는 주민. ⓒ 석동마을 주민 제공.

[프라임경제] 지난 1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승주읍 월계리 석동마을 마을회관 앞. 마을 어르신들이 7월 땡볕을 피해 그늘에 모여서 외지인의 방문을 곱지 않게 바라본다.

잠깐 사이 몇 대의 외지 차량이 쉴새없이 마을회관 옆 도로를 지나간다. 옆집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 법한 규모의 마을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외지 차량을 쉽게 구분하고, 수군댄다. 비교적 젊게 보이는 여성 한분이 말을 걸어온다. 취재 약속은 마을 비대위원장과 했는데 준비할 서류가 있다며, 시원한 음료수를 내밀었다.

"어제, 오늘 난리가 났어요. 도청 과장이 왔다간 뒤 건축폐기물이 수십차례 빠져 나오고, 포크레인이 들어가 역겨운 냄새가 나던 염소 똥 매립지도 치우고 있어요. 차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똥파리가 들끓었는데..."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 내부에 방치된 건축폐기물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 내부에 방치된 건축폐기물 ⓒ 석동마을 주민 제공.

"방금 지나간 차량은 순천시청 공무원이에요. 순천 시청 공무원은 나이 드신 마을 어르신들에게 반말하고,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사람을 부르기도 했어요. 인간 **들이 따로 없어요"

함께 자리한 마을 이장은 순천시와 전남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불법 과태료 후 양성화가 순천시 행정"이라고 전제하고 "수년간 불법 건축물을 지어 놓고, 남의 땅까지 펜스를 쳐서 염소 1000여마리를 방목해 키웠는데 이곳을 목장용지로 바꿔준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갑니까?"라고 물었다.

특히 양성화된 흑염소 농장에서 상수도보호구역까지 불과 2km밖에 떨어지지 않아 향후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에 설치된 골프연습장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에 설치된 골프연습장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이런 대화 후 마을에서 1.5km가량 떨어진 목장으로 향했다. 조용했던 흑염소 농장은 전남도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바쁘게 움직인단다. 진상조사는 전남도청 박화식 산림과장을 단장으로 순천시청 공무원들이 합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 진입로는 불법 건축폐기물이 매립돼 있었고, 수십대의 차량이 건축폐기물을 싣고 어디론가 분주하게 가고 있었다. 이날만도 1톤차 20여대 분량의 건축폐기물이 실려 나왔단다.

목장 진입로 좌, 우측은 펜스로 견고히 막혀 있었다. 염소떼는 도청의 진상조사가 시작되면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마을 이장은 지난해 전남도행정심판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500마리였던 염소가 이제 1000마리를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동행한 마을 주민은 "원래 이 산 전체(60만㎡)가 펜스로 막혀있었는데, 주민 민원에 따라 펜스를 내부로 많이 옮겼다(8만여㎡)"고 말했다.

멀리 보이는 산중턱에 보이는 편백과 밤나무숲은 훼손 정도가 심각해 보였다. 500m이상된 거리지만 훼손 정도를 판단할 만큼 여러 군데가 구멍나 있었다. 산 중턱까지 펜스가 설치돼 마치 군사 요새를 방불케 했다.

목장 내부가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내부 실상은 주민들의 증언을 싣는다. 이 마을 비상대책위원장 박 모씨는 흑염소 목장 내부가 아비규환이라고 밝혔다. 워낙 잡식성인 염소의 특성상 나무와 목초가 남아나지 않는단다.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에서 방출되고 있는 편백나무들 ⓒ 석동마을 주민 제공.  
석동마을 흑염소 농장에서 방출되고 있는 편백나무들 ⓒ 석동마을 주민 제공.

농장 주인은 멀쩡한 편백나무를 베어내 염소들에게 먹이고, 조상의 묘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가면 염소의 똥을 대량으로 묻어서 똥파리를 들끓게 했고, 건축 폐기물 수백톤을 내부에 매립하거나 방치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도 목장주인은 목장 내부에 골프연습장과 수영장을 만들어 평화롭게 여유를 즐겼다는 것이다.

본지는 석동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곳이 목장용지로 허가되는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기획취재를 통해 실상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흑염소 농장주 박모씨는 지난 2011년 11월29일 농장이 농림어업용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산지전용을 합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순천시청에 산지전용신고를 했다.

하지만 순천시는 신청지가 도로, 건축물, 구거, 산림, 묘지가 포함돼 있고, 토지의 주 용도가 염소 방목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전용대상 토지가 아니다는 이유로 2012년 1월30일 불수리 결정했다.

이에 민원인 박모씨는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2012년 3월12일)했고, 도행정심판위원회는 19년 가까이 초지를 조성해 염소를 사육한 점, 다년생개량목초 및 사료작물 재배지로 사용한 점과 불법전용산지에 관한 임시특례의 입법 취지에 따라 엄격한 법 해석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인용 재결(청구인 청구 수용. 2012년 7월14일)했다. 이후 순천시는 이에 따라 산지전용신고를 수리해 목장용지로 전용(2012년 7월17일)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