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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판권 인정되면 '아시아나 배상액' 수억달러 추가?

[아시아나 쇼크] 배상 쟁점… 원만한 합의 안되면 피해자들 각국 소송 갈수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5 15: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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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참사가 발생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우, 많은 가족들은 비통함에 빠진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문제가 있다. 배상 등을 둘러싸고 결국 모든 슬픔을 돈으로 저울질하는 현실적 절차가 지난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고인들에 대한 애도 표시로 당분간은 덜하겠지만, 조만간 유가족들이 어떤 판단을 해도 "돈 때문에 저런다"는 제3자들이 백안시하는 태도를 보이게 되고 이것이 큰 상처가 된다.

이번 아시아나 미국 서부 사고 같은 복잡한 기계적, 인적 문제가 얽힌 항공 문제에서는 그 싸움이 더 길 수 있다. 현재 미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보이는 태도는 단순한 애국주의에서 오는 '팔이 안으로 굽는' 정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LA타임즈 등은 '조종사 보잉777 비행시간 43시간, 샌프란시스코 비행기 사고 원인 조종사 과실인가'의 제목을 통해 미국 공항이나 항공기 문제에 대한 가능성을 축소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美 언론 의문 제기의 심각한 문제점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 외에 중국인 141명, 미국인 61명 등이 탑승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이나 보험사는 자국으로 돌아가는 왕복 티켓을 가진 한국·중국인 승객의 도착지는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체 사고에 대한 일반적 소송이 미국 법원이 아닌 한국 등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은 사고항공기 잔해. ⓒ 방송 캡처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 외에 중국인 141명, 미국인 61명 등이 탑승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이나 보험사는 자국으로 돌아가는 왕복 티켓을 가진 한국·중국인 승객의 도착지는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체 사고에 대한 일반적 소송이 미국 법원이 아닌 한국 등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은 사고항공기 잔해. ⓒ 방송 캡처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 외에 중국인 141명, 미국인 61명 등이 탑승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이나 보험사는 자국으로 돌아가는 왕복 티켓을 가진 한국·중국인 승객의 도착지는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 사고에 대해 일반적 소송 가능성은 미국 법원이 아닌 한국 등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항공기 착륙 과정에서 공항 측 문제 등을 다투게 되는 사건은 여전히 미국 법원이 관할이며 그런 사고 처리의 선례도 있다.

이와 관련,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통신이 변호사들의 말을 인용해 "만일 한국과 중국인 등 피해 승객들이 모두 미국에서 아시아나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미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될 경우 한국이나 중국에서 소송이 진행될 때보다 아시아나 측이 수억달러(수천억원)를 더 배상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작은 문제로 물꼬가 크게 바뀔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사건의 여러 부분들을 다루는 전체 과정에서 신중한 보도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이 현재와 같은 보도를 경쟁적으로 내보낸다면, 미국 언론은 소송 쟁점 중 상당 부분에 대한 자국 기업(보잉)이나 당국(공항관리)을 돕는 편의주의에 빠져 공정성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혹은 그런 일에 부지불식간에 협력한다는 불공평 지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중과실시엔 10만SDR 이상 물어주는 관행

현행 항공운송약관에는 사고시 사망이나 부상자에 대해 1인당 10만SDR을 보상 한도로 규정한 경우가 많다. SDR이란 IMF 특별인출권으로 그 가치는 수시로 변하지만 미화 약 15만달러 가량으로 추산하면 된다.

항공기의 사고 발생 경우에 일괄타결 방식의 합의 추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런 경우라도 이 규정보다 더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항공운송약관의 10만SDR 한정 규정은 몬트리올협약 내용을 참고한 것이다. 그런데 항공사로서는 소송전이 길어지는 등 부담을 극히 두려워한다. 따라서 이를 초과하더라도 빠르게 일을 매듭지어 언론에 사고 노출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몬트리올협약이 규정한 배상 한도는 중과실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법원이 1993년에 이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사례가 있다. 그해 7월29일 서울고등법원은 대한항공기 트리폴리 추락 사건에서 관행 변경의 길을 열었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이 사고가 조종사의 중대한 과실로 일어났기 때문에 국제항공협약에 제한받지 않고 사상자의 손해액 전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제항공협약 등을 이유로 승객 1인당 10만SDR 범위 내에서 배상해주던 당시까지의 관행이 깨진 것이다. 항공사측의 중과실 여부에 따라 배상한도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당시 돈으로 2억40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과실인지의 여부, 또 그 중과실이 있다치더라도 현지 사정과 어떻게 결합했는지의 가능성, 그리고 귀책 방향 등이 아직 단정되기 어렵지만 이 문제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인 승객보다 한국 고객이 불리한 건 사실

어쨌든 일괄적으로 소송으로 가지 않는 원만한 합의(부제소 특약에 대한 동의)로 끝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자들은 각국 소송으로 갈 여지가 높다.

미국 사법체계가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에 더 관대할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한 캘리포니아주는 불법행위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 사고에서 배상액의 상한을 두고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많은 피해자들은 미국에서의 소송 제기를 희망할 여지가 높다.

하지만, 1997년 대한항공기가 일으킨 괌 추락 경우에는 소송 관할에 대해 미국 법률가들이 보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1998년 2월, 대한항공기 괌 사건 관련 소장을 접수한 미 텍사스주 댈러스 관할 연방법원에서는 항공기 사고의 관할 존재 여부에 대해 "바르샤바 협약 28조에 따라 항공사고 재판관할권 소재지를 정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여기서는 "(관할은)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항공사의 주소지 △항공사의 주된 영업소 소재지 △운송계약을 체결한 영업소 소재지(항공권 구입장소) △최종 도착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시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원고의 경우)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미국에서의 재판관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소 제기를 '각하'해 버렸다.

다만, 한국인 승객들 중 일부는 이런 불리함을 딛고 결국 미국 내 소송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 합의를 통해 한국에서 처리한 유가족들보다 더 큰 배상액을 기록했다.

괌 사고 당시 대한항공은 유가족에게 사망자 1인당 2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응하지 않고 미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부 유가족은 사망자 1인당 50만~500만달러에 이르는 보상금을 받았다. 환율이 수시로 변하기는 하지만 50만달러는 약5억6000만원쯤 된다. 사안에 따라서는 보상액이 100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다는 선정적인 이해도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설명이 다소 필요한데, 이 사건은 미 당국의 과실 가능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소송의 진행이 가능했던 것이고 아시아나기 미국 서부 사건의 경우 현재처럼 미국의 과실은 전혀 없다는 식의 현지 언론 보도가 최종적으로 맞다면, 이렇게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간에 국적별로 이해관계가 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국적으로 인한 재판적 문제 외에 개인적인 여명, 학력이나 직업 등이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별도 기사 참조).

미국인 승객 소송도 조종사 중과실이 다시 쟁점

참고로, 미국(특히 사고지 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하더라도 징벌적 배상 등의 논리가 무한정 작동하지는 않는다. 다시 중과실 여부가 중요시된다는 점이 변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이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 사건에서 배상액을 한정한 바 있다. 2012년 8월 이 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애플에 10억5000만달러를 물어주라고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징벌적 배상 논리의 전형적 사례라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권을 침해하긴 했으나 고의성은 없다고 이날 판결한 것이다. 비록 IT 관련 소송 사례지만, 중과실이 없으면 징벌적 배상이 한계가 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등으로서는 현지 소송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 당국 과실? 괌 사고 GS 관련 선례, 샌프란시스코공항 악명 참고할만

결론은 다시 중과실 여부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의 사고지인 샌프란시스코공항은 상당히 악명이 높고 베테랑 조종사들도 기피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높다, 활주로의 안전공간을 확장하는 공사가 연방항공청(FAA)의 지시로 진행되고 있었을 정도다.

물론 아시아나항공 측에도 조종사가 관숙비행 중이었다는 점 등 문제가 있기는 하나, 양쪽 중 어느 문제가 더 큰지 등을 충분히 따져야 할 만큼 아직 일방적 단정을 할 경우는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사고에서는 현지 공항에서 전파항법시스템 즉 '글라이드 스코프'를 껐는지, 그리고 이 문제가 조종 과실이나 미숙 이상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것인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글라이드 슬로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지난 1997년 8월 발생한 대한항공기의 괌 추락 당시에도 아가냐공항의 이 장치가 문제가 됐다.

당시 이 기기가 꺼졌을 것으로 사전 통보가 됐으나, 괌에 막상 착륙을 시도할 때 이 기기가 간헐적으로 작동이 되는(됐다 안 됐다 하는) 상황이었고 혼선을 빚었다는 것이다.

괌 사고 당시에는 조종사가 글라이드 슬로프의 고장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언급했듯 미 당국의 책임이 인정되면 아시아나가 아니라 당국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큰 쟁점이다.

사고조사를 맡은 미 당국도 이런 점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브리핑에서 관제사나 공항시설의 문제 논란을 일축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라고 불리는 자동착륙유도장치가 꺼져 있었지만 착륙에 문제될 상황은 아니었다"며 "사고가 발생한 날은 맑았던 만큼 수동 착륙에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괌 사고 당시에는 조종사가 글라이드 슬로프의 고장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 대목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충돌 30초전 관제사가 교체됐고 이로 인해 조종사들이 착륙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웠다는 지적 역시 "관제사의 대응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결국, 이 대목은 소송 등까지 가야 할지 분란을 남기는 부분이다.

미 항공 당국 과실 여부 주시하되 2년 기한 주의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합의를 보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게 나은지에 대한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 소송을 할 건지, 미국에서 소송할 여지를 따져 볼 것인지에 따라 전자로 판단이 되면 빠른 소송 제기로 가는 게 낫다. 소송을 일단 제기해도 그 과정에서 합의 후(재판상 화해조서의 작성) 취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신중하게 우리 교통부 반응 등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해도 무한정 시간을 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항공사고에 관련해 몬트리올협약 못지 않게 중요한 국제조약인 바르샤바협약 내용 때문이다.

  1984년 당시 소련 사할린 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격추 추락 사건의 경우 희생자 유족 195명은 1993년이 돼서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당시 서울지법은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합의를 함부로 해서 안 된다는 점과 소송을 어디로 가져가든 시효 문제 등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진은 1978년 대한항공기가 소련의 무르만스크 근처에 불시착한 모습. 당시 항공기는 항로를 이탈했고, 이에 소련이 전투기 폭격을 가해 항공기가 불시착했다. 이 사고로 승객 2명이 사망하고, 십수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1984년 당시 소련 사할린 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격추 추락 사건의 경우 희생자 유족 195명은 1993년이 돼서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당시 서울지법은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합의를 함부로 해서 안 된다는 점과 소송을 어디로 가져가든 시효 문제 등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진은 1978년 대한항공기가 소련의 무르만스크 근처에 불시착한 모습. 당시 항공기는 항로를 이탈했고, 이에 소련이 전투기 폭격을 가해 항공기가 불시착했다. 이 사고로 승객 2명이 사망하고, 십수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바르샤바협약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상 손해배상의 청구권이 소멸하는 시효에 비해 극히 짧다. 그러나 이 협약은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된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제기하든 한국에서 소송을 염두에 두든, 참고가 필요하다.

1984년 구 소련 사할린 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격추 문제에서도 이 2년 문제가 논점이 됐다. 희생자 유족 195명은 1993년에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서울지방법원(오늘날의 서울중앙지법)은 '제척기간'인 2년이 지났고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합의를 함부로 해서도 안 되고, 소송을 어디로 가져가든 시효 문제 등까지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사례다.

결국, 이번 아시아나 미국 서부 사건은 많은 쟁점이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과 전략으로 사고 피해자나 유가족들이 대응할 필요가 높다. 미 당국이 신중치 못하게 일을 처리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경향은 있으나, 서두르는 만큼 결과 역시 빨리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 등이 지치지 않고 배상을 받아내는 노력을 할 여지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의지를 갖고 긴 레이스에 응할 수 있도록 한국 언론이 도울 점은 미국 언론과 다른 신중하고 진지한 보도 태도와 대중의 관심이 냄비처럼 빠르게 식더라도 사건을 놓지 않고 사고의 진실을 추적하는 태도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