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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기 반복되는 '꼬리끌림' 사고…우연의 일치일까?

항공사·항공기·공항·조종사 등 사고 이력 들춰보니…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7.15 15: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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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조사와 관련 한국과 미국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 교통안전위원회(이하 NTSB)는 지난 12일 사고조사 브리핑을 종료하고 곧 종합적인 사고원인 분석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사고발생 하루 뒤부터 사고 관련 정보를 쏟아낸 NTSB는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가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국제조종사협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장조사 중에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잘못된 예단을 주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사망자 3명, 부상 180여명을 낸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재발방지에 목적이 있다. 한국과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려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조사와 냉정한 판단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중국인 사망자 3명과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180여명의 승객이다. 그 다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을 쪽은 아시아나항공이다. 1988년 항공사업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고로 창사 이래 세 번째 인명사고 발생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7월의 저주' 역대 발생 인명사고 우연의 일치?

첫 인명사고는 1993년 7월26일 발생했다.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공항으로 향하던 OZ733편이 수차례 착륙 시도에도 불구, 기상 악화와 시설 미비 탓에 화원반도 내 야산에 추락하고 만 것. 당시 이 사고로 66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원인은 해남군 일대의 악천후와 열악한 목포공항 시설에 문제가 있었다. 당시 목포공항 활주로는 한쪽 방향으로만 오갈 수밖에 없었고, 활주로 길이도 짧아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례적으로 사고발생 하루 뒤부터 사고 관련 정보를 쏟아내며 조종사 과실 쪽으로 몰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도 NTSB 쪽을 지지하는 분위기여서 우리나라 교통 당국은 물론, 세계 항공사들이 이번 사건의 조사 진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CNN 방송 캡처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례적으로 사고발생 하루 뒤부터 사고 관련 정보를 쏟아내며 조종사 과실 쪽으로 몰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도 NTSB 쪽을 지지하는 분위기여서 우리나라 교통 당국은 물론, 세계 항공사들이 이번 사건의 조사 진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CNN 방송 캡처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사고는 인근 신공항 건설 추진의 계기가 됐고 2007년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했다. 무안공항 개항 이후 목포공항은 군용 공항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두 번째 인명사고는 이로부터 18년 뒤 발생했다. 2011년 7월28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OZ991편이 이륙 이후 기체 결함으로 제주국제공항에 회항하던 도중 제주 서쪽 바다에 추락했다.

화물기였기 때문에 승객은 없었지만 조종사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보험금을 노린 자살사고가 아니냐는 논란이 번졌지만 블랙박스 발견으로 사고 원인이 규명됐다. 화물칸 내에 적재된 인화성 화물에 불이 붙었고, 이것이 기체 내 공중 폭발에 의한 추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 것.

세 번째 인명사고가 바로 이번에 발생한 OZ214편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 충돌사고다. 여객기 인명사고로는 20년만의 일이고 창사 이후 첫 국제선 여객기 인명사고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4시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은 7일 3시28분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

여객기는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바퀴 부분에 불꽃이 튀면서 동체가 흰 연기에 휩싸였고, 승객들의 탈출이 이어졌다. 화재는 진압됐지만 꼬리 부분은 동강이 났고, 동체 대부분은 화재로 전소된 상태다.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크고 작은 사고도 발생했다. 2006년 6월에는 제주발 김포행 아시아나항공 8942편이 경기도 일죽 상공에서 우박을 맞아 동체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앞 유리창이 부서져 김포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이어 2008년 6월에는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8112편의 후방 동체가 활주로 표면에 접촉했고,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후방 동체가 마모됐다. 지난 4월 말에도 중국 하얼빈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20 여객기가 인천공항 착륙 도중 꼬리 부분이 크게 파손돼 수리비만 100억원이 넘게 들기도 했다.

◆보잉 777 기종 안전성 논란, 사고이력 보니 

이번 사고로 인해 시선은 자연스럽게 보잉 777 기종에 쏠리고 있다. 보잉 777 기종은 미국 보잉사가 보잉 747의 뒤를 이어 아시아권에 집중 보급하고 있는 차세대 중대형 여객기로, 그간 크고 작은 사고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아시아나 항공의 보잉 777-200ER. ⓒ 아시아나항공  
이번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아시아나 항공의 보잉 777-200ER. ⓒ 아시아나항공

세계 항공사의 사고 통계를 집계하는 ASN(Aviation Safety Network)에 따르면 보잉 777기 관련 사고는 2013년까지 총 8번 발생했다. 이 중 기체에 심각한 손상이나 인명사고가 일어난 경우는 세 번인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2008년 1월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영국항공의 여객기 38기가 런던 히드로공항 활주로 300미터 앞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47명이 부상을 입었고, 조사관들은 연료보급관에 얼음결정이 생겨 사고가 난 것으로 판정했다.

같은 해 2월과 11월에도 동일한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영국항공은 보유한 보잉 777기들에 대한 대대적인 엔진 교체를 진행했다.

2011년 7월29일에는 이집트항공의 보잉 777기에 화재가 발생했다. 공항에 대기 중이던 비행기라 사상자는 없었지만 기체 자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폐기처분 됐다. 이 사고는 구조용 산소호흡관과 연결된 전선 합선으로 인한 화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보잉 777기 사고가 이어졌다. 2010년 5월에는 오사카공항에 착륙중이던 보잉 777기의 꼬리 날개가 활주로에 충돌해서 끌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2012년 3월에는 하네다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보잉 777기의 기수가 올라가면서 꼬리날개가 활주로에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특히,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로 인해 놀란 마음이 진정될 새도 없이 연이어 10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항공 소속의 보잉 777기가 미국으로 가려고 일본공항을 출발했으나 유압계통 이상 누유로 회항한 것.

바로 다음날인 11일에는 미국항공 소속 보잉 777기가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했다가 엔진 이상으로 다시 베이징 공항으로 회항했고, 베이징공항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대기했으나 화재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1995년 도입 이래, 최고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잉 777 기종이었던 만큼, 이번 사고를 비롯한 과거 비슷한 사고들은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연료와 유압계통, 꼬리끌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데 시선이 쏠린다.

◆샌프란시스코공항은 문제없나… 최근 5년간 사고 56건

그렇다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NTSB는 기기와 관제탑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공항의 과거 사고이력은 조금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조종사들은 물론, 미국 공항 조사기관에서조차 샌프란시스코공항을 위험하고 불편한 공항으로 평가하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세계 각국의 조종사들은 물론, 미국 공항 조사기관에서조차 샌프란시스코공항을 위험하고 불편한 공항으로 평가하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아시아나항공기 착륙사고가 발생한 샌프란시스코공항은 사고율이 높은 공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공항은 최근 5년 동안 5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는 미국 공항 중 사고율 4위에 해당한다.

공항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풍향 변화가 잦고, 주변에 안개와 운무 현상이 많아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주로 증설도 어려워 사고 발생 위험이 다른 공항에 비해 큰 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연방항공청은 샌프란시스코공항을 산악 지형을 비롯해 까다로운 환경 조건을 갖춘 다른 공항과 마찬가지로 특별 공항으로 분류해왔으며, 지난 1996년 국제조종사협회연맹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10곳'에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국제조종사협회연맹은 공항 두개의 활주로에 항공기 두 대가 나란히 착륙할 때 육안만으로 착륙을 시도할 만큼 운무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샌프란시스코공항은 미국 내에서 정시 출발과 도착률이 나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공항은 지난 2010년 말 현재 항공기 정시 출발과 도착률 71.5%를 기록, 여객기 10대 중 3대는 지연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전국 공항 평균인 81.3%보다 약 10% 뒤쳐지는 기록이다.

◆조종사 과실에 촛점 맞춘 NTSB, 자질논란 부채질

이번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여객기 조종사의 자질논란이다. NTSB 측은 공공연하게 조종사 과실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이라고 밝혀왔고, 해당 기종을 운전한 두 기장의 운행 시간을 공개하며 말을 보탰다.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았던 이강국 기장이 '관숙비행' 중이었다는 사실도 자질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관숙비행은 조종사가 새 항공기를 맡아 운항할 때 경험을 쌓기 위해 해당 항공기에 숙달된 조종사가 교관으로 동석한 상태에서 운항하는 일종의 수습 비행이다.

이 기장은 총 9793시간을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지만 사고가 난 보잉 777 기종은 9차례 43시간 비행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관 기장으로 탑승한 이정민 조종사의 경우 보잉 777 기종 3220시간, 전체 비행시간 1만2387시간의 베테랑이지만 교관 기장 역할은 처음이었다.

교관 기장 역할이 처음이라는 것과 보잉 777 기종 관습운행 중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국내 항공전문가들은 과연 이 두 가지 경우만 두고 두 조종사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정민 기장은 한국항공대 출신으로 1996년 2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17년간 근무했으며 총 비행시간은 1만2387시간에 이른다. 2001년부터 기장으로 근무 중이고, 사고 기종인 보잉 777 기종 비행경험도 3220시간에 이른다.

이강국 기장은 아시아나 항공운항인턴 출신으로 1994년 3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아시아나항공이 수행하는 조종사 교육을 받고 규모가 작은 비행기부터 비행 경험을 쌓아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보잉 747 등 대형 비행기의 부조종사를 맡기 시작했고, 2005년 기장으로 승격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강국 기장이 보잉 777기로 전환하면서 관숙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샌프란시스코를 비행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강국·이정민 기장 외에 나머지 2명의 기장과 부기장도 각 비행시간 1만시간과 5000시간에 이르는 경륜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두 기장의 자질 논란을 일축했다. 해당 기종의 비행시간이 짧은 사람이 기장을 맡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기종의 기장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착륙시점의 조종사들 모두 베테랑들이고 부기장역을 맡은 또 다른 기장이 사고기 운항 경험이 많아 비행시간이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