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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휴 조관 문제에 비춰본 귀태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5 11: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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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선 숙종 때 당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 중에 이조판서 등을 지낸 윤휴라는 정치인이 있었다. 유학자면서도 병법에도 관심이 많고 청나라를 치자는 북벌론을 주장했다. 백성의 부담을 줄이고자 여러 방편을 짜내던 그가 목숨을 잃은 것은 '조관(照管)'이라는 단어를 대비에게 사용했다고 해서다.

대비의 정치 관여를 방지해 달라는 말을 하던 중 사용된 이 조관이라는 표현은 다른 단어로는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웃어른이 잘못된 일을 하지 않도록 잘 보필하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반대 당파인 서인이 문제삼은 것처럼 사람을 잘 단속하라든지 구속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숙종 1년에 사용된 이 표현이 나중에(숙종 6년) 문제가 됐다.

불경하다는 것이다. 윤휴는 송나라의 '명신언행록'에도 "송나라 상신인 한기가 태후에게 영종을 조관하라고 했다"는 표현이 있는 등 사용 전례가 있다고 입증했지만, 이미 당쟁의 소재가 된 마당에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만약 윤휴가 더 오래 살았다면, 북벌을 실제로 단행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민생이 한층 윤택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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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귀태 논란이 붙어 정국이 경색됐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표현을 전직 대통령이자 현 대통령의 선친을 말하면서 사용했으니, 새누리당 등에서 발끈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그런가 하면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를 히틀러에 비유했다고 해서 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경솔하다든지,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새삼 덧붙이지는 않겠다. 표현은 거칠지만, 전체적인 발언 취지의 선의를 믿기 때문이다. 다만, 작은 단어 하나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는 정치인을 매장시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늘 염두에 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