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회적기업 탐방 39] 아낌없이 주는 재활센터 '내일을 여는 집'

생계 삼중고 원스톱처리…노숙인 쉼터 시초로 민간사회안전망 구축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7.12 16:43:35

기사프린트

   인천을 넘어 전국 대표 노숙인 자활센터로 자리 잡은 '내일을 여는 집'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해 노숙인 자활을 돕는 과정을 완벽히 마련하고 있다. = 전훈식 기자  
인천을 넘어 전국 대표 노숙인 자활센터로 자리 잡은 '내일을 여는 집'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해 노숙인 자활을 돕는 과정을 완벽히 마련하고 있다. = 전훈식 기자

[프라임경제]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이하 내여집)'은 재활을 꿈꾸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다. IMF 시절 이준모 해인교회 목사가 급증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인근에 쉼터를 연 것이 '내여집'의 시초가 됐다. 지난 10년간 이곳을 거쳐 재활에 성공한 사람은 3900여명. 내여집은 지금도 이 지역을 대안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초석으로 해인교회는 '내여집'을 통해 노숙인 자활을 돕는 과정을 완벽히 마련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한 것.

3개월간 지원하면서 자활을 시도해 보라는 권유부터 동거자나 가족이 있는 이들에게는 세 달간 월세방을 얻어 주고 생필품도 사 준다. 쉼터로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일자리도 알선해 준다.
 
단순한 사회적기업에 그치지 않고, 인천을 넘어 전국 대표 노숙인 자활센터로 자리 잡은 이준모 내여집 대표(목사)를 만나봤다.

◆노숙인 상담 최종 진화버전 '원스톱 재활시스템'

지난 1998년, IMF 사태가 발생하면서 교인 30%가량이 실직했다. 교인들 다수가 실직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교회 분위기는 급격히 침체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구제금융(IMF) 사태 때였죠. 노숙자들이 갑자기 많아지는데….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대표는 사회 내 급증하는 실직자를 위해 교회 일부를 '실직자를 위한 쉼터 및 자활모임터’로 바꿔 실직자들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는 '내일을 여는 집'을 출범시켰다. 20평 규모의 실직자 전용 모임터도 구축하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회사무실도 제공했다.

   인천 계양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고 있는 재활용센터는 자원 재활용을 통한 물자절약 및 환경보존에 대한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고자 남들이 쓰다 버린 가구나 가전제품을 수리해서 되팔아 수익을 낸다. = 전훈식 기자  
인천 계양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고 있는 재활용센터는 자원 재활용을 통한 물자절약 및 환경보존에 대한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고자 남들이 쓰다 버린 가구나 가전제품을 수리해서 되팔아 수익을 낸다. = 전훈식 기자

이러한 활동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더 많은 실직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직자들의 문제가 점차 피부로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무료급식을 시작하게 됐고, 이들 중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노숙자 쉼터도 마련했다.

내여집은 1998년 7월, 인천시로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는 등의 도움을 받아 노숙인 쉼터를 만들게 됐으며 그 해 자녀를 동반한 노숙자 가족들이 늘면서 '여성 및 가족쉼터'도 열게 됐다.

또 필요에 따라 상담교육소, 남자 노숙자 쉼터, 무료 급식소, 노숙인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해인 지역아동센터 등을 만드는 등 쉼터 가족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안길 재활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은 먹을 걱정, 잠자리 걱정을 해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이 목사는 "우선 남자들은 일용직 막노동판에 나갔고, 여성들은 공공근로일자리를 찾았지만, 막노동판은 비가 많은 여름이나 한 겨울에 쉬는 한계가 분명해 일하는 사람들이 늘 불안해했다"며 "이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고 싶어 구청 협조를 얻어 재활용센터를 만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러한 실직노숙인 재활일터인 재활용센터는 인천 계양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고 있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물자절약 및 환경보존에 대한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고자 남들이 쓰다 버린 가구나 가전제품을 수리해서 되팔아 수익을 낸다.

중고가구나 가전제품을 수집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수선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여기서 발생된 수익금은 운영비와 참여자 인건비로 사용, 주민과 함께하는 친환경 지역공동체 자활사업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별도로 고용한 가전기사 임금을 제외하면 매출 대부분이 이익으로 잡힌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거래처를 확보해야 했고, 재활용품을 수리할 수 있는 부품을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 정도는 꿰고 있어야 일이 돌아간다.

◆정부 차원 지원 절실…노숙인 복지관 건립 목표

재활용센터와 함께 '도시의 소비'와 '농촌의 생산'을 연결해 자리를 창출하는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도 2005년 꾸렸다. 시골 교회 등에서 태양초 고추나 유기농 감자 등 팔아달라는 목회자들의 부탁을 받고 노숙자들이 판매를 담당하는 사업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시작한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은 몇 번의 위기도 겪었지만, 지금은 사회적기업 '도농살림'으로 전환해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내일은 여는 집'은 직장문제를 고민하는 쉼터 가족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재활용센터와 도농살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재활용센터와 도농살림 내부. = 전훈식 기자  
'내일은 여는 집'은 직장문제를 고민하는 쉼터 가족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재활용센터와 도농살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재활용센터와 도농살림 내부. = 전훈식 기자

물론 내여집이 항상 성공의 길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실제 도농살림의 사회적 일자리에 지원하던 정부 지원이 안타깝게도 지난 2011년부터 기한 종료로 한 동안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재활용센터의 경우 서울 외곽도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던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1000만원씩 이익을 낼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중동에서 불이 나면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게 됐다. 현재 한국자산공사 건물을 임대하고 있는 재활용센터는 지금 연간 1900만원의 임대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목사는 "요즘같이 일자리가 없을 때에는 노숙자들의 재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준모 내일을 여는 집 대표. = 전훈식 기자  
이준모 내일을 여는 집 대표. = 전훈식 기자
내여집은 비록 작은 규모지만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실직자와 위기가정에 대한 긴급구조부터 가족에 대한 보살핌, 교육, 자활과 지역공동체 사업 등 원스톱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10여년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버둥 치면서 지역주민들과 만든 각 기관은 독자적 문제해결 방법과 시스템을 찾게 됐다.

"이제는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어요. 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LH공사 등이 예산이나 행정 지원을 많이 해주는 민관협력체계죠."

이 대표가 남 말 하듯 내뱉은 말이지만 내여집은 저성장·고실업 시대에 심각한 장기실업이 예견되는 지금 실직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다. 실직자와 그들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지역사회 및 착한 기업과 더불어 현장중심의 통합 프로그램을 전개해 민간 차원의 지역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노숙인들을 위한 복지관 건립을 목표로 잡아 '2012 비전 헌금'이라고 몇 년 전부터 모으고 있다"며 "15억~20억원 정도 소요되는 건립자금 마련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기도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소망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