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밴 수수료 체계개편' 결국 해법은 '초심'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7.12 15:58:1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카드수수료 개편 이후 조용했던 카드업계가 다시 밴 수수료 문제로 시끄러워지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일PwC컨설팅은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밴 시장 구조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밴사가 가맹점과 직접 밴 수수료를 협상하는 자율경쟁체제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밴 서비스의 제공·수혜 주체와 가격결정·지급주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밴 수수료의 여러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원인분석을 한 것.

하지만 카드업계와 밴 업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당장 수익이 줄어드는 업계는 큰 반발에 나섰고, 카드업계 또한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런 만큼 KDI 보고서가 눈총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수혜 주체를 가맹점으로 돌린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승인 중개, 매입데이터 처리비 등을 처리하는 만큼 수혜 주체는 분명 카드사인데 이를 가맹점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여신금융협회도 난감한 지경이다. 카드수수료 체계개편 당시 '합리적 수수료 마련'이라는 틀에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고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큰 이견이 없었지만 밴 수수료의 경우 구체적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을 뿐더러 업계에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 '돈 주고 시간 낭비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나 "밴 수수료 체계를 손보겠다"던 금융당국까지 한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명확히 따져 밴사가 금융기관도 아닐뿐더러 여전법(여신전문금융업법) 적용을 받지 않아 강제적으로 명문화하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결국 밴 수수료를 개편해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계획은 거창했지만 몇 개월간 고민한 흔적인 보고서를 열어보니 모두가 실망을 감출 수 없는 공청회가 돼버렸다. 결제프로세스를 바꾸며 시뮬레이션도 없이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KDI의 주장은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간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수없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막상 개편을 하려고 들여다보니 밴 시장은 관리·감독 주체가 없고, 재제할 법적근거도 없다. 이렇다 보니 누구하나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가 많다"는 여론에 밀려 체계개편을 논의하기에 이르렀지만 막상 책임은 질 수 없는 애매모호한 처지에 놓여 이래저래 해당 기관 모두 좌불안석일 현재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지  
 
대형가맹점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밴 수수료의 개편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손질을 위해 무작정 칼을 들이밀기 보다는 법적근거 등을 마련하는 준비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초반 모두가 계획했던 '밴수수료 개편으로 인한 중소가맹점 수수료인하'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체계개편'으로 발을 땐 '밴 수수료 논의'가 탁상공론이 아닌 합리적인 방안 도출로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