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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사회적기업 '중간지원조직 활성화' 관건

로컬푸드 포함 영역 기초투자 필수, 지자체만으로 힘부쳐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2 09: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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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 공생과 가치 추구 열기가 이는가 싶더니, 협동조합을 결성해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제 활동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두 영역 중간쯤인 사회적협동조합까지 등장하면서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이 모두 안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링겔 영양제를 맞듯 지원을 받아야 생존 가능한 조합을 비판하는 신조어인 '수액 조합'이 횡행할 것이라는 비판론까지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참여와 지원을 넓힐 수 있게 관련법을 바꾸자는 아이디어들도 제기되지만, 아직 뚜렷하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아니다.

◆"조합,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만으로 어려워" 로컬푸드 선례

도시 인근 농작물을 당일 판매로 공급할 수 있다면 도시민들의 식습관은 한층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을 로컬푸드 운동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주민이 소비한다는 개념이다. 농촌의 (생산자)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이 활성화돼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농산물 직매장을 로컬푸드의 전초기지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제대로 추진하려면 규모 확장과 함께 직매장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해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생산물 자체를 파는 것 외에도 다양한 가공품 판매, 농가 레스토랑 운영이나 관광상품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즉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운영에는 많은 고정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조직이 하기 어렵다. 로컬푸드가 농산물 직거래의 중요 유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경우 지자체·농협 등이 협력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케이스가 많은 까닭이다.

충남 천안에 있는 사회적기업인 즐거운밥상의 경우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 및 사회공헌성 역할을 하는 업체지만, 막상 지역사회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 업체 박찬무 대표는 "재료 조달을 할 때 주변에서 하고 싶지만 비용이 오히려 높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중간유통상을 통해 구입한다"면서 여건이 되면 '로컬푸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자체의 역할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2016년 말까지 1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전북 완주군의 경우 로컬푸드 운동이 잘 정착한 케이스로 꼽힌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건강밥상 꾸러미' 사업 명칭의 무단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2011년에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출원하는 등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

또 완주군은 지난 3일, 인증심사원이 격주로 로컬푸드 직매장(용진농협, 효자동)과 건강한 밥상에 출하하는 농산물에 대해 1회에 10~25점을 무작위로 채취, 농업기술센터 잔류농약분석실에서 246가지 성분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품질관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주시와 완주군 간 통합문제로 지역 내 의견이 갈리고 안건이 결국 부결되면서 로컬푸드 문제에도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효자동의 완주군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주시가 연간 임대료(9000여만원)를 대신 납부했으나, 통합 무산 이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소리가 나온다.

   전북 완주는 협동조합 등이 활성화된 대표적 지역이다. 처음에는 관 위주로 독려돼 움직였다는 평도 있었으나, 로컬푸드 등을 추진하면서 점차 민간의 자체 역량 강화와 네트워킹 능력의 발휘 등으로 자생력이 높아지는 긍정적 측면이 더욱 부각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전북 완주는 협동조합 등이 활성화된 대표지역이다. 관 위주로 독려돼 움직였다는 평도 있었으나, 로컬푸드 등을 추진하면서 점차 민간의 자체역량강화와 네트워킹 능력 발휘 등으로 자생력이 높아지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임혜현 기자
결국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이 한층 유대감을 갖고 서로 연결을 하려고 해도, 상당한 기초투자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고 이를 지금까지는 농협이나 지자체 등에서 앞장서 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등에서 개입하는 것은 결국 자생적인 민생 경제, 사회적 경제의 제 3영역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관청이나 이미 소규모 조합의 역할에서 변질된 농협 등 거대 조직에 의존하는 아이러니를 만들 수 있다.

또 지자체 사정 등에 따라 그 역할이 위축되거나 일시 경색되는 경우, 함께 영향을 탈 수 있다는 문제 가능성 역시 있다고 할 수 있다.

민간 중간지원조직 활성화가 답

이에 따라 중간지원조직의 자생적 발생과 역할·영역 확대가 앞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다양한 협동조합(등 사회적 경제 모델)들이 연대해 독자적인 생산·소비·노동시장을 창출하고 유지하려면 협동조합 (등 조직의) 복합체 모델이 요구된다.

캐나다 퀘벡의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업무를 퀘벡협동조합연합(CQCM)과 15개 연합에서 필터링하고 네트워크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완주군의 경우로 다시 돌아가면, 완주군에서 의욕적으로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나섰고 그 나름의 성과도 컸지만, 중간조직이 허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는 지역주민 70명이 출자해서 만든 재단법인이다.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센터에 요구되는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센터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8차례 교육을 했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같은 경우도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모두 상품화하거나 수익을 내는데 나서기보다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역할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케이스다.

전환기술이란 현재의 에너지 과잉 사용 기술과 상품들을 당연시하지 않고, 다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친환경적 발전을 모색하는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적정기술이라는 표현도 함께 사용되는데, 에너지 위기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적정기술은 1970년대 영국의 적정기술센터와 미국의 국립적정기술센터가 국제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 데서 출발했다.

기존에 마련되고 공개된 기술을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각 기술을 새롭게 연결해 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연구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생산 등은 교육 과정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해 이들에게 맡기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비교우위적 선택'을 고려하는 셈이다.

김성원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산하 적당연구소장은 "몇 가지 모델은 우리가 직접 상품화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연구에 더 전념하고 각 기술의 생산은 여기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또 새롭게 생산조합 등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중간조직으로서의 전환기술조합 어젠다'를 시사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은퇴한 연구자들, 기업에 있는 분들 등등을 모두 연계해 연구자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한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기술교육과정을 통해 각종 전환기술을 접목한 상품들을 만들고 수익을 내는 생산협동조합들이 다량으로 생겼으면 좋겠다는 뜻도 갖고 있는데 결국 중간지원조직이 느슨한 형태로 연결망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전국적인 기술자들의 생산망(조합 등의 형태)이 넓게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이 다수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생태계 질서를 완성하고 파급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지만, 흩어져 있는 각 조직들을 연결할 고리들이 등장한다면 제3경제의 생태 사슬은 더 확장될 여지가 높다.

그런 단초가 소수지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자체와 기존 조직에 일정 역할을 넘기는 게 아니라 중간지원조직도 사회적 경제 내부에서 자체 생산할 시대가 도래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