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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기업은행, 명품마루 오방과 해지스 유니폼 사이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7.12 08: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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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KTX 서울역 내에 개소한 '중소기업 명품마루' 1호점이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명품마루는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우수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중소기업 제품 전용매장이죠.
   흔들리는 女心 : 중소기업 브랜드 전문판매점인 명품마루 앞에서 여행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있다. 이 매장은 코레일과 기업은행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 임혜현 기자  
흔들리는 女心 중소기업 브랜드 전문판매점인 명품마루 앞에서 여행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있다. 이 매장은 코레일과 기업은행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 임혜현 기자

코레일이 장소 제공과 매장 운영지원을,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매장 운영을 책임집니다. 기업은행은 입주업체 추천 업무의 대부분을 맡습니다. 서울역점의 경우 231㎡ 규모에 1300종이 넘는 상품을 판매(업체 수 140개 이상)하면서 개장 첫달 6억9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명품마루는 출범 당시부터 전자제품부터 화장품, 의류는 물론 옻칠 제품 등 외국인 여행객도 관심을 가질 만한 중소기업 제품들을 다량으로 구비해 눈길을 끌었다. = 임혜현 기자  
명품마루는 출범 당시부터 전자제품부터 화장품, 의류는 물론 옻칠 제품 등 외국인 여행객도 관심을 가질 만한 중소기업 제품들을 다량으로 구비해 눈길을 끌었다. = 임혜현 기자
   명품마루 내부 전경. = 임혜현 기자  
명품마루 내부 전경. = 임혜현 기자

화장품부터 공예품까지 각장 아이템이 눈길을 끌지만 한글과 캐릭터 등을 도안으로 삼은 섬유제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은행권에는 몇 해전부터 여름에는 티셔츠 유니폼을 입는 유행이 일었는데요, 기업은행도 쿨비즈 차원에서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현재 LG패션의 해지스를 채용하고 있는데요. 단가면에서 보면 해지스 옷을 사치품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피케 티셔츠나 패치 심플 티셔츠 같은 여러 상품이 있고 가격대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12일 해지스 홈페이지 판매가 기준 5만원선에서 10만원대 이상 등 다양한 폭, 남성용 기준). 다만 가장 걸리는 대목은 LG패션은 대기업이라는 데 있습니다. 

생산자를 보면 LG패션은 한국,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물건을 분산 생산하고 있고, ESQUEL이라는 중국 업체에서 생산하는 티셔츠도 있습니다.

막상 기업은행과 관련이 있는 명품마루에선 오방 컴퍼니라는 회사의 상품이 전시, 판매되고 있습니다. 2만원을 조금 넘는 이 회사 옷들은 'MADE IN KOREA' 조건까지 갖춘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송해씨가 등장하는 기업은행 광고문구)"고 말할 수 있는 정통 중소기업 물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류업체인 오방 컴퍼니의 제품은 한글 도안부터 캐릭터 그림 등 다양한 프린트 셔츠를 명품마루에 납품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의류업체인 오방 컴퍼니의 제품은 한글 도안부터 캐릭터 그림 등 다양한 프린트 셔츠를 명품마루에 납품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기업은행이라고 해서 모든 물건을 중소기업 물건만, 싼 걸로 사서 쓰라고 강요할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이미 기업은행 기념 넥타이를 굳이 명품브랜드가 아니라 'OK실크'라는 작은 넥타이 전문업체에 맡긴 적도 있고, 1999년 4월에는 서울 지역 일부 기업은행 영업점에서 귀족클럽이 양말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매대를 설치해 준 전례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명품마루에 중소기업 의류업체를 입점시켜 사기를 고취해 주면서도, 정작 가장 큰 수요인 하계유니폼은 해외 일손에 상당 부분 생산을 맡기는 대기업 옷을 택하는 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마침 기업은행은 11일 원샷인사에서 중소기업 밀집 지역에서 영업 성과를 올린 인물을 부행장 승진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발굴, 살리는 데에도 특이한 재능을 보였다고 하는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잊지 않고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음 번 유니폼 선정 때에는 미적 감각보다 이런 정신을 좀 더 발휘해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생각을 명품마루에서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