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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람 잡는 암행어사 '미스터리 쇼퍼'

이종엽 기자 기자  2013.07.11 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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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스터리 쇼퍼'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유통업이나 프랜차이즈 소속 직원들에게 단어가 주는 위압감은 공포 그 자체다.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미스터리 쇼퍼는 고객으로 가장한 평가요원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판매원들과 음식점 종업원, 콜센터 직원 등 다양한 서비스업종의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사측에 제공하는 일종의 용역 요원이다.

이들이 사측에 보고하는 점검표는 고객에 대한 친절도, 매장 청결, 복장, 응대법, 위기 대응 등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항목이 늘어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소위 말하는 선진기법이지만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미스터리 쇼퍼가 작성한 문건은 한 마디로 살생부이며 그들은 현대판 '암행어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의 만족도가 매출로 직결되는 서비스업종에서 회사는 당연히 직원들의 희생을 일정 부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니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면 할수록 매출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두 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최근 NC백화점 매장 여직원이 자살이라는 끔찍한 길을 선택했다. 그녀를 죽음으로 내 몬 원인으로 '미스터리 쇼퍼'의 과도한 점검으로 알려졌다.

고객만족을 위해 NC백화점은 수 십가지 항목의 그물망을 만들어 무리하게 매출 증진 압박을 가한 셈이다.

또 다른 회사가 있다.

"직원들과 선의의 고객들을 지키는 것이 진짜 서비스다" 성희롱이나 폭언 등을 콜센터 직원들에게 할 경우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라고 한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의 서비스 철학은 고객 우선주의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회사 발전의 양대 축이 '고객과 직원'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아르바이트를 목적으로 한 미스터리 쇼퍼 학원이나 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엉성한 매뉴얼로 법적 잣대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학원들과 기관 그리고 이들을 고용한 기업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미스터리 쇼퍼는 사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많이 실행되고 있지만 한국의 서비스 수준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국내에는 그리 많이 필요치 않다.

전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자 남에게 군림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로 인해 안타까운 희생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기업을 부추기고 계량화된 데이터가 아닌 주관적 시각에서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려는 미스터리 쇼퍼에 대한 법제도 장치가 필요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상대로 일부 성과를 보여 준 뒤 자신들의 필요성을 과장해 무차별적인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괴물이 바로 대한민국 미스터리 쇼퍼의 현실이다. 사람의 가치 보다 물질만능주의로 대변되는 '천민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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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자사의 내실화와 이익 실현을 위해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상생 할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이러한 미스터리 쇼퍼로 인해 벌어지는 제2, 제3의 비극적인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계 법령을 조속히 만들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한 시점임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종엽 자본시장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