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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순천에 '변종 SSM', 골목상권 '야금야금'

'상품공급점' 이름으로 동네슈퍼 점주 회유

박대성 기자 기자  2013.07.11 13: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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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를 피해 ‘상품공급점’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점포 수를 늘리고 있어 골목상권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SSM 등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점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발효에 따른 출점 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11일 전남동부권 유통가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최근 순천 1호점을 개점한 데 이어 2, 3호점을 ‘상품공급점’ 형태로 출점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마트 대형슈퍼인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해부터 여수에 들어온 후 6호점까지 상품공급점 형태로 진출했다. 광양에는 일본계 24시간 마트인 ‘트라이얼마트’가 출점한 상태다.

이들 SSM들은 물품 납품을 조건으로 영세 슈퍼마켓 점주들을 접촉해 ‘상품공급점’ 계약을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지역 슈퍼마켓점주 이모씨(50)는 “대리점이나 슈퍼마켓조합에서 들여오는 가격보다 싸게 공급해줄 테니 ‘상품공급점’ 계약을 맺자고 제안이 들어왔으나 거절했다”면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킨 업체에 투항하는 것 같아 양심상 받아들일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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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내 모처에 '상품공급점'이란 이름으로 출점한 롯데슈퍼. = 박대성 기자

문제는 이 같은 변종 SSM 출점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품공급점의 외양은 SSM이지만, 대기업이 아닌 기존의 슈퍼 개인 점주들이 그대로 운영하고 있어 규제대상이 안 된다.

또 SSM은 재래시장에서 1㎞ 이내에 개점할 때는 지자체에 신고해야하지만 일정면적 이하의 '상품공급점'은 신고의무도 없다. 영업시간이나 월 2회 휴무일 규제도 없어 사실상 365일 영업이 가능, 골목 슈퍼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 상품공급점들은 또 간판도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하고 있다. 대형마트 이름을 크게 내걸고 귀퉁이에 ‘○○슈퍼’ 또는 ‘XX상품공급점’ 등으로 작게 표기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 기존 중형마트에 상품을 공급해 오던 슈퍼마켓협동조합과 대리점 등의 향토 유통업체들의 거래선과 매출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남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신고된 사업장 명칭과 실제 간판명을 다르게 표기하는 것은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한 것으로 규제를 해야 된다”며 “SSM에 먹히다보면 동네슈퍼가 하나둘 없어지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대기업 슈퍼들이 가격을 올려 받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무차별 출점에도 행정기관에서는 뚜렷한 방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SSM 연면적 3000㎡ 미만이면 지자체 신고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상표법상 간판표기에 문제가 없는지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경영난을 겪는 중소 슈퍼점주들이 필요한 물품공급을 요청해 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며 "상품공급점 계약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