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국 민영방송 '채널4'를 통해 방영된 '스쿨디너'는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이른바 '정크 푸드'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공립학교 급식을 건강식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해외에도 수출된 이 프로그램은 튀김과 고기 중심 요리에 야채가 부족한 식단에 길들여져 건강식을 거부하던 학생들이 점차 바뀌어 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보듯, 건강식 문화를 전파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요소(재료 등의 비용)와 요리를 하는 이의 의식 변화, 먹는 사람의 입맛 변화 등이 받쳐줘야 할 뿐더러, 자연식을 제대로 연구하고 전파할 기둥 역할을 할 인물이나 조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차세대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고자 노력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의 존재는 그런 점에서 더 두드러진다.
자연음식문화원은 2011년에 출범한 전북불교시민연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북불교시민연대는 출범 당시부터 △불교의 사회역량 육성 강화 및 전문인력 양성 △지역사회와 교계의 현안에 대한 연대사업 수행 등을 목표로 천명했고, 그런 점에서 부설기관으로 자원봉사단과 자연음식문화원을 두게 됐다.
현재는 사업이 확장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전주시민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사무소를, 서노송동에 실습장을 두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등에 '음식에 내재된 문화' 이해 유도
자연음식문화원은 서노송동 실습장에서 기초와 중급은 물론 전문가 과정까지 요리 강좌를 운영한다. 이 일반인 상대 강좌에서 수익을 내 이를 사회공익적 행보의 종잣돈으로 쓰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건강한 식습관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요리 문화를 개선하고 건강식 저변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서포터즈들을 양성하는 것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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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음식문화원에서 요리 강좌가 진행 중이다. 수강생들이 가지를 다루는 법을 듣고 있다. = 임혜현 기자 |
고급 코스에서는 우리 고유의 발효음식인 장류까지 공부할 수 있게 전문가를 초빙하도록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이렇게 깊이있고 전문적인 공부도 가능해, 일반 요리 강좌들과 비교해도 자연식이라는 이슈를 내걸었다는 색다른 점 외에도 전문성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사회공헌 행보들도 활발하다. 자연음식문화원은 지난 봄 사단법인 착한벗들과 손잡고 10주간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마음나눔생활요리' 강좌를 열었다. 맛의 고장인 전주답게 한식을 깊이있게 전수하고 사찰·자연음식까지 교육했다.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익히게 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음식을 교육함으로써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주부로서 자존감을 제고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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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음식문화원 실습장 전경. = 임혜현 기자 |
6월에는 '제1회 대학생 채식요리 경연대회'을 열었다. 이주선·박수진씨(전주대 외식산업학과)의 '된장소스를 곁들인 사색국수' 등 한국의 전통을 잘 살리면서도 새로움을 가미한 아이디어 요리들을 발굴해 내는 성과를 올렸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도 요리 실습 기회를 제공, 좋은 반응을 얻은 바도 있다. 전주 시내 2개 중학교의 '방과 후 수업' 활동 형식으로 장애 학생들이 요리를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상당한 인력이 투입됐다. 주방도구를 사용하도록 하되, 위험하지 않도록 많은 관찰과 감독 인원이 필요했는데, 이때 자연음식문화원 관계자들 외에 강좌 수강생들도 자발적으로 일손을 보태 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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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각 스님이 강사로 나섰다. = 임혜현 기자 |
이에 덧붙여 탈북자들에게도 강좌를 제공하게 된다. 이경숙 자연음식문화원 사무처장은 새터민 강좌 개설과 관련해 문의가 들어와 추진 중이라며 "현재 일정 등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체험관 통해 잘못된 어린이들 식습관 바로잡을 것
이 사무처장은 전주 중앙시장에 약 300평 규모의 체험관을 개설, 현재 운영하는 성인 대상 요리 강좌 외에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 문화를 접할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7월 공사 후, 8~9월에는 체험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당초 이 체험관 추진을 놓고 내부적으로 현재의 사회공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고 소개하고, 하지만 상당한 논의 끝에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체험관 개설을 통한 어린이 식습관 개선 교육의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은 약간 먼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지금은 시내에 체험관을 추진하지만 밭도 있는 넓은 공간에 더 큰 체험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이들이 직접 채소도 따 보고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는 꿈도 내비쳤다.
오늘날 아이들은 지나치게 인스턴트 음식 위주, 영양 과잉 섭취의 식생활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이 이 사무처장을 안타깝게 한다. 일반 어린이 및 학생들도 문제지만, 장애아동의 경우 인스턴트 섭취도가 더 높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기만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부모들이 음식은 인스턴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진행해 온 장애학생 방과후학습 진행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식습관 개선 노력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또 "설탕을 과다 사용하는 게 이미 굳어졌기 때문에, 아이들이 강한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 아이들을 상대로 과일을 먹도록 하고 단맛을 얼마나 느끼는지 테스트해 보면, 상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음료수 등에 들어있는 설탕을 실물로 나타내 설명하면 실제로 자기들도 놀란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건강한 입맛을 찾는 과정을 미래세대에 지도할 책임이 현재 기성세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학생들에게 (식습관) 교육이 이뤄지려면 현장 중심이어야 한다. 이론 교육이 아닌 실습 중심 커리큘림이 (아직 우리나라엔) 많지 않다"고 걱정하면서도 "아이들 먹거리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라고 보람을 피력했다. 앞으로도 자연음식문화원이 수익보다 식습관 개선이라는 대명제 달성의 험로를 계속 걸어나갈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