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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낮술 환영'과 잣막걸리의 추억

나원재 기자 기자  2013.07.10 16: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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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술 환영' 입간판이 눈에 띄는 서울 홍대입구 근처 어느 술집. = 나원재 기자  
'낮술 환영' 입간판이 눈에 띄는 서울 홍대입구 근처 어느 술집. = 나원재 기자
[프라임경제] 저도 술을 참 좋아하는데요. 때문에 늘어놓을 얘기도 참 많습니다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부분 술 한 잔 정도는 즐기는 시대에 지루한 얘기로 시간만 빼앗을까봐 지레 걱정부터 앞섭니다.

소심하게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있었던 자질구레한 이야깃거리는 혼자 간직하겠습니다. 대신 술자리에 들어서기 전 눈에 띈 '낮술환영' 입간판을 보며 어느 여름날의 기억을 조금만 더듬어볼까 합니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과거 부잣집이었을 법한 가정집 건물을 개조한 그 술집은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지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다양한 막걸리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는 손님들이 넘쳐날 정도였는데요. 귀를 쫑긋 세우고 전후좌우 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동냥해보니 그날 최고 인기는 단연컨대 '잣 막걸리'였습니다.

이의를 달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제 입맛에도 꼭 들어맞았기 때문이죠. 참으로 본연의 잣 같은 맛을 자랑하는 막걸리를 오랜만에 만나고 말았습니다.

한두 잔 걸치다보니 십여년 전 취재했던 가평군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당시 잣은 음식의 재료와 데코레이션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만큼 수급 또한 참으로 복잡할 것으로 생각했었죠. 물론, 중국산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가평군 산림조합을 취재하면서 다소 뿌듯한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기억에는 당시 우리나라 잣 생산의 80%를 가평에서 소화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현재는 50%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을 떠올리며 시끌벅적 얘기하는 와중에도 잣 막걸리는 끊임없이 목을 타고 흘러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여느 때처럼 취하고 말았죠.

취기는 올랐고, 또 다시 생각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술의 예절인 '주도'를 다룬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자니 또 다시 인상이 복잡해집니다.

서점에서 '주도'를 다룬 책을 한 권 꺼내들고 읽다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얘기'로 알고 조용히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책은 가장 안 좋은 술버릇으로 '우는 버릇'과 '쓰러져 잠드는 버릇'을 꼽았는데요. 이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게 이유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향음주례(鄕飮酒禮)'로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이중 의복을 단정하게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거나, 술을 마셔도 행동을 올바르게 하고, 분명하게 말하되, 조용히 침묵하는 절도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주 내용입니다.

잣 막걸리 한 잔으로 지루한 얘기를 이어나갔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름철 제대로 된 술자리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또 다시 앞섭니다.

오늘 술을 마시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벌써부터 기대되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