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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휴가와 이혼…오묘한 함수관계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7.10 14: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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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랑의 계절 5월, 지방 소도시의 웨딩거리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드레스샵과 스튜디오, 한복, 쥬얼리샵이 밀집한 거리를 걷고 있으니 없던 사랑도 샘솟을 지경이었지요. 그러던 중 한 웨딩스튜디오 촬영소품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달달함이 묻어나는 달콤한 사랑고백 한마디가 눈길을 끈다. = 이보배 기자  
달달함이 묻어나는 달콤한 사랑고백 한마디가 눈길을 끈다. = 이보배 기자

"내가 준 마음 돌려 주지마!" 조그만 사이즈의 목재 칠판에 쓰여진 달달한 멘트가 너무 귀여워 일단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이 마음이 바로 저렇겠지요? 그런데 반대로 오늘은 갈라진 사랑 '이혼'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철에는 우발적인 부부싸움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3년간 통계에 따르면 부부싸움으로 인해 119구급차로 이송되는 환자가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어 7월, 8월 순으로 부부싸움 이송환자가 많았고, 12월이 가장 적었습니다.

부부클리닉 상담을 하고 있는 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도 "부부클리닉 상담 건수도 6월부터 확 늘어난다"면서 "고부갈등, 육아문제, 성격차이 등 잠재해있던 부부간 갈등이 날씨가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표면에 드러난다"고 말을 보탰습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협의이혼 신청도 한여름인 8월에 가장 많은데요. 설과 추석 직후인 3월과 9월에는 '명절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이혼 소송이 많고, 6월부터 8월에도 이혼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혼법률 전문 변호사는 그 이유로 '휴가 후유증'을 꼽았습니다. 이혼상담 및 소송 건수는 매년 같은 패턴을 보이는데 5월부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 장마철부터 한여름에는 평소보다 30% 정도 늘어났다가 가을이 되면서 수그러듭니다.

평소 부부가 성격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도 바쁘게 지내다보면 유야무야 덮고 지나갈 수 있지만 휴가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얼굴을 보는 빈도가 늘어나고 쌓였던 문제들이 터져버리면서 이혼소송까지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고속도로의 차에서 뛰어내려 상담을 받는 부부도 있을 정도라고 하니 상황이 심각하긴 한 것 같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잠재해 있다가 폭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상시 관계가 좋지 않아 관계 회복을 위해 휴가를 떠났다가 오히려 증폭되는 경우도 있고, 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지요.

조금 더 현실적인(?) 색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기후 때문에 성욕이 위축돼 부부갈등을 빚기 쉽다는 것인데요. 성의학 클리닉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무더위로 인해 잠을 설치고 남성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 성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기 쉽다"면서 "매년 7~8월에는 섹스리스 문제로 찾아오는 부부가 15~20% 증가 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부부에게 성생활은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배우자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도 싫어지고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싫어지게 돼 갈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계절 뜨겁게 사랑하는 소식대신 치열하게 다투다 헤어지는 내용을 전하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만, 고온다습한 기온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더라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가슴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사랑, 그놈 의외로 쉽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